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감상에서 소장으로, 소장을 넘어 투자로 - 도서 '아트 컬렉팅'

내 삶에 예술을 들이는 일
글 입력 2023.10.0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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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뉴스에서 예술가 거장의 작품이 몇백억, 몇천억에 낙찰되었다는 뉴스를 듣는다. 어마어마해서 와 닿지 않는 금액, 마치 다른 세상의 이야기같은 비현실감까지, 내게 예술작품을 소장하고 또 감상한다는 건 딱 그만큼의 거리감을 가진다. 어쩐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누군가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취미로 느껴지기도 한다. 누군가는 그렇게 작품을 소장하고 투자하겠지만 그게 나는 아닐 것이라는 마음으로 쉽게 넘겨버리곤 한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 책 ‘아트 컬렉팅’은 막연히 예술품의 소장과 투자란 전문 컬렉터의 영역일 것이다, 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소위 나같은 일반인을 위한 책이다.  전문 컬렉터도, 슈퍼 리치도 아니지만 나만의 가치있는 컬렉션을 꾸리고 싶은 누군가를 위한 소위 ‘아트 컬렉팅’ 입문서이다.


다시 말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 경매에 낙찰되고 거래되는 예술 작품들이 언제나 수천억 원대를 호가하는 작품들만이 아니라는 것에서부터 책은 서두를 연다. 부자가 아니어도, 전문가가 아니어도, 딱 우리와 같은 일반인들도 관심과 흥미만 있다면 언제든 예술품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을 덧붙인다. 나도 예술 작품을 소장할 수 있다니? 아트 컬렉터가 될 수 있다니? 새롭고 신선한 동시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전체적인 현대 미술시장의 흐름과 전망을 소개하고, 2부는 본격적인 아트 컬렉팅 방법과 실용적인 노하우를 설명한다. 마지막 3부는 취미를 넘어 투자로 기능하는 오늘날의 다양한 예술작품의 소장 방식을 안내한다. 작가인 케이트 리가 현직에서 예술품 거래 전문 변호사이자 컬렉터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만큼 전체적으로 실용적이고 유용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1부 - 현대 미술시장 이해하기


 

1부에서는 전체적인 현대 미술시장의 흐름과 앞으로의 전망을 소개한다. 


현대 미술에도 유행이 있다. 코로나를 거치며 추상화 작품, 자연물 작품이나 과학기술을 주제로 한 작품들, 더 나아가서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NFT 작품들이 오늘날 예술품 시장에 등장했다.


예술을 상업적 특성과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상업 예술 작가들을 터부시했던 과거의 예술계와 다르게, 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순수 예술과 상업 예술의 경계가 모호해진 현대를 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2021 디올의 남성복 가을 컬렉션에 아티스트 케니 샤프와의 협업작이 등장했던 것과 같이, 브랜드와 아티스트의 콜라보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작가들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자신을 홍보하고 자기 자신을 브랜딩하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sns에 능숙한 MZ 세대 고객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이기도 하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보다는 현물 자산에 투자하려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경향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경기 침체의 우려와 함께 주식 시장과 암호화폐 등 기존 투자처들의 변동폭이 커 불안한 반면, 경기 상황에 크게 흔들림 없이 장기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예술 작품의 안정적 투자 방식에 베팅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많아졌다는 것이다. 경제적 측면, 투자자들의 관점으로 예술품 경매를 바라본 것은 처음이라 신기했다. 


신선했던 부분은 아시아 미술 시장, 그 중에서 한국의 서울이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과 함께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프리즈는 동명의 영국 예술 잡지가 주관하는 동시대 예술 중심의 아트 페어로 2003년 런던을 시작으로 2012년 뉴욕, 2019년 로스엔젤레스로 확대된 역사가 있다. 이러한 프리즈가 첫 아시아 진출로 선택했던 도시가 홍콩이나 상하이가 아닌 서울이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2022년 9월 서울에서 아시아 최초로 열린 프리츠는 심지어 매우 최근이다. 


