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조선판 시조 콘서트 후기는요 -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공연]

글 입력 2023.06.2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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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지난 6월 9일에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리며, 다시 한번 세상을 향한 외침을 전하게 되었다. 2019년에 첫선을 보인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전통과 현대의 세련된 조화와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통해 차별화된 매력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를 증명하듯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남녀신인상 수상 및 11개 부문 노미네이트,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작품상, 안무상, 남우신인상 등을 거머쥐며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번 시즌에 개최된 공개 오디션에서는 1800여 명의 배우가 지원했는데, 그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김서형 배우의 ‘단’을 만나볼 수 있었다. 신인 배우가 대극장의 주연을 장식하는 경우를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밝고 풋풋한 그로부터 더욱 신선한 에너지를 받을 수 있어 좋았다. 그간 활발한 무대 활동을 전개한 이아진 배우는 처음으로 ‘진’을 맡았지만, 탄탄한 실력과 특유의 명랑함을 담은 해석으로 높은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었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양반행세를 하며 독특한 시조를 하던 ‘단’이 아버지와 반대의 길을 걷는 시조꾼 ‘진’이 있는 골빈당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려낸다. 현 시조 대판서의 시조 금지령으로 몰래 숨어서 시조를 하던 골빈당은, 조선시조자랑에서 우승하며 ‘백성들이 자유롭게 시조를 하는 세상이 오게 해주세요’라는 소원을 이루게 된다. 이처럼 시조 하나로 백성, 그리고 조선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이야기는 흥겹고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전달되며 감동과 짜릿함을 선사한다.

 

창작 시조를 담은 랩 가사, 궁중 악기와 오케스트라의 만남으로 빚어진 정겹고도 신선한 멜로디, 정재, 비보잉, 케이팝 등 다양한 장르의 안무, 캐릭터의 특성을 반영해서 다른 색감을 사용한 개량 한복 의상, 골빈당의 상징이자 안무의 리듬감을 더해준 부채와 같은 요소들이 합쳐지며 창의적이면서도 세련된 뮤지컬이 탄생했다. 이렇게 개성 있는 요소들이 혼합되면 난해하기도 십상인데, 각각의 매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화롭게 담아냈기에 대중성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배경 자체가 상상 속의 조선이었기에 큰 이질감이 들지 않았고, 그 덕분에 표현의 자유를 맘껏 펼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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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조명의 경우, 정말로 다채로운 색과 형태를 활용해서 그런지 같은 장면임에도 더욱 극적으로 연출되었다. 선, 도형, 꽃, 부채, 그물 등 수만 가지 모양이 단출한 배경을 꽉 채워주며 무대 활용도를 높였다는 생각이다. 특히 ‘조선시조자랑’에서 원색의 조명이 이곳저곳을 반사하다가 관객석을 환하게 비췄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마치 그들이 존재하는 조선에 이끌려 온 듯한 생동감을 주어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제작사 PL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작품은 ‘초심’으로 준비하고 있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뮤지컬 계의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로 시작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지닌 젊고 독창적인 매력, 한국적인 정서를 안에서부터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다. 우리의 초심이 관객들에게 전해져 다시 한번 관객들과 즐겁게 ‘오에오’를 외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긴 고난의 시간을 지나 일상을 회복하고 있는 지금, 그동안 눌러온 ‘흥’을 한바탕 풀어낼 수 있는 공연으로 곧 만나겠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제작사의 말처럼 뮤지컬 계의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는 포부가 여실히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보통의 뮤지컬은 커튼콜이 아니면 떼창이 나오기 힘든 구조인데, 이 작품은 노래를 주고받는 등 호흡하는 넘버가 많았기에 실시간으로 떼창이 가능했다. 그래서인지 과거 조선의 소리꾼들을 현시대 공연장으로 데려와서 콘서트를 선보이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뮤지컬에서 흔히 지적되는 단점인 2막에서 클라이맥스로 가는 과정의 지루함을 오감을 깨우는 노래와 춤사위로 극복해서 관객의 집중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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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뮤지컬을 좋아하는 친구가 추천해서 알게 되었는데, 회전문 관객이 많다는 그의 말답게 여러 번 볼만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서 말했듯 뮤지컬이면서도 콘서트와 닮아있기에 배우(가수)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극의 플롯도 단순한 편이고, 세밀한 감정 표현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지 않기에 그들의 끼와 퍼포먼스가 많은 것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 배우만이 아닌, 여러 배우를 다양한 조합으로 관람하면 극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관객 분위기까지 완벽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울 듯하다. ‘조선수액&이것이 양반놀음’과 같은 넘버에서는 다 함께 ‘오에오’를 외치는 등 객석의 흥을 끌어모아 그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장면이 많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을 평가하는 심사위원이자 초청받은 관객이 되어 열띤 호응을 보내줌으로써 배우들이 무대 위를 힘차게 날아다니도록 도와야 한다.

 

이번에는 초반 회차임을 감안하고 봤는데도 공연 내내 뜨거운 반응과 함성이 터져서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생각한다. 조용히 극을 관람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겠지만, 이 작품을 볼 때만큼은 모든 걸 내려놓고 최대한으로 즐기고 오길 바란다.


*

 

공연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입속에 ‘오에오’가 맴돈다. 앞서 소개한 넘버 외에도 ‘나의 길’, ‘운명’, ‘놀아보세’, ‘정년 당연한 일인가’와 같은 중독성 있는 넘버들이 많아서 극에 대한 감상이 오래 지속되는 기분이다. 전통과 현대의 연결, 장르적 융합, 적극적인 관객참여, 다양한 조명 활용 등 독특한 시도가 돋보였던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으로부터 불어온 바람이 끊이지 않고 여기저기 퍼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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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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