Eature 10. '웰컴투 삼달리' 나도 누군가의 돌아올 곳이 되기를

글 입력 2024.02.1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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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INTRO


 

자기가 태어나 자란 곳. 또는, 자기 조상이 오래 누리어 살던 곳을 뜻하는 고향. 저희 고향은 서울입니다. 부모님 두 분은 전라도이지만 상경하신 후에 저를 낳았거든요. 생의 모든 경험을 서울에서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그에 비해 부모님의 고향은 집에서 왕복 5~6시간 정도는 걸리니 오고 가는데 마음을 먹고 가야 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곳이니 명절이나 일이 있을 때 고향엘 다녀오시고요.


집만큼 편안한 곳은 또 없죠. 사람들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이 들 때면 "집에 가고 싶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저 역시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요. 혼자인 걸 선호하지만 부모님이 계신 집 안에서, 제 방 안에 혼자 있는 게 좋은 거고요.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나와 계신 엄마 아빠도, 힘이 들 때면 그들의 부모가 계신 곳으로 가고 싶으셨겠죠?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가.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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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우리들의 숨 고르기가 시작되는 순간

 

한라산 자락 어느 개천에서 난 용 같은 삼달이 어느 날 모든 걸 잃고 곤두박질치며 추락한 뒤, 개천을 소중히 지켜온 용필과 고향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 숨을 고르는 이야기, 그리고 다시 사랑을 찾는 이야기

 

 

예명 조은혜, 본명 조삼달(신혜선 배우)은 유명한 포토그래퍼예요. 어렸을 때부터 제주도를 뜨는 게 꿈이라 이 악물고 혹독한 서울살이를 버텨내 국내 정상급 사진작가로 도약해요. 하지만 후배에게 갑질을 했다는 논란이 일어나게 되고, 모든 걸 잃어버린 채 결국 고향땅 제주도로 내려오게 돼요.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소꿉친구, 옛사랑, 첫사랑, 그리고 전남자친구인 용필을요.


가수 조용필의 열성팬인 엄마 덕분에 같은 이름을 가지게 된 조용필(지창욱 배우)은 제주도의 예보관입니다. 기상청 본청이 '오늘 제주는 맑다'라는 결론에 '비 온다', '눈 온다'라고 강력하게 반발하는 문제아로 보이지만, 정말로 비가 오고 눈이 내릴 정도로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어요. 엄청난 분석력, 예측력을 가진 거죠. 오늘도 열심히 예보를 하던 와중, 삼달이 제주도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게 된 용필은 다시 한번 전여자친구였던 삼달이를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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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뵈러 오는 것 외에 두 번 다신 제주도 땅을 밟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갈 곳 없는 삼달에겐 선택지가 제주도 뿐입니다. 삼달은 이 고향땅 제주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요?

 

 

 

COMMENT


 

<웰컴투 삼달리>는 웃음과 울음이 공존하는 (자칭) 웰메이드 드라마예요. 태어날 때부터 함께였다 헤어지고, 다시 만날 조짐이 보이는 삼달이와 용필이가 꽁냥꽁냥하게 되는 모습에선 계속 실없이 웃음이 나왔어요. 그리고 조상태(용필 부)와 고미자(삼달 모)의 갈등, 그리고 삼달이의 동생 해달이와 해달이의 딸 하율이 두 모녀의 이야기에선 눈물을 쏟아냈고요. 처음에는 "어떻게 사람 이름이 조삼달, 조용필?"이라고 생각했지만, 보고 듣다 보니 정감이 가더라고요. (조용필은 아직까지 좀 힘들지만..)


날 때부터 늘 평생을 함께였던 삼달과 용필이는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헤어지게 돼요. 삼달이 제주도를 가지 않는 이유는 그저 용필이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였어요. 웃긴 건 아직도 서로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지만서도요. 그리고 그 시간은 무려 8년이나 되었고요. 어떻게 8년을 잊지 못하고 서로를 그리워할 수 있었을까요? 어떻게 이런 사랑이 있을지 부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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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드라마에는 두 명의 빌런이 존재해요. 거짓 갑질 논란으로 삼달이의 인생을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만든 퍼스트 어시스턴트 '방은주', 그리고 삼달이네 가족을 결단코 용서할 수 없는 용필이의 아빠 '조상태'. 방은주에 대한 이야기는 솔직히 패스해도 될 거 같아요. 실력도 인성도 없는 사람의 말로末路는 이미 다 눈치챌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용필이의 아빠 조상태 이야기를 해볼까요. 우선 삼달이와 용필이 두 엄마의 이름은 같은 미자예요. 삼달이의 엄마는 고미자, 용필이의 엄마는 부미자. 서울에서 제주로 시집와 해녀일을 하게 된 고미자는 또래 해녀들에게 무시를 당합니다. 서울에서 웬 깍쟁이 하나가 왔는데 물질이라곤 해본 적이 없다 하니 텃세를 부리고 싶었던 거죠. 특히 부미자가요. 그런데 웬걸, 나랑 이름도 같은 게 똑같이 가수 조용필 오빠를 좋아하네? 그때부터 둘은 급속도로 친해지고, 한날한시에 삼달이와 용필이를 낳을 정도로 가족 같은 사이가 됩니다.


