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꿈은 없고요, 뉴욕 봄비 재즈는 있습니다... [영화]

글 입력 2024.03.2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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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니 데이 인 뉴욕>(2020, 우디 앨런)은 봄비, 뉴욕, 재즈 그리고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갖고 있는 촉촉한 분위기가 합쳐져서 “낭만”을 이미지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영화 속 “개츠비” 캐릭터는 티모시 샬라메의 소년미가 극대화되어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졌다. 영화는 거창한 메시지보다 우리에게 1시간 반가량 그들이 만든 봄을 만끽하게 한다. 봄비가 내리는 이 싱숭생숭한 봄날, 우디 앨런식 낭만을 그린 <레이니 데이 인 뉴욕>으로 봄을 맞이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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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봄비가 내리는 날 뉴욕에서


 

야들리 대학 캠퍼스 커플 애슐리와 개츠비는 학생기자 애슐리의 영화감독 인터뷰로 인해 맨해튼에 가게 된다. 뉴욕이 고향인 개츠비는 이번 여행에 묘하게 기대를 품는다. [피에르호텔에서 묵고 칼라일호텔 피아노바에서 저녁]이라는 낭만적인 계획도 세우고 둘은 여행을 떠난다. 우연한 봄비처럼 애슐리의 인터뷰가 길어지게 되자 각자 따로 뉴욕에서의 잊지 못 할 추억을 쌓는다. 애슐리는 인터뷰 도중 갑작스럽게 이탈한 영화감독을 찾기 위해 각본가와 배우를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 개츠비는 비 오는 뉴욕 거리를 서성이며 동창생, 전연인의 동생 챈, 가족들을 만나고 애슐리를 기다린다.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우연을 통해 흘러간다. 우연히 전 연인의 동생을 만나자마자 키스하고 우연히 톱스타 프란시스코 베가와 데이트를 하는 그런 날들이 있는 것이다. 그 우연이라는 행운을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낼 것인지 행복으로 이어나갈 것인지는 그들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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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음악이 흐르는


 

영화는 내레이션과 대화 그리고 재즈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유쾌한 대사와 솔직해서 찌질하기도 한 내레이션으로 피식 웃음이 나와 리듬감 있는 대사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대사가 없는 장면에도 재즈음악이 흘러나와 인물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다.

 

재즈음악도 영화 속 대화의 한 형태라 칭하면 [개츠비-애슐리], [개츠비-챈]의 대화가 무엇이 다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영화의 오프닝 , 맨해튼에 가게 된 [개츠비-애슐리]는 서로 좋아하고 있지만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분명 같이 가는 여행인데 각자의 일정을 브리핑하고 있었다. 애슐리는 영화감독과의 인터뷰 정리에 정신 없어 개츠비의 [피에르 호텔에서 묵고 칼라일 호텔 피아노바에서 저녁]이라는 낭만적인 계획도 잘 듣지 않고 있다. 서로에게 질문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어서 대화가 잘 통하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그들은 결국 칼라일 호텔 피아노바에서 재즈 음악을 듣지 못했다.

 

반면 [개츠비-챈]은 오랜만에 만난 사이임에도 까칠하게 장난을 치며 티키타카가 잘 통한다. 그들의 마음 중앙에는 상대에 대한 궁금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연히 다시 만났을 때 챈의 집에서 부른 재즈 음악은 챈의 마음에 가닿았고 [센트럴파크 막 빗방울이 떨어지는 그때 델라코트 시계탑 아래 여섯 시]라는 낭만적인 상황을 상상하고 이는 현실로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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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개츠비와 서울의 구보씨


 

우수에 찬 눈빛으로 시가렛 홀더를 물고 뉴욕 거리를 돌아다니며 하루를 보내는 개츠비는 우리나라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주인공 구보씨와 닮아 있다. 서울의 구보씨는 글로 자신의 사소한 생각들을 내비치고 개츠비는 내레이션을 통해 솔직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전달하고 있다. 그들은 하루 종일 사람들을 만났다가 헤어지고, 혼자였다가 다른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예전 여자 친구를 떠올리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 고독을 느끼기도 한다. 아직 뚜렷한 직장에 다니지 않고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룸펜(부랑자)들이었다. 그들의 하루에는 “우울”이 깔려 있다. 좋아하는 건 모르겠지만 싫어하는 건 알고 있는 상태에서 오는 우울은 당연한 수순이다. 지속적인 룸펜 생활, 목표를 찾지 못한 삶은 고독을 곱씹게 되었고 이런 모습은 20대라면 겪어야 하는 과정이었다.

 

난 살려면 일산화탄소가 필요해

넌 귀뚜라미 소리를 좋아하고 난 덜컹대는 차를 좋아하고

넌 햇빛 아래 피어나고 난 회색 하는 아래 힘이 나고

 

둘은 우울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걸어 나간다. 걷다가 비를 맞을 수도 있고 자연스럽게 분위기에 맞춰 사랑을 하거나 새로운 결심이 생기기도 한다. 개츠비는 새로운 사랑과 뉴욕에서의 시작을 결심했고 구보씨는 소설을 써야겠다고 결심한다. 물 흐르듯 살던 개츠비는 드디어 삶의 결단을 내렸음에도 안개가 자욱하고 비가 내리는 뉴욕을 더욱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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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나저러나 낭만


 

뉴욕에 한 번 빠지면 다른 덴 못 간다. 이 정도의 불안, 적대감, 불신은 어디에도 없기에

 

불안하고 불신이 가득한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예술을 하고 있다. 영화를 찍고 각본을 쓰고 그들을 취재하고 미술관에 가고 음악을 듣는다. 그들이 지닌 불안과 불신, 적대감을 활용하여 예술을 통해 소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술을 매개로 삶을 꾸려나가기도 하지만 예술을 핑계 삼는 구시대적 사고를 가진 인물들이 영화의 주된 서사를 이루고 있다. 애슐리는 가십거리는 다루지 않는다는 저널리스트였지만 특종을 주겠다는 말에 덥석 그들을 따라가고 솔직하고 예쁜 것을 무기로 남자 친구가 있었다가 없어지기도 한다. 영화감독, 각본가, 배우들은 자신의 위치를 보여주며 온갖 추파를 던지며 애슐리에게 접근한다. 개츠비가 거북해하는 문화포식자 엄마는 과거 매춘부의 삶을 지우기 위해 예술을 선택했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개츠비는 그 말을 듣고서야 엄마를 수용한다.

 

(개츠비가 좋아하는 것들인) 도박사, 옛날노래들 뾰족한 수 없으면 그 현실도 괜찮다는 챈의 대사는 굉장히 로맨틱하게 들리지만 고독한 자기파괴과정이라 믿고 싶은 현실을 낭만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러나저러나 낭만적인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이토록 낭만적인 삶을 사는 예술가들의 불안정한 이면이 담겨 있다. 봄비, 재즈, 뉴욕의 이미지가 주는 싱숭생숭한 활기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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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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