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현악 4중주만의 완전하고도 긴밀한 세계 속으로 – 노부스 콰르텟: 브리티쉬 나잇

글 입력 2024.03.0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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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스 콰르텟은 실내악 불모지에 가까운 한국에서 18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국 실내악의 역사에 유례없는 일을 여러 차례 만들어내고 있는 팀이다. 해외 유수의 콩쿠르에서의 한국인 최초 입상, 역시나 한국인 최초로 22/23 시즌 영국 위그모어홀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는 등 이들의 도전과 성장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멘델스존 현악 4중주 전곡, 쇼스타코비치 현악 4중주 전곡, 브람스 현악 4중주 전곡, 베토벤 현악 4중주 전곡까지. 이들이 걸어온 길에는 ‘전곡’을 올린 음악적 고집이 있었다. 이번 투어 공연의 제목은 ‘브리티쉬 나잇’으로, 여태껏 한 작곡가의 전곡을 연주한 것과 달리 비교적 생소한 영국의 작곡가 엘가, 왈튼, 브리튼의 현악 4중주 곡으로 다채롭게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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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악 4중주는 많은 작곡가들이 내밀하고 진실한 음악적 정수를 담아낸 장르라고 알려져 있다. 대편성 오케스트라보다 웅장함은 적을지라도 그에 절대 뒤지지 않는 완전한 구조감과 음량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오케스트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섬세한 표현과 긴밀한 교류까지 느낄 수 있는 장르다.

 

하지만 그만큼 현악 4중주는 연주자에게 대단히 까다로운 장르다. 오케스트라처럼 숨을 곳이 많지도 않고, 솔리스트처럼 자유로울 수도 없다. 더군다나 실내악 장르 중에서도 유독 현악 사중주는 음색이 비슷하나 음정만 다른 악기 네 개가 모여서 합주하는 것이라, 마치 음역대가 매우 큰 거대한 현악기 하나가 연주하는 것과 같이 완벽한 유니슨이 이루어져야 한다. 음의 세기와 길이, 타이밍까지 맞추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과 극도로 예민한 집중력이 필요한 장르일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다.

 

노부스 콰르텟도 몇 년 전 JTBC <고전적 하루> 프로그램에서의 인터뷰에서 말하길 솔로 연주보다 부담스럽고 어려운 것이 현악 4중주라고 말한 바 있다. 수없이 많은 연습을 거친 후에도 공연 내내 손가락을 아주 미세하게 움찔거리면서 끊임없이 서로 맞춰가야만 한다고.

 

 

노부스콰르텟 2023_ⓒJino Park_03.jpg

연주자 사진 ⓒJino Park

 

 

비록 현악 4중주의 매력에 이제 막 발을 담그기 시작한 초보자지만 노부스 콰르텟의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매우 유려하고 능숙한 팀워크를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 다 함께 같은 길이의 음을 연주할 때는 하나의 커다란 악기 같다가도 서로 선율을 주고 받거나 대립할 때는 손에 땀을 쥐고 보게 될 만큼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특히 1부 마지막 월튼 사중주 4악장과 2부 브리튼 디베르티멘티에서 엄청 빠른 템포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긋남 없이 긴장감 넘치고 밀도 있는 연주를 보여주었다. 전반적으로 음 세기 조절 면에서 아주 긴 호흡의 프레이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느꼈는데, 무척 큰 그림을 그리면서 철저하게 계획적이고 컨트롤된 상태로 연주하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지난 번에 콘서트홀에서 다른 현악 4중주 공연을 볼 때도 느꼈지만, 고작 4개의 악기로 이 넓은 콘서트홀에서 어떻게 연주하나 싶은데 막상 연주가 시작되면 홀을 꽉 채우는 음량에 놀라곤 한다. 첼로의 저음부터 바이올린의 고음까지 현악 4중주가 커버할 수 있는 음역대도 넓어서 표현 범위도 참 무궁무진하다.

 

모든 클래식 공연이 그렇겠지만 현악기는, 특히 현악 4중주는 반드시 실연에서 보아야 더 즐길 수 있는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악기 특유의 진동은 음원으로 느끼기 어렵기도 하고 4중주의 긴밀한 교류를 눈으로 직접 보는 재미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후기 낭만 ~ 현대곡인 데다가 익숙하지 않은 영국 작곡가들의 곡으로만 구성된 프로그램은 확실히 조금 난해하긴 했다. 현대음악의 매력이라 하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도무지 모르겠는 상태로 그저 따라가 보는 경험이라 하겠다. 리듬도 선율도 어디로 튈지 모르겠는 기묘한 재미가 있을 때도 있지만 목적지가 어딘지 모른 채로 길을 잃기를 자청하는 장르라 지루할 때도 많다. 이번 공연도 예측 불가한 리듬으로 불협화음이 지속되는 곡이 많았지만 흥미롭게 들은 곡도 있었다. 대체로 빠른 템포의 곡들이 4중주의 합을 보는 재미만으로도 즐거웠다. 현대 음악의 특성상 주법이 강한 게 많아서 활이 다 뜯긴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첼로와 비올라만 연주하는 구간이 있었는데 비올라 솔로를 제대로 들어본 건 처음이었다. 비올라 소리가 이렇게 좋은 것인 줄 몰랐다. 가려져 있기엔 아까운 음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 분위기가 워낙 좋아서 앵콜이 3개나 있었는데, 교향곡 앵콜로 많이 들었던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님로드"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원곡의 오케스트라 연주에 비해 현악 4중주로 편곡된 버전은 웅장함이 작을지라도 어떤 소리도 빠짐없이 완전하게, 대신 더 세밀한 세기조절로 가슴을 파고들었다.


노부스 콰르텟이 연주하는 고전, 낭만곡도 꼭 직접 들어보고 싶어졌다. 앞으로도 이들이 그려갈 레파토리를 통해 다양한 작곡가들이 현악 4중주에 담은 내밀한 이야기를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황연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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