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공간에 담은 이야기의 생동성 -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

글 입력 2023.12.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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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빌딩의 63아트에서 전시 중인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이 ‘에피소드 3’을 펼쳐냈다.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은 일러스트레이터인 맥스 달튼(Max Dalton)이 영화로부터 얻은 영감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3막 구성의 전시


전시의 주제가 ‘영화의 순간들’이다 보니 전시 또한 3막 구성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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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영화의 순간들’로, 1970년대에서 2010년대를 풍미한 영화들이 각각의 테마에 따라 제시된다. 1막 안에서도 맥스 달튼이 해석한 장르별 섹션이 존재한다. 그 첫 번째는 로맨스로, 빈티지한 핑크에 물든 다양한 형태의 ‘LOVE’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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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달튼은 SF 영화를 보고 자라며 공상과학 장르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특징에 맞게 이 섹션에 들어서면 곧바로 SF 영화의 시초인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의 <달세계 여행> 속 한 장면을 마주할 수 있다.
 
즉 두 번째는 SF로, 우주를 연상케 하는 공간에 <스타워즈>를 비롯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TV 시리즈 <닥터 후>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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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호러·스릴러 섹션, 할리우드 섹션, 봉준호 섹션 등 각 테마에 맞춘 컬러와 구성으로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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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달튼은 영화를 비롯해 음악, 책 등 다양한 문화예술을 모티프 삼아 자신만의 정교함과 재치를 더해낸 그림을 펼쳐냈다.
 
그는 이러한 스타일을 통해 『웨스 앤더슨 컬렉션』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 바 있다. 따라서 2막에서는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 완벽한 대칭구조를 보이는 ‘웨스 앤더슨 컬렉션’을 볼 수 있다.

3막‘맥스의 순간들’이다. 이 섹션은 맥스 달튼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가 작업한 그림책 <외톨이 공중전화기>, <외톨이 타자기>, <소리 지르는 요리사>를 비롯해 파블로 피카소, 키스 해링, 살바도르 달리, 쿠사마 야요이 등 유명 화가들의 작업실 풍경과 화가의 모습을 담은 <화가의 작업실> 시리즈를 감상할 수 있다.
 
 

공간이 주는 힘, 인물이 주는 생동감


이 전시는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공간’이라는 주제로 탐미하는 재미가 있다.
 
이 ‘공간’은 맥스 달튼의 손길을 거쳐 하나의 생동감 있는 이야기로 재탄생한다. 이때의 ‘공간’은 도화지 안에 그려낸 영화의 상징적인 건축물이 되기도 하고, 흰 도화지가 되기도 하고, 전시장 자체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내가 전시를 보며 느낀 강렬한 체험들을 1막의 봉준호 섹션을 통해 말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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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섹션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영화 <기생충> 속 인물 ‘근세(박명훈)’가 버튼으로 모스 부호를 누르는 모습을 보았다. ‘근세’가 “RESPECT!!!!”라고 외치고 있는 듯한 생동감 있는 그림 옆에는 지하실을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평평한 복도를 지나는 것이지만 마치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고 알려주는 듯한 벽화.

자연스럽게 영화 <기생충>의 지하실 에피소드들을 떠올리며 봉준호 섹션으로 걸어 나갔다. 그 순간 나는 눈이 멀 것 같은 강렬한 빛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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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바로 내가 ‘기택’임을 느꼈다.

<기생충>에서 ‘기택(송강호)’은 오랜 시간 캄캄한 지하실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 별장에 사는 이들의 음식을 훔치기 위해 항상 밤마다 지하실 계단을 올라야 했다.
 
그러한 기택이 처음으로 밝은 낮에 지하실에서 나왔던 그 순간을-비록 아들 ‘기우(최우식)’의 상상이었을 뿐이지만-벽화와 공간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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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을 보았을 때 <기생충>을 본 이는 머릿속으로 영화의 순간들을 떠올리게 된다. 흰 도화지에 오브제와 인물, 그리고 대사만 간결하게 있음에도 말이다. 자연스럽게 우리가 흰 도화지의 배경을 채우면서 그림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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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달튼 그림의 매력은 지나치게 정교하고 완벽하지만 그럼에도 살아있다는 데에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그의 그림의 공통적인 특징을 하나 꼽자면, 비교적 인위적이고 부동적인 이미지가 강한 건축물 안에 다채로운 영화 속 장면과 인물의 모습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의 그림은 영화에서 파편적으로 보여주는 공간들을 하나의 그림 안에 구축해 내어 영화의 전체 줄거리를 재생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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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때의 건축물은 말 그대로의 건축물에 제한되지 않는다.
 
위 사진을 살펴보자. 영화 <괴물> 속 인물들은 괴물의 뱃속에 살고 있지 않다. 실제로 살 수 없거니와 영화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장면이다. 하지만 맥스 달튼은 인물들을 괴물의 뱃속이라는 공간에 담아낸다.

이를 통해 한강에 등장한 괴생물체로 인해 한 공동체의 삶이 언제 녹아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를 느낄 수 있게 된다. 더불어 괴물의 출현으로 생겨난 인물들의 불안정함을 담아낸다.

이처럼 맥스 달튼은 다양한 공간 구성의 그림과 전시장을 적극적 활용해 영화적 순간의 체험을 선사한다.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은 내년 5월 말까지 전시를 연장한다고 한다. 이 전시는 최근 방영한 예능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여행 코스로 나오기도 했는데, 미국에서 온 영화인 게스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전시이기도 하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라면 분명 이 전시를 즐길 것이라 장담하겠다. 2023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을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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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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