프리츠 서울 방문객의 다수를 차지한 MZ 세대들은 뉴미디어와 디지털 미술 등 기존의 전통 미술 양식에서 벗어난 작품들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하는데, 그 중 1000만원 이하 작품의 대부분은 MZ 세대가 구매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역시나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오늘날 새로운 아트컬렉팅의 주체로 급부상한 MZ 세대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 자신이 MZ 세대이기도 해서 더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작품에 돈을 쓰는 MZ세대에게 예술이란 늘 가까이 할 수 있는 대상이다. SNS의 발달로 작품을 보고 즐기며 작가나 갤러리들과도 더욱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오늘날 젊은 아트인플루언서로 흔히 방탄소년단을 떠올릴 수 있다. BTS가 22인의 세계적인 예술가, 큐레이터들과 함께 서울과 런던,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뉴욕의 5개 도시에서 진행한 대규모 예술 프로젝트 ‘Connect BTS’가 그것이다. 이 전시는 음악과 미술의 결합을 통해 세계인들과 소통을 시도하며 모두의 다양성과 고유성을 인정하고 서로 연결하는 BTS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2부 - 누구나 컬렉터가 될 수 있다


 

2부에는 실제로 아트컬렉팅에 도전할 때 고려해야 할 여러 실용적인 팁들과 절차들을 소개한다. 


컬렉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초보자나 다양화를 추구하는 컬렉터에게 작가는 판화, 아트 토이, 사진 작품 이 세 가지 컬렉팅에 처음으로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지나치게 고가의 예술품이나 리스크가 큰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보자도 도전해볼 수 있는 종류의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그 중 에디션으로 제작되는 오리지널 판화의 경우 보통 200점 이내로 작품이 제한되는 경향이 있고, 온라인 구매에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2000년대 대중문화를 소재로 인기를 얻은 디자이너들의 아트 토이는 대중문화에 뿌리를 둔 팝아트를 기반으로 한다. 동물 모양의 풍선 등 주로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사물을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이용해 네모팝 스타일의 조각으로 형상화해 유명해진 미국의 작가, 제프 쿤스의 토끼 아트토이는 내게도 익숙하다. 아트 토이는 크키가 아주 다양한데, 개인이 소장하고 보관하기 용이한 작은 크기의 토이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되기도 한다. 


그 외에 갤러리, 아트 딜러, 아트 페어, 경매, 온라인 마켓 등 직접적으로 작품을 구매하거나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아트 바젤, 프리즈, 테파프, 아머리 쇼와 같은 세계적 아트 페어와 함께 한국에서 열리는 화랑미술제, 키아프(한국국제아트페어), 아트부산, 부산국제아트페어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게 되었다. 


경매 과정과 방법, 작품을 선정하고 안목을 기르는 실용적인 팀과 함께 구매하고자 하는 작품을 신중히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안내한다. 특히 경매를 통해 작품을 구매할 때 계약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작가의 당부가 기억에 남는다. 


 

 

3부 - 실전 미술품, 취미를 넘어서 투자로


 

마지막 3부에서는 대체 투자로 주목받는 미술품 투자에 대해 설명한다. 예술 작품은 안전 자산일까? 거리 예술가 뱅크시가 건물에 그린 그림은 누구의 소유일까? 와 같이 현실적으로 궁금한 질문들과 더불어 주식처럼 소유권을 쪼개어 가지는 오늘날의 새로운 미술품 소유 방식, 그리고 더 나아가 인공지능 시대 AI 드로잉 예술 작품들에 대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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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감상과 소장을 넘어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세상을 마주할 수 있는 책이었다. 무엇보다 예술이란 결국 ‘아름다움’을 담은 가치 있는 무언가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잘 만든 영화든 잘 못 만든 영화든, 모든 영화엔 감독이 담고자 했던 어떤 진심이 담겨 있는 것처럼, 어쩌면 지금은 대중들에게 발견되지 못한 어떤 아름다움을 내가 먼저 찾아낼지도 모를 일이다. 꼭 당장 금전적 가치로 환산되는 아름다움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누군가 발견해 소장했던 작품을 거래한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에선 낭만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100년 전 누군가 그 가치를 발견해 소장했던 아름다움을 100년 후 경매에 참여한 누군가가 다시 발견했다는 의미로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도 한번 아트컬렉팅에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나에게도 소장하고 싶을 만큼의 아름다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박주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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