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101가지의 바다를 통해 찾아보는 나의 바다 - 도서 ‘화가가 사랑한 바다’

노을지는 바다가 주는 놀라운 힘
글 입력 2023.07.1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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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그것은 그 어떤 대상보다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면서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넘실거리는 물결이 광활하게 펼쳐진 풍경을 보면 마음 어디선가 벅찬 감정과 함께 잊고 지냈던 어떠한 기억들이 떠오르는 것 같은 착각을 하기도 하는데, 그 느낌이 썩 좋아서 여행을 갈 때면 이왕이면 바다가 있는 곳으로 가고 일상 속에서 시간이 뜰 때도 한강을 볼 수 있는 장소로 가곤 한다.


나뿐만 아니라 바다는 모두에게 그런 대상인걸까, 유독 바다를 통해 사람들은 희망을 얻기도, 또는 바다 앞에서 절망을 표출하기도 한다. 여행지 바다 앞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엔 햇살 같은 미소와 행복해 마지 않는 표정들을 볼 수 있는가하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비참한 일이 있을 때마다 바다나 강가로 가서 마음껏 슬픔을 표출하고, 때로는 핸드폰을 던져 버리는 등 평소라면 하지 못할 행동을 마음껏 표출하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화가가 사랑한 바다>를 읽으며 대상을 그려내는 직업을 지닌 화가들 또한 다르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이 표현한 다양한 바다들이 있기에 바다로 향하고자 하는 관성을 지닌 사람들이 바다까지 못 가더라도 그들의 작품을 통해 바다를 마주보며 못다 푼 감정의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부터는 책 속에 등장하는 화가들의 작품 중 인상깊었던 몇 점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호야킨 소로야 <해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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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에 밀접한 발렌시아 출신의 화가 소로야는 바다가 가진 매력을 잘 알고 있었다. 인상주의 화가인 그는 순간 순간 변화하는 빛의 인상을 포착해내며 이토록 낭만적인 작품을 완성하였는데, 나는 그가 바다의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빛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이용하는 화가는 바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다는 반짝이는 햇빛을 반사 시켜 마치 보석이 가득 박혀 있는 듯 반짝이는 물결을 만들어 내고, 때로는 빛을 흡수해 어두운 심해를 밝히기도 하며 도시 속 야경의 빛을 머금고 고고한 자태를 자랑하기도 한다.


호야킨 소로야는 이토록 빛의 광량에 따라, 종류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띠는 바다의 모습을 통해 그의 매력을 알아보고, 그것을 연구하여 훌륭히 묘사할 수 있었기에 그의 작품 속 바다는 유독 아름답고 생생하게 다가와 우리에게 실제 바다를 마주하는 것만 같은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닐까?

 

 

 

오딜롱 르동 <하얀 옷을 입은 두 연인이 있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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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바다 앞에만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바다는 매 시간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며 각양각색의 매력을 보여주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순간은 아마 일몰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평선을 향해 넘어가며 붉게 하늘을 물드는 태양과, 그 붉은 하늘과 맞닿아 마치 물감이 번지듯 오묘한 빛의 물결을 만들어 내는 바다의 모습은 가히 장관이라고 볼 수 있다. 


일몰 때 바다를 보기 위해서 나는 여행 계획을 짤 때 꼭 일몰 시간에 바다를 거닐거나, 바다와 인접한 카페를 가는 등 바다에 가까이 가기 위해 노력하곤 한다. 하루가 저물어가는 순간을 아쉬워 하듯, 바다가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이 순간은 마치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불꽃놀이와도 같다. 어쩌면 나처럼 오딜롱 르동도 이토록 아름다운 일몰의 바다에 매료되었는지 모르겠다. 


그의 작품 속 바다들은 노을 지는 순간을 담은 듯 다양한 색채를 품고 있는데, 전형적인 하늘과 바다의 색감이라 생각되는 푸른 빛이 아닌 그만의 독특한 색 표현을 통해 독창적인 그만의 바다를 마주할 수 있다. 불꽃놀이처럼 화려한 색채를 지닌 바다와 하늘의 풍경 앞에 항상 배 한 척, 그 위에 앉은 뒷모습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바다라는 대상은 어쩌면 르동에게 보이는 그대로가 아닌 관념이 대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형적인 모습을 벗은 채 다양한 색감으로 빛나며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보내는 바다 앞에서 저 인물들은 대체 어떤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일까, 그리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그의 바다를 함께 바라보며 어떤 생각들을 하게 될까.

 

 

 

에드바르 뭉크 <멜랑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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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바다는 양가적인 감정을 동시에 품어낼 수 있는 대상인 것 같다. 우리는 바다 앞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어떤 때보다 힘들고 슬프기에 바다를 찾기도 한다. 바다는 어떻게 행복감을 주는 동시에 고독과 슬픔을 희석하고 위로할 수 있는 대상이 되었을까?


이 극단적인 두 감정을 바다 앞에 풀어두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 적당한 텐션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새삼 바다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다. 앞서 함께 살펴 보았던 다른 작품들과 달리 유독 슬픔의 감정과 마주한 바다의 모습을 그려낸 에드바르 뭉크의 작품이 있다. 


작품 속 인물은 깊은 고민, 혹은 고독에 잠긴 표정으로 바다 앞에 앉아 있다. 뒷편에 희미하게 묘사된 커플을 모습과 대비되어 그의 표정이 그토록 슬퍼보이지 않음에도 그는 유독 외로워 보인다. 그 앞에 넘실거리는 물결을 품은 바다는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어쩌면 그는 감당하지 못할 슬픔에 잠식되어 있지만, 한결 같은 바다의 모습에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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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문득 깨달은 것이 있다. 그동안 누군가가 나에게 왜 보라색을 그토록 좋아하냐고 물어왔지만 사실 나에게 어떠한 대단한 계기나 명확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저 얼버무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수많은 화가들이 표현한 노을지는 바다를 접할 수 있었는데, 분홍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이 넘실거리는 푸른 물결과 만나면 놀랍게도 보라빛을 띠고 있더라. 어쩌면 나는 관성적으로 노을지는 바다를 갈망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바다는 한번 마법을 걸면 영원히 경이로움의 그물에 사람을 붙잡는다’는 자크 쿠스토의 말처럼 보라빛 노을지는 바다의 환상적인 모습에서 느낀 감정이 나에게 일상을 살아갈 희망과 힘을 주기에 바다가 이토록 많은 화가들에게 사랑을 받고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져 또다시 많은 이들에게 삶의 이유가 되어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마음속 가물고 있는 각자의 바다를 한번씩 들여다 보는 것이 일상 속 쉼표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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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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