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 페스티벌은 2024년 6월 1일부터 2일까지 이틀간 난지 한강공원에서 열린 페스티벌이다. 1일 차는 NELL, 김뜻돌, 너드커넥션, 로맨픽펀치, 마치, 소란, 원위, 이승윤, 정용화, 크라잉넛이 나오며, 2일 차에는 FT아일랜드, PITTA, 글렌체크, 김윤아, 다섯, 몽니, 씨엔블루, 유라, 이디오테잎의 라인업이 있다.
“살아있는 음악, 우리들만의 뜨거운 축제”라는 슬로건과 함께 더운 여름 서울 한복판에서 시원하게 마음을 뚫어주는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
두 번째 날에 참여했다. 둘째 날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김윤아 님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듣고 싶어서였고 그 외에도 씨엔블루, 에프티아일랜드 등 어렸을 적 좋아했던 아이돌의 음악을 직접 들어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미리 말하자면 버스 시간 때문에 김윤아 님의 노래는 못 들었다)
시간대가 애매해서 점심을 먹고 한강 난지 공원에 갔더니 이미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동행한 친구는 페스티벌이 처음이라면서 굉장히 놀라 했는데 일단 좌석이 없다는 것에 놀라고 사람들이 다들 돗자리를 깔고 와서 앉아 있는 것에 놀라는 등 아예 이런 분위기인 줄 상상을 못했다고 했다. 약간 예술의 전당 느낌을 생각했다고… 설명이 부족했군, 하면서 일단은 자리를 잡고 간식을 찾아 나섰다.
푸드트럭이 매우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메뉴는 김치말이 국수와 피자, 닭강정, 야키소바, 다코야키 등 눈이 돌아갔다. 심지어 날씨가 매우 더운 상태라서 시원한 김치말이 국수가 인기였다. 그런데 밥을 먹고 온 상태라서 간단히 먹으려고 닭강정을 주문했는데 내 인생에서 가장 맛없는 닭강정이 되었다. 안 익은 튀김옷이 한가득하였고 소스도 맛이 조금 특이했다. 아무튼 그렇게 주문을 한 후 하동균 님의 노래를 자리에 앉아서 신나게 들었다.
이디오테잎이라는 DJ 팀이 와서 연주하시는데 의외로 가수분들보다도 더 다들 신이 났던 것 같다. 어디서 페스티벌에 자주 가시는 것 같은 분들이 오셔서 뒤편에서 원을 둥그렇게 그리면서 모여서 리듬을 타시고 고개를 흔드시는데 이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가 없어서 같이 가지는 못했지만 정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신이 나고 즐거웠다.
페스티벌에서 인지도 높은 가수들이 중요하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모르는 노래여도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같이 정신없이 노래를 들을 수 있으면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딱 좋은 타임테이블이었다.
친구랑 이때 사람이 덜 몰려 있는 곳에 돌아다니면서 뭐가 있나 살펴봤다. 조금 위쪽에는 아이를 데려오신 부모님이 비눗방울을 불어주고 계셨다. 그 비눗방울이 곳곳으로 퍼지는데 아이가 그거를 터트리기도 하고 놓치기도 하고 신기하게 바라보는 장면이 너무 예뻤다. 그 옆쪽으로는 페스티벌의 캐릭터와 가위바위보를 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코너가 있었고 가위바위보를 이기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도 있었다. 오른쪽에는 커스텀된 인생네컷 코너도 있었다. 알차게 채워져 있었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가수는 의외로 씨엔블루였는데, 정용화가 무대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부르는 노래의 에너지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저렇게 에너제틱하게 움직이지? 그 와중에 어떻게 노래를 부르지? 하는 생각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주로 정용화가 보컬을 하다가 살짝 쉬는 타임에 이정신이 치고 들어와서 노래를 받아 부르는데, 합이 진짜 좋았다. 여담인데 이정신의 빨간 선글라스가 엄청 인상적이고 잘 어울렸다.
풀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게 있을 텐데 현장에서 보면 그 영상의 몇 배로 성량도 좋고 너무 재미있었다. 정말 덥고 음식이 맛이 없고 돗자리는 좁고 정신없는 상황에서 씨엔블루의 노래가 엄청나게 신나고 청량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20, 30, 40대까지 다들 아는 노래라서 그런지 그 이전과는 다르게 스탠딩을 꽉 채운 사람들이 다들 신나서 부르는 노래에 나까지도 즐거웠다. 하나의 물결 같았다.
페스티벌은 이로써 두 번째인데 아는 노래여야 더 떼창을 하며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것 같아 다음부터는 꼭 노래를 다 들어보고 가사도 웬만치 숙지하고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모르는 노래더라도 함께 즐기는 분위기가 있다면 얼마든지 어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또 느껴서 좋은 공연자(ex. 이미 너무 유명하지만 이디오테잎)를 잘 섭외하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것을 느꼈다. 이디오테잎을 알게 된 게 큰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여름날의 즐거운 페스티벌에 함께 하자는 이야기를 하며 마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