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너의 모습 그대로 [영화]

글 입력 2023.09.1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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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우정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화는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퀴어 마이 프렌즈>의 이야기는 특별하다. 그 힘은 아마도 '솔직함'에서 나오지 않을까? 순수한 마음들이 부딪혀 소리 내는 솔직함은, 강원과 아현의 이야기는 관객을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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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한 기독교 대학에서 강원을 만난 아현은 그의 밝은 에너지와 희망찬 기운, 꿈이 있어 반짝거리는 모습에 이끌리게 된다. 그렇게 아현은 강원과 친해지는데, 어느 날 훌쩍 강원은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떠난 강원은 갑작스레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한다. 그런 강원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아보면 어떨까 하는 아현은 그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촬영하기로 한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국 군대에서는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강원은 미군에 입대하기로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주한미군에 복무하게 된다. 설레는 새로운 만남, 그리웠던 친구들과의 시간,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있는 곳에서 강원은 하루하루 행복한 날들을 보낸다.


그러다 미군 복무가 끝난 뒤 강원은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해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한국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그가 미군에 복무하며 미국 시민권을 얻은 과정이 제약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강원은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좌절하고 어려워하며 아현에게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게 된다. 카메라 앞에서 솔직하기가 너무 두렵다고. 자신의 바닥을 보여주는 것 같은 기분에, 그것을 남들의 '눈'이 되어주는 카메라 렌즈 앞에서 내보이기가 두려움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결국 강원은 미국으로 돌아가 새로운 생활을 계획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옆에서 함께한 아현 역시 다큐멘터리에서 솔직함으로 무장해 관객들 앞에 선다. 대학 졸업 후 이렇다 할 성과도, 직장을 다니지도 않은 아현 역시 자신의 상황을 낱낱이 고백한다. 성소수자 친구와 청년 세대를 대표하는 듯한 친구의 이야기는 이렇게 솔직하다. 자신들이 처한 어려움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럼에도 계속해서 꿈꾸면서 나아가고 '나' 자신이기를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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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놀라우리만큼 현실적이다. 강원은 어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내지도 않았고, 아현이 처한 경제적 상황이 극적으로 나아지지도 않는다.

 

그저 그대로의 상황이 유지되는 듯 끝난다. 그런 부분마저 '솔직함'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아현과 강원은 그저 묵묵히 길을 찾아 헤매고 살아간다. 그들의 즐거운 대화가 오가는 쿠키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중반부에 강원이 타인의 부정적인 시선을 어떻게 이겨내는지가 나온다. 그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이에 관해 험한 말을 하더라도 크게 여의찮아하는데, 그가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고백에 흔들림이 없고 부모님이 자신을 지지해 주신다는 것에 큰 힘을 얻고 있는 듯했다.


사실 성소수자들의 상당수가 가족,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고 들었다. 부모님께 든든한 응원을 받는 강원이 참 부러운 사람들이 많겠다 싶으면서도 동시에 그런 응원이 있어도 시련은 찾아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우리는 연대로 함께할 여정이 남아있다. 연대하는 '우리'는 강원과 같은 성소수자들뿐만 아니라 아현과 같은 청년, 그리고 그 외에도 소외되는 이웃 모두일 것이고.


그의 이야기가 단편적으로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모두 벌어졌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강원의 이야기는 강원만의 스토리가 있고 그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여기까지 서사가 이어져 왔다.


강원과 아현과 같이 솔직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저 우리의 삶에 극적인 순간 하나 없더라도, 작은 행복들이 모여 1분 1초가 될 수 있음을, 그게 강원과 그 옆 아연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야기임을 이 다큐멘터리가 말해준다.

 

 

[이홍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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