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 백지 위에 이야기를 그려내는 아티스트 박인주의 세계

이미지로 말을 전달하는 박인주의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글 입력 2024.06.1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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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볼 수 없었던 세상을,

그들의 시선과 역사를 빌려 완성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마스터피스를 이해합니다.

 

  

 

회화부터 애니메이션까지, 박인주를 소개합니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박인주입니다. 원래는 회화 중심으로 일러스트 작업과 글 등의 창작을 했으며, 근래에는 만화와 강연, 애니메이션까지 확장시켜 전방위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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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해 주신 것처럼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그림이나 예술을 전공하신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예술의 세계를 계속해서 확장해 나가시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져요.


그림은 제가 어렸을 적부터 그려왔던 것이었어요. 원래 그림을 전공하려고 했는데, 집안 사정 등 다양한 고려를 했을 때 대학에 가기보다는 혼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었죠. 그렇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만화, 스토리, 글 등 제가 하고 있는 작업들은 저의 전공이 아닙니다. 하지만 전공하지 않아서 이것들을 제작할 때 힘든 부분은 없어요. 결국 그림이라는 것도 예술의 한 형태이고, 그것이 점점 깊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의 세계와 범위가 넓어진 것 같거든요. 원래 저의 취향이 다양하기도 하고요. 제가 말을 할 수 있는 언어가 조금씩 취향에 따라 넓어지며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진행된 것 같습니다.



- 조금 조심스럽지만, 이전에 ‘그림 덕분에 삶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고 말씀하신 것을 보았어요. 작가님의 삶 속 그림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저와 가장 친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은 예술이었어요. 그래서 예술 안에 제가 쌓아온 것이 모두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삶을 이어나가는 가장 커다란 목적이 모두 그림으로 표현되는 세계 안에 다 들어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오히려, 그림을 통해 제가 지금까지는 많이 놓쳐왔던 인간관계, 교류하는 방법 등등 삶에 대한 다양한 부분들을 배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작품 활동을 해나가며 저의 삶 속 다양한 것들이 더욱 풍부해지기를 기대하고 있기도 합니다.

 

 

- 작가님께서 영화도 정말 많이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영화가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할까요?

 

어렸을 때부터 영화, 만화, 책, 음악 등 전반적으로 다 좋아했어요. 영화의 경우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죠. 저의 취미가 영화를 유기적으로 보며 구조화하는 거예요. 예컨대 하나의 영화적 공간, 서사적 공간을 저의 나름대로 해석하거나 인물별로 연계시키는 형식으로 진행하죠. 그렇게 이미지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무언가를 깨닫고 배우는 과정을 겪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영화 <블라인드> 같은 경우 이미지적 차별성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죠. 이렇게 영화에서 영상의 시적 구현, 서사적 구성 등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박인주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그 작품


 

- 작가님께서 처음 그래픽으로 그렸던 풍경화 작품을 봤어요. 작가님께서 회화를 그려오신 역사도 궁금해요.

 

그 그림은 제가 초등학생 때 그림판으로 그렸던 거예요. 하하. 그 당시에도 계속 집에서 낙서도 많이 하고, 작품도 많이 봤어요. 학교에서 글쓰기 과제가 나올 때 시나 수필 등을 적으면서 그림도 함께 그려 안에 넣어서 글과 그림을 같이 접합했다는 사실에 칭찬을 듣기도 했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책을 만드는 감각도 많이 익힌 것 같아요. 당시에는 인지를 못했지만 저의 이야기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행위에 예전부터 많이 매료되었던 것 같죠. 제가 직접 대본을 작성하고,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책으로 만들기도 했어요. 코끼리에 대한 작은 이야기를 만들어서 친구들과 돌려본 적도 있죠. 그래서 저에게는 사람의 말을 전달하는 것보다 이미지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또, 예술이라는 항목으로 이야기가 치환되어 전달되는 것이 집, 학교 등에서 즉각적으로 저의 말로 평가받는 것보다 안전하다는 생각을 항상 했어요.

