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푸르른 일본의 여름 - 후쿠오카에서의 3박 4일 [여행]

글 입력 2024.06.1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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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치열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숨 가쁘게 살아왔던 대학 생활 3년. 나름 열정적이었던 그 3년을 위로하고자 결정했던 한 학기 휴학도 어느새 끝나간다. 정해진 시간표대로 살아야 했던 학기 중에는, 휴학만 하면 무엇이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운동, 공부, 휴식, 여행 등. 학기 중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했던 일들과,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일들을 완벽하게 해내는 휴학 라이프를 꿈꿨다. 하지만 늘 그렇듯 시간은 내 열정의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흘러갔고, 나는 ‘뭐 했다고 벌써?’라는 마음으로 종강의 달, 6월을 맞이했다.


다 끝나가는 휴학 생활을 돌아보며 아쉬웠던 점을 꼽아봤다. 가장 아쉬웠던 건, 여행이었다. 먼 해외가 아니더라도 이곳저곳을 혼자 돌아다녀 보고 싶었는데, 막상 휴학 기간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냈더라. 즉시 가볼 만한 곳을 찾아봤다. 국내 여행지를 생각하며 제주도 항공권을 알아보다, 우연히 후쿠오카 항공권을 발견했다. 후쿠오카 항공권이 조금 더 비싸긴 했지만, 제주도 항공권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다. 6월은 후쿠오카 여행의 적기이기도 했다.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떠나게 된 후쿠오카 3박 4일. 여행을 좋아하는 나지만, 해외여행, 특히 혼자 떠나는 여행은 긴장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고, 별것도 아닌 일에 으레 겁을 먹는다. 비행기 타기 전날 늘 잠을 설치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비행기 타고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후쿠오카다. 거리도, 문화적으로도 가까운 일본이다. 음식, 거리 풍경, 그리고 대중교통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한국과 유사한 일본. 낯섦이 주는 설렘과 이국적인 분위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특별한 계획이나 다짐 없이 그저 여행 가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급하게 떠나 온 나는 그 유사함이 주는 안정감 속에서 편안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이번 일본 여행은, 나 홀로 떠난 여행 중 가장 편안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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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는 일본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마을에 속하는 듯하다. 지하철 노선도 몇 되지 않았고, 도쿄나 오사카 등 일본 주요 관광 도시들에 비해 거리나 가게들도 한적한 편이었다. 후쿠오카를 돌아다니며, 가게를 찾아다니며 인파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거리나 랜드마크, 문화재보단 사람 구경을 해야 하고, 어느 식당에 들어가도 웨이팅을 해야 하는 그런 여행이 아니어서 참 행운이었다. 한적한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일본 특유의 정갈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그대로 느끼고, 관광객도 상당했지만 현지인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었다. 6월 초, 여행 성수기가 아닌 시기에 여행을 떠났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러나저러나 후쿠오카 여행은 성공, 대만족이었다.


후쿠오카의 관광지로 유명한 오호리 공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오호리 공원은 가는 길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오호리 공원 전 역에서 내려버려서, 오호리 공원까지 조금 걸어가야만 했다. 잘못 내린 지하철역에서 후쿠오카 성터로 이어지는 그 길에서, 연꽃정원을 발견했다. 초록색 연꽃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인도보다 낮은 곳에 있었던 그 정원에는 일정한 간격마다 벤치가 놓여있었다. 잘못 내린 역에서 오호리 공원까지 걸어가느라 지쳤던 나는 잠시 그곳에 앉아 있었다. 오호리 공원 역까지 바로 갔다면 만나보지 못했을, 이름조차 모르는 그 연꽃 공원은 녹색과 푸르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잠시 벤치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연꽃으로 가득 찬 정원을 바라보며, 지쳤던 몸과 마음에 다시금 생기를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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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오호리 공원. 잠시 아무 데나 앉아서 자판기에서 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그때, 일본인 아저씨가 나에게 일본어로 말을 걸었다. 한국인임을 설명하자, 갑자기 자신을 따라오라는 아저씨. 그는 호수를 가리키며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질질 흐르는 막대 아이스크림을 한 손에 든 채 엉거주춤 그가 가리킨 곳을 가보았다. 그곳에는 오리 가족이 있었다! 오호리 공원 중앙에는 꽤 큰 호수가 있는데, 그 호수에서, 그것도 산책로와 매우 가까운 곳에서 오리 가족이 유유히 물살을 가르며 함께 헤엄치고 있었다. 아저씨는 baby(아기)라 말하며, 아기 오리를 가리켰다. 너무 귀여운 모습이었다. 그는 나에게 일본어로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런 귀여운 오리를 못 볼 뻔했으니!


이후 나는 호수를 열심히 둘러보다, 오리 가족을 만났던 그곳으로 다시 돌아와 앉아 호수의 잔잔한 물결을 보며 멍을 때렸다. 그리고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아저씨가 또 다른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오리 가족을 소개해 주고 있었다. 그 한국인 관광객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연신 아저씨에게 ‘아리가또 고자이마스(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아저씨는 오리 가족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오리들이 헤엄치는 방향대로 걸어가며 공원에 있는 이들에게 와서 오리 좀 보라고 말을 걸었다. 그는 나에게 오리 가족을 소개해 준 이후, 내가 공원을 둘러봤을 꽤 긴 시간 동안 오리 가족을 따라다니며 공원 이용객들에게 그들을 소개해 왔던 것이다. 혼자 여행을 할 때는 웃을 일도, 말할 일도 별로 없는데, 그 순간만큼은 피식 웃음이 났다. 오리 가족을 향한 그의 애정과, 귀여운 오리 가족의 행렬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의 순수한 마음에 내 마음도 따땃해졌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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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일 차에는 후쿠오카 근교에 있는 도시인 유후인으로 향했다. 하카타에서 2시간 정도 고속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버스에서 처음 내리고 바라본 유후인의 인상은, 한적하고 작은 시골 마을 그 자체였다. 높은 빌딩이나 건물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마을 전체를 산이 둘러싸고 있었다. 덕분에 탁 트인 하늘과 녹음을 볼 수 있다. 서울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크고 기다란 방해물 없이, 하늘과 산을 볼 수 있다는 게 참 특별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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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인의 대표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긴린코 호수. 작은 호수를 울창한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특별하거나 이국적인 풍경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었지만, 잔잔하고 고요한 호수는 물론, 호수 뒤편의 우거진 녹음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녹색은 인간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색깔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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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곳곳에는 특색있는 상점들이 가까이 붙어 있어,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이 발달한 일본이기에 지브리 애니메이션 등 여러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소품 가게들도 많아, 눈이 심심할 틈이 없었다. 이런저런 길거리 음식을 맛보고, 소품 가게를 구경하는 일만으로도 금세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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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을 마치고 찾아온 감정은 아쉬움이었다. 여러 계절의 일본을, 각기 다른 도시와 마을 분위기를 더 오래, 깊게 느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삿포로, 오사카, 후쿠오카. 이렇게 세 번이나 방문했는데도 일본에 또 가고 싶다. 해외여행치고, 한 나라를 세 번이나 방문한 것은 꽤 많은 횟수지만 가까운 나라라, 늘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 오래 머물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언젠가는 일본 전국 일주도 떠나보고 싶다고, 일기에 써두었다. 여행은 여행을 부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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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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