그러던 삼달이와 용필이가 고등학생이던 어느 날, 날씨가 좋지 않아 모든 해녀가 귀환합니다. 하지만 고미자는 어제오늘 건진 게 없어 다시 바다로 향했고, 친구를 두고 갈 수 없던 부미자도 따라 들어가지만, 결국 바다는 부미자를 삼킵니다. 그때부터 조상태 씨는 삼달이네 가족을 용서할 수가 없게 돼요. 고미자 때문에 자신의 아내가 죽었다고 생각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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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가해자는 없는, 피해자만 있는 상황이에요. 부미자가 목숨을 잃은 건, 정말 운이 나빠서였어요. 막말로 날씨가 좋지 않다 하면, 억지로라도 친구를 말리던가 아니면 같이 안 들어갈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저 서로를 너무 소중히 한 나머지 무엇이든 함께하려 했던 거고, 정말로 누굴 탓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 거죠. 아마 반대로 부미자가 먼저 들어가겠다고 했다면, 분명 고미자도 따라나섰을 거예요.


하지만 조상태는 다신 볼 수 없는 부미자를, 삼달이네 가족을 미워함으로써 계속 그리워합니다. 누구라도 탓해야 그의 속이 조금이라도 편안해질 수 있으니까요. 결국 그 여파로 삼달이와 용필이가 결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로를 너무 사랑했지만, 그 둘에겐 용필이의 아버지 조상태도 역시 똑같이 소중했기에 도저히 못 본 체할 수 없었던 거죠.


하지만 몇 년을 보내도 삼달이와 용필은 서로를 놓을 수 없었고, 자신 때문에 더 이상 딸이 아파하는 꼴을 볼 수 없던 고미자도 조상태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삼달이도 조상태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 아픔을 미룰 수 없다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본인은 어렸을 때 자신을 예뻐해 줬던 아저씨를 잊을 수 없다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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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 둘이 좋아하라게. 소랑허라게

  

 

세 명의 각고 끝에 결국 조상태는 멈춰있던 과거에서 드디어 한 발자국 앞을 향해 나아갑니다. 더 이상 둘 사이를 막지 않겠다고 해요. 자신의 아내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사람은 본인 혼자가 아니라는 걸 드디어 깨달은 거죠. 용필이도, 고미자도, 삼달이도, 모두 부미자를 잊지 않았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가에 의해 죽었단 생각이 들면 저 역시 용서할 수 없을 거 같아요. 그들에게 매번 못된 짓을 하진 못 하더라도, 응어리는 사라지지 않을 거 같습니다. 그렇기에 조상태가 둘의 만남을 인정하기에, 삼달이의 가족에게 다시 마음을 열기까지에 얼마나 큰 용기와 다짐, 결심이 필요했을지 감히 쉽게 얘기할 순 없을 거예요.


그렇다고 어두운 동굴 안에만 갇혀 있는 것도 마냥 현명한 선택은 아닐 거 같아요. 어쨌든 지금 여기 있는 우리는 살아 있고, 아직도 살아가야 하니까요. 또, 나 혼자만의 결심과 고집으로 죄 없는 사람(여기선 용필이겠죠?)을 상처 주는 것도 나에겐 아픈 일일 테니까요. 비록 제가 아직 가까운 인물을 떠나보낸 적이 없어 이렇게 쉽게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저의 할머니와 외할아버지, 그러니까 아빠의 엄마와, 엄마의 아빠가 돌아가셨어도, 부모님은 오늘을 살아가고 계십니다. 다들 그렇게 사랑했지만, 떠나간 사람의 시점에 머물러 계시진 않아요. 어떻게든 나아가야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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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RO


 

 
"돌아올 곳이 있다는 건, 우릴 얼마나 안심하게 만드는지”
 

 

드라마 마지막에 나오는 이 문장이, 이 드라마 전체 내용을 관통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주도에 그렇~~게 오기 싫었던 삼달은 결국 자신의 고향 제주땅에서 사랑도 찾고 커리어도 회복해요. 외지인 서울에서는 항상 각 잡히고 흠 없는 프로페셔널한 모습만 보여야 하니(그래야 먹고살 수 있으니까요) 몸도 마음도 굉장히 지쳐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사랑하는 엄마 아빠, 오랜 소꿉친구들, 그리고 자신을 아껴주는 동네 삼춘(어르신들을 부르는 호칭)들이 있는 이 제주도는 삼달이가 진정으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곳이었어요. 제주에서 만큼은 모두가 삼달이 편이니까요. 

 

 

삼달 : 아니 너, 겁도 없이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온 거야?

은주 : 뭐, 여기가 니 땅이야?

삼달 : 어, 내 땅이야.

서울선 내가 어떻게 당해줬는지 몰라도 여기는 내 구역이야.

그러니까 몸 사리라고.

너 여기서 깝치다가 뼈도 못 추린다,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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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주도 뿐만 아니라, 용필이도 바로 삼달이의 돌아올 곳이 아니었을까 하고요. 어딘가가 아닌 누군가가 내가 안심하고 돌아올 곳이라는 거, 되게 낭만적인 거 같아요.


내리막길 인생에서 한숨 돌리고 싶을 때, 위로가 받고 싶을 때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로 꼭 힐링받으셨으면 좋겠어요.

 

 

 

 

* 사친 출처 : <웰컴투 삼달리> 공식 홈페이지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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