 

그래서 사실 귀신들의 소망을 그린 만화 <꿈의 유실물>은 일종의 실험적인 작품이었어요. 제가 만화를 그릴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서 처음 시도한 작품이거든요. 이 작품을 통해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만화로 구현되고 있음을 확인한 뒤 애니메이션 작업으로 제가 살아 움직이는 것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애니메이션까지 다 만들고 나니 제가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것들이 또 통합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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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흐름이 결국 저는 이미지로 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제가 활동하는 모든 것이 결국 대화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프레임 하나하나 다 손으로 그리고 있는 애니메이션 안에 들어가 있으니까요. 특히 그 안에는 식물성과 여성성을 연결시켜가며 끊임없이 순환하는 생명체로 묘사를 많이 하고 있죠. 이미지 안에서 끊임없이 반복하는 죽음에 가까운 것들을 죽음이라고 볼 수 없게끔 만들어내고 있어요.

 


- 작가님께서 예술이라는 항목이 말로 하는 것보다 안전하게 느껴진다고 해주셨는데, 그렇다면 작가님의 ‘안전함’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 무엇으로부터의 안전함일까요?


초등학생 때 다빈치의 책을 보고 그림을 많이 모작했어요. 그런데 ‘아름다운 외모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세간에서 말하는 추한 외모가 그림으로 잘 구현이 되는 것이 잘 그리는 그림이다’라는 내용의 글귀가 적혀있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요. 그 글귀가 저에게 울림을 줬어요. 그림은 하나의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구역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그림 안에는 다른 사람들이 부정 지은 내가 구현될 수 있잖아요. 세간에서 아름답지 않다고 여겨지는 외모도, 어떠한 폭력성도 결국 제가 의미를 재해석해서 보여줄 수 있죠.

 

그렇기에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말, 제가 그리고 싶었던 삶을 원어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그림으로 그려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의 그림 안에는 여성성, 여성의 자유 등이 많이 녹아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여성성에 대해 언급을 해주셨어요. 실제로 작품에 여성에 대한 목소리를 많이 담아내시는데.


이전부터 여성성에 대하여 많이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저는 경상도에서 자랐고, 고모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으면서 자랐죠. 제가 겪었던 것도 물론 있지만, 어머니의 이야기, 어머님 세대의 이야기, 그리고 할머니 세대에 대한 이야기들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들이 실제로 여성으로서 생활하는 모습을 제 눈으로도 굉장히 많이 목격을 하며 살아왔죠.

 

저에게는 그것들이 일종의 신화처럼 들리면서, 제가 겪은 적 없는 어떠한 형상적인 무언가로 들리고, 또 한편으로는 ‘저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무언가이기도 하고, 또 반대로 굉장한 강인함으로 느껴지기도 했어요. 이 모든 것이 다 제 안의 '여성성'에 복합적으로 공존했던 것 같죠. 항상 가부장적인 형태로 지내왔지만 제가 봤던 실제 강인한 사람들은 아이를 낳고, 남편을 먹여 살리는 여성들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들의 신화 같기도 한 삶들과 강인함 등을 부정하지 않고 그려내고 싶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해왔어요. 물론 지금은 그들의 삶으로부터 시대가 많이 변하기도 했지만, 그것에 저의 삶, 그리고 지금 이행하는 가치관과 접목시켜서 조금 안전하게 치환시키고 그 이야기가 다 이어질 수 있도록 전부 담아내고 싶다고 생각해요.



- 많은 사람들이 작가님의 작품에 매료되고 있는데, 작가님 스스로가 가장 소개해 주고 싶은 작업이나 작가님을 잘 나타낸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이 있을까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아요. 계속 그려내고 있다고 생각하죠. 

