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일 분에 담긴 우리들의 삶 - 1분 뮤지컬 [음악]

글 입력 2023.11.2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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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은 음악, 춤, 연기가 어우러지는 현대 음악극 중 하나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음에 실으면서도, 실제 인물이 말하듯 관중들에게 전달하기에 매력적인 장르이다. 보통 두 시간 이상의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지만, 일 분의 짧은 시간 동안 집 안에서 즐길 방법이 있다. 오늘은 1분 뮤지컬이란 채널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1분 뮤지컬은 일 분 이내의 짧은 뮤지컬 숏츠 영상을 올리는 유튜브 채널이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짧은 시간 안에 담아내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좋지만, 그에 어울리는 좋은 음악, 몸짓, 손짓, 목소리, 눈빛. 영상의 모든 요소가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게끔 도와준다.

 

 

 

 

2021년 4월 4일 ‘사직서’라는 영상으로 그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직장인이라면 사직서 한 장씩은 품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다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퇴사하는 상상을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1분 뮤지컬은 우리들의 간지러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 주었다.

 

힘차게 부장님을 부르면서 갖가지 퇴사 사유를 나열하기 시작한다. 퇴사 사유를 말하기엔 열 손가락이 모자라고, 발가락까지 동원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매일 같은 야근, 이 시국에 술자리, 연이은 연봉 동결, 상무님 생일선물 심부름.”

 


‘힘들었겠다’, 그의 고충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연봉을 올려주겠다며, 붙잡는 부장님의 말 한마디에 사직서를 주워 담으며 다시 한번 열심히할 것을 다짐하는 모습은 지극히 현실적이기에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편은 뜻밖에도 첫 번째 QNA 영상이다. 이 채널에서 일 분을 넘기는 몇 안 되는 영상 중 하나이자, 채널에 대해 궁금해하는 구독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영상. 이 영상마저도 뮤지컬 형식으로 전개된다. 항상 자신의 이야기이자 모두의 이야기를 나눴다면, 보다 직접적인 그들의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현실과 꿈 사이에서 비몽사몽 방황하는 청춘들, 가수도 배우도 아니지만 즐거움을 찾아가는 친구들이라고 자신들을 정의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청춘은 그런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확실히 모르지만, 모르기 때문에 더욱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시기라 생각한다. 가끔 나만 내 한 치 앞도 모르는 것 같아 먹먹할 때가 있는데, 모두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에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

 

“인생이 어렵고 힘들 때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고민이 되네요”라는 마지막 질문에 권순용씨는 잠시 고민하다가 숨을 한번 고른 후 비장하게 말문을 연다.

 

 
“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어. 인생이 너무 어렵고 견디기 힘들 때.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해 봐. 좋게 느껴진 추억, 친구들과 집들이, 날씨가 좋은 날엔 너희와 함께 걷고, 시원한 맥주 한 잔, 일주일의 설레임, 부장님께 멋지게 사표 내는 상상. 이제 눈 떠 이 세상은 우리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 많을테니까. 그래 딱 일 분이면 충분해. 우리 삶이 즐거워지는 시간, 우리 같이 이겨내 보자.”
 

 

처음 이 답변을 접한 이후부터, 저 몇 마디의 문장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1분 뮤지컬의 방향성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우리의 인생은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즐겁다. 모든 순간이 그렇듯 즐거운 순간들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은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짧았던 순간들 일지라도 그 순간에 행복함이 조금이나마 포함돼 있었다면, 우리는 그 기억으로 하루를, 일주일을, 인생을 버텨낸다.1분 뮤지컬도 짧은 순간 이나마, 우리 모두의 일상을 그려내며 사람들에게 쉬어가는 순간을 마련해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나중에 알고 봤더니, 1분 뮤지컬팀의 전 활동명이 비몽사몽이었다. 비몽사몽, 완전히 잠이 들지도 잠에서 깨어나지도 않은, 내가 꿈을 꾸고 있는지 현실에 있는지 구분하기 어려운 어렴풋한 상태. 창작 음악 영상을 좋아하는 청년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꿈으로 남겨 놔야만 하는지, 현실에 가져올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한 생각을 담은 이름이다.

 

지금 그들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더 이상 꿈으로만 남겨져 있지 않은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 비틀비틀, 휘청휘청 그러나 뚜벅뚜벅 걸어가는 청춘들, 꼭 출근하는 날만 날씨가 화창한 직장인.

 

딱 일 분만 그들의, 우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원정민 명함.jpg

 

 

[원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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