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무의 시간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 내 속에는 나무가 자란다 [도서]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나무 되는 법
글 입력 2024.02.2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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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현재 ‘나무 의사’를 준비 중이시다. 처음 아버지께서 나무 의사를 준비한다고 하셨을 때 드디어 아버지가 본인이 원하는 분야에 도전을 하시는 게 너무 멋있었다. 아버지께 간략히 나무 의사가 되는 과정을 엿들어보니 순탄치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험을 응시할 자격을 갖추는 것부터 난관이었고 공부량도 어마어마해 보였다. 거의 ‘나무가 되어야 하는 수준’이라고 느꼈다. 요즘도 끊임없이 공부를 하시며 곧 시험을 앞두고 계신다. 노력하신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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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잠시 외출하셨을 때 서재에서 나무의사 수험서 몇 권을 살펴보았다. 나무의 종류, 병충해, 서식지 등등 나무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담겨있는 느낌이었다. 아마 국내에 한정된 나무들을 다룬 것이겠지만 수험서의 두께와 내용이 상당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많은 나무의 종류가 있고 여기서 파생되는 엄청난 정보들에 감탄했다.


우리 가족의 중심으로 ‘나무의사’라는 키워드가 자리 잡으니 종종 가족과 교외로 바람을 쐬러 가면 걸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나무만을 유심히 보게 된다. 아버지께 가볍게 이 나무는 무슨 나무인지 물어보면서 예상질문대비(?)를 하곤 한다. 나무를 유심히 골똘히 보시면서 생각하는 모습이 나무와 텔레파시를 주고받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나무에 대한 깊은 관찰이 곧 나무와 대화를 하는 듯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나도 덩달아 나무를 보게 된다. 울창하게 서있는 나무의 세세한 부분들을 보다 보면 많은 생각이 들게 된다.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여기에 서있었던 건가, 이 나무는 언제까지 자라나는 것인가 등. 그리고 ‘나무의 시간으로 사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와 같은 다소 허무맹랑한 생각까지도 말이다.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나무의 우직함과 여유를 배우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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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나무’는 나에게 있어서 평범한 주제가 아니다. 그래서인지 책 ‘내 속에는 나무가 자란다’에 자연스럽게 이끌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속도에 질려버렸다’는 표현은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을 정곡으로 찌른 문장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무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저자의 말고 함께 책을 시작하였고 흡입력이 장난 아니었다. 일상생활에서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나무라는 소재를 이렇게 정교하게 해부하면서도 개인의 인상을 꼭꼭 담은 책은 처음이었다.


저자는 계속해서 '나무가 되고 싶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며 나무를 탐하고 욕망한다. 일반인이 들으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겠지만 저자와 같이 속도에 지친 경험이 있는 나였기에 저자가 말하는 나무가 되고 싶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기계적이고 삭막한 사회에서 질렸고 천천히 시간을 즐기며 걷고 싶어도 뒤에서 억지로 미는 현대인들의 속도감에 진절머리가 났다. 그래서인지 해당 책을 읽으며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잠시나마 ‘나무의 시간’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가 되고 싶다는 메시지에 공감을 해서인지 단숨에 읽어버렸다. 문단문단마다 나무를 천천히 뜯어내면서 풀어쓴 문단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글을 읽을 때마다 머릿속으로 곧게 뻗은 나무 가지들과 우렁차게 피어난 잎사귀들, 그리고 가지를 타고 내려오면서 볼 수 있는 갑옷 같은 몸통과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감이 확실한 뿌리까지, 나무를 하나의 작품으로 보고 해석해 나가는 과정이 머릿속으로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만큼 그녀가 뛰어난 표현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보였다.


나무를 느끼는 방식도 다채로워서 새로웠다. 실제로 직접 적용해보고 싶다고 생각될 정도로 나무 그 자체를 느끼기 위해 다양한 매체들을 사용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나무의 나뭇잎 소리를 녹음하는 부분이었다. 유튜브를 보면 나뭇잎에 부딪히는 바람소리를 모아놓은, 명상용 ASMR 영상들을 볼 수 있다. 나도 언젠가 숲을 간다면, 특히 바람이 맹렬히 부는 날이라면 꼭 녹음을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기록할 것이다. 나뭇잎에 흔들리는 바람소리를 담은 에세이와 함께 말이다.


책을 덮고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나무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말이다. 나무의 시간에 서서 바라보는 여유, 이러한 여유를 가지는 게 곧 나무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싶다. 무한 속도의 시대에서 나무가 되는 법을 익혀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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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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