 

그래도 저를 잘 나타낼 수 있는 것에 대하여 말해본다면 작품보다는 근래에 열었던 저의 개인전 <태몽도>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때 회화, 애니메이션 등이 전시가 되었거든요. 그 전시가 저의 작품세계 전반을 나타낸다고 생각해요. 그것들을 앞으로는 더 축소시키고, 더 설득력 있게 구현해 내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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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계속 미래를 꿈꾼다는 느낌으로 작업을 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기에 저의 세계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 사실을 간과하지 않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제가 아직 그리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에 작품을 그려나간다는 생각도 많이 하거든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 작가 활동을 전업으로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작가 활동을 하고 있는 아직까지는 전달하고 싶은 말이 남아 있고, 아직 정확하게 전달이 안 되었다고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

 

  

- 작가님께서 앞서 언급해주셨던 전시 <태몽도>도 굉장히 인상 깊습니다. 단순히 작품을 나열하는 것에서 넘어서서 현실의 차원에도 작품을 확장시킨다고 느꼈는데.

 

이전까지는 그래픽 출력 작업을 했는데, 을지예술센터에서 주관되어 을지로 대림상가 호랑이카페 앞에서 진행되었던 전시 "가운데의 시간"의 <전염의 신>이 대표적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전까지는 저의 작품을 보여주는 팝업의 느낌이 있었죠.


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종의 1차 전시 형태를 다들 노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태몽도>에서는 이미지를 그저 스르륵, 쳐다보며 지나가는 것 말고 조금 더 현실적으로 구현시켰을 때의 메리트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이번에는 저의 작품을 현실화시키며 전시 공간 안을 최대한 신체 내부처럼 표현하고자 했어요. 그래서 실제 전시 중 설계도가 배포되기도 했어요. 인간의 신체 안을 지도처럼 그려놓고 함께 들여다보게끔 만드는 방식이었죠. 그래서 전시 관람객들로 하여금 신체 안을 체험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고, 관람객들께 앞으로의 저의 작품 활동에서 이 전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조금 더 구체화될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를 갖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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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태몽도-엽서 뒷면[낙관].jpeg

 

 

-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작가님의 작품을 미디어 전시와 인터렉션 아트로 접목시켜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앞으로의 전시 계획은 없으신지.

 

하하. 앞서 말씀드렸듯 제가 아직은 구현해 내고 싶은 것이 많아요. 애니메이션, 만화 등 그려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전시까지 준비하기에는 순서가 안 맞는 것 같아요. 전시는 ‘내가 이 작가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 장소에 가서 체험하고 오는 느낌이 강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아직은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더 있고, 어떤 말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인식을 덜 심어줬다고 생각해서 전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면도 있어요. 그래서 이번 개인전에서도 ‘제가 아마 이런 말을 앞으로 할 것이니, 앞으로 잘 봐주세요’라고 이야기한 느낌이 있죠. 물론 전시 섭외가 들어오면 열심히 준비하겠지만, 선뜩 먼저 무언가를 하지는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작가님의 작품 중 <돌탑>에 대해서도 꼭 언급을 하고 싶습니다. 소원을 비는 돌탑의 존재에서 실체와 영혼을 분리시키고, 그 영혼을 온라인 돌탑으로 다시금 쌓아 올리는 과정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이러한 작품 구성은 주로 어떤 단계를 거쳐 이뤄지나요? 작가님만의 작품 구성 단계가 있을까요?

 

무언가가 선행된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어려운 것 같아요. 의도적으로, 그 작품을 받아들이며 서서히 유기적으로 연결시켜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무엇이 먼저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약간은 수직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인위적으로 받아들일 때, 보통은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하나의 상을 일단은 인식하고 그다음 생각을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이미지로 구현해 놓은 것들을 그 이후 더 구조화시켜서 왜 이렇게 나왔을지에 대해서 고려하기도 하고, 결국 특별한 순서를 정해놓기보다는 복합적으로 함께 고려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제가 고려했던 것들이 쌓이다 보니 그 나름대로의 서사와 명확성이 생성되는 거죠.

 

 

- 애니메이션 작품 < Reborn with You >에 대하여 소개해 주신다면.

 

처음 만들기 시작했을 때에는 지원금, 지원 사업 등을 모르고 그저 제가 몇 개월을 할애해서 이미지와 음서 모두 직접 만들며 몰두했던 작품이에요. 그런데 무언가를 목표로 제작했다기보다는 ‘일단 해보고 싶다’, ‘이 이야기를 영상화하고 싶다’는 마음에 시작한 것이었는데 운 좋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품을 그리게 된 계기는 이란의 히잡 시위였어요. 머리카락을 자르고, 불태우고, 히잡을 태우는 모습을 보며 즉각적으로 한국에서도 살해된 여성을 위해 다 같이 움직이던 물결이 생각이 났어요. 이란 시위를 토대로 전 세계의 많은 여성들이 함께 머리카락을 자르고 분개하는 모습을 통해 이것이 세계적인 움직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결국 근본적인 것들, 즉 인종성 등을 다 초월한 채 하나의 중요한 가치 아래에서 세계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며 벅차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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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것을 토대로 TV라는 매체, 그리고 영상이라는 매체 너머로 연대를 보내고 싶었어요. 많은 분들께서 눈치를 못 채셨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강남역 출구의 모습이 이후 이란 시위로 변하는 장면이 있어요. 이런 장면들을 통해 현재의 인생에서 다 같이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다시 우리가 들고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영상 속 메시지로 담고 싶었죠.


이 메시지가 강화가 되어 조금 더 설득적이고 스토리적으로 부각시킬 만화가 <날개 안에>라는 제목으로 준비되고 있습니다. 여성에게만 날개가 달린 세계관에서 날개암에 걸린 어머니의 삶을 들은 딸이 그 어머니의 삶을 머릿속에서 재생시키는 내용이죠.

 

 

 

박인주가 작품을 만들 때



- 많은 창작자분들이 창작의 고통을 이야기해 주시기도 하는데. 작가님께서도 창작의 고통이 존재하는지,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

 

애매한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작품을 창작하며 고통을 느끼면 잘못 창작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고통을 견디면서까지 창작하고 싶지는 않은 것 같아요. 하하. 만약 제가 어떠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전업 작가가 되었다면 창작의 고통을 느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예전부터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고 제가 말하고 싶은 것들을 좇아왔죠.

 

당연히 작업이라는 것은 고될 수밖에 없고,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고통'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만약 제가 창작의 고통을 느꼈다면 다른 직업을 구할 것 같아요.

 

물론 그림을 그리다가 막힐 때는 있어요. 하지만 제가 다양한 매체를 좋아하니까, 그림을 그리다 막히면 기타를 연주하기도 하고, 기타가 엉성한 것 같으면 다시 그림을 그리는 등 다양하게 병행하며 여기에서 오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글을 쓸 때에도 그렇고 이러한 저의 면들이 서로서로 도와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 그렇다면 작가님께서 작품을 제작할 때에 가장 중요시 여기거나, 특히 힘을 들이는 부분은 어느 부분일까요?

 

결국 아이디어 발상과 스케치인 것 같아요. 색을 칠할 때에는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면서 작업이 가능한데, 구성과 스케치 단계에서는 완전히 몰두하지 않으면 곤란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단계에서 기력이 많이 빨리기도 하죠. 하하. 일러스트를 서사적으로 작동시키는 부분이 가장 힘들고,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그것을 이미지로 구현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시각적인 부분을 말씀드린다면 색감이지 않을까 싶어요.

 

 

- 콜라보도 많이 진행해 주셨는데,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콜라보의 기준이 있을까요?

 

콜라보레이션의 경우 원래 있는 그림을 사용하고 싶다고 연락이 오는 것과 그려달라고 연락이 오는 것, 두 개의 경우가 있어요. 이때 사실 제가 선택해서 하는 것도 맞지만, 보통은 ‘나의 그림이 들어갈 법하다’고 생각되는 분들이 연락을 주세요. 대체로 다 제가 재미있어 할 만한 이야기들을 말씀해 주시죠. 상업적인 회사에서도 많이 연락이 오지만, 특히 독립 예술가분들, 동료 예술가분들께서도 많이 연락을 주시거든요. 그래서 저도 작업하면서 시너지도 많이 나고, 기분 좋게 기대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마무리 지으며



- 몇 년 전 작가님의 작품 세계관을 잘 나타내는 단어로 <폭죽도시>를 말씀해 주셨어요.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여기시나요?

 

변한 것 같아요.


<폭죽도시>라는 이름은 제가 중학생 때 지은 이름이에요. 저는 인간관계에 대한 욕심이 굉장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림에만 몰두하다 보니 대인관계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제가 폐허 속에 서있는 것은 기분이 들어요. 그렇기에 그 폐허 속에서 내가 만들어낸 것들로 빛 쏘아내고, 그것을 보며 사람들이 몰려들어 ‘빛’을 향해 함께 가자는 마음이 있었죠.

 

 

[크기변환]폭죽도시 이미지.png

 


그런데 전업 작가가 되며 조금씩 달라지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도서 <폭죽도시>를 출판하며 정말 여러 감정이 들었는데, 그중에는 제가 제 작품의 묘비를 짓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 굉장히 기분이 안 좋았던 것도 있어요. 만약 제가 그림을 끝내지 않고 제가 붓질 한 번만 더 해도, 이 작품은 오늘 완성한 그림이 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폭죽도시> 안에는 저의 작품에 ‘몇 년도부터 몇 년도까지’라고 작성되어 있죠.

 

그것을 보며 작품의 묘비를 세우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적혀있는 기한 이후로는 내가 완성하지 않을 작품인 것처럼 대하는 것 같다는 느낌에 제가 스스로 저의 그림을 다 죽여버리는 느낌이 들었죠.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이것이야말로 사람들을 나의 세계에 집중하게 만드는 핵심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어쩌면 이것이 제가 다른 매체로 넘어가는 전조증상처럼 느껴진 것 같아서 섭섭한 마음도 들었고요.


지금의 저는 빛이 어떠한 합집합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백지라는 매체에 구현시킨 다음 그곳에 계속 그림을 그려내고 있어요. 그런데 누군가의 집중은 이제 얻어냈으니 조금 더 다른 것들을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다음 챕터로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 그렇다면 작가 박인주의 다음 챕터를 <폭죽도시>가 아닌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접어놨던 삶의 귀퉁이를 펴내어 미래의 청사진으로 그리고 씁니다”라는 문구로 저의 소개말을 바꿨어요.

 

결국 작가라는 것은 어떠한 창문이 되어 세계를 바라보도록 하는 일종의 창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스크린이든 책이든 상관없이,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접근 방식이 되어야지 저를 바라보게 하는 방식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결국 <폭죽도시>라는 이름이 저의 외로움에서 기인된 것이기에 저를 바라보게 하는 방식을 생각한 것 같거든요. 

 

이제 사람들이 저를 바라봐 주고, 저는 그로 인해 행복해졌으니 이제 그 시선을 세계로 돌려서 내가 말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를 보여주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위해서 약도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 앞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 작가 활동을 전업으로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렇다면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후, 박인주는 어떤 아티스트가 될 것 같다는 목표나 생각도 있으실까요?

 

하하. 그냥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작가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한 사람이 된 거죠. '어떤 아티스트'라고 제가 정의를 내릴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 그렇다면 작가님께서는 어떤 아티스트로 남고 싶으세요?

 

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를 확실하게 알고, 그것을 작품으로 잘 전달하다 간 사람이라고 인식되었으면 해요. 그래서 저의 말에 동의를 해주는 사람이 많으면 좋을 것 같지만 저의 말을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고, 들어볼만하다고 생각해 주기만 해도 성공한 거라고 생각을 하죠. 제가 던지는 메시지성을 누군가가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조금 더 구체화하는 데에 쓰일 수 있다고 하면 저는 그것이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한 말씀 드린다면.

 

저는 제가 굉장히 운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요. 제가 팬들과 교류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닌 것 같거든요. 사적 자리에 나가는 편도 아니고,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도 아니죠. 제가 워낙 친근감 있는 편은 아니다 보니 대화의 장을 잘 여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저의 작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 저의 작품을 항상 사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분들의 존재와 저의 작품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을 느낄 때가 있죠. 그런 분들께 감사하고, 누군가의 한 시절에 제 작품이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느낍니다.

 

 

[김푸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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