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다채로움을 향한 탐험, 작곡가 박종학의 이야기

"사람들이 작곡을 많이 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글 입력 2023.11.2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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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이자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flash Won’을 지난 23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음악은 자신에게 ‘쾌락과 오락’이라고 말하는 그의 눈은 인터뷰 내내 반짝이고 있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의 낯을 마주하며 ‘flash Won’이 추구하는 음악과 세계 그리고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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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만 있던 추상적인 무언가,

분명 형체가 없었는데 그걸 다 만들고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제 귀로 들리잖아요.

그때의 쾌감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그걸 한번 느껴보면 음악을 많이 사랑하게 될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는 ‘플래시 원(flash Won)’, 박종학입니다. 드라마, 게임 등 장르 가리지 않고 최대한 폭 넓게 작곡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마술사를 꿈꿨어요. 함께하던 학생들이 연습할 곳이 딱히 없으니 연습실 겸 사무실을 만들어 빌려주곤 했죠. 그 중 음악 하는 친구의 영향을 받아 저와 동료들의 공연 음악을 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가로서도 활동하게 되었어요. 꽤 유명한 마술사도 나에게 음악을 의뢰할 정도라면 내가 이 분야에 재능이 있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깊게 파게 됐던 것 같아요.

 

 

현재 싱어송라이터로서 활동하고 계신데요, 작업 방식이나 루틴을 소개해주세요.

 

저는 극 J예요. 완전히 J예요. 그래서 예술가분들 입장에서 반가워할 만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저는 조금 공장처럼 해요. (아이디어와 계획으로 꽉 채워진 메모장을 보여주며) 이 중에는 개인 작업도 있고 의뢰받은 작업도 있어요. 이렇게 작업하다 보면 포트폴리오도 쌓이고 또 예술적인 영감을 계속 갈구하게 돼요.

 

길을 걷거나 영화를 보면서 제가 써야 할 곡들의 리스트를 만들어요. 적어 두었다가 그에 맞는 악기나 샘플, 레퍼런스를 찾아보고, 그 순간에 전념하는 식이죠. 이렇게 만들다 보면 언젠가 그 곡이 팔리거나 발매가 꼭 돼요. 노는 곡은 없거든요, 결국에는. 그래서 의뢰 주시는 분들이 ‘혹시 이런 느낌의 곡도 가능해요?’ 하고 마이너한 곡의 레퍼런스를 들고 올 때, ‘그런 곡 이미 몇 개 있어요.’ 하면 신기해하시더라고요.

 

 

‘노는 곡은 없다’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그래서 제가 존경하는 분 중에 ‘앤디 워홀’도 있는 거예요. 왜냐하면 그분은 랩 이름을 ‘팩토리(The Factory)’라고 지었을 정도니까. 저는 양산형이 다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물론 항상 비슷한 음악만 기계적으로 찍어낸다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한 곡을 쓰기 위해서 그 장르에 대해 최대한 연구해요.

 

최근에는 월드 음악에 관한 공부를 다시 하고 있어요. 그렇게 배우면 적용하고 싶어서 곡을 쓰고, 또 쓰다 보면 막히는 게 있어서 공부하고… 계속 그런 식으로 공부할 게 많아지는 것 같아요. 할수록 공부할 게 많아져요.

 

 

그렇다면 곡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완전히 ‘화성’파입니다. 무조건 화성을 중시해요. 그래서 조금 현학적인 화성이 나올 때가 많이 있어요. 상상도 못한 구간에서 전조가 된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이렇게 약간 생뚱맞을 때 오히려 쾌감이 있더라고요.

 

 

특별히 좋아하거나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 또 평소에 어떤 음악을 자주 들으시나요?

 

제일 영향을 많이 받은 아티스트는 화성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제이콥 콜리어(Jacob Collier)’, 사운드적인 부분에서는 ‘플룸(Flume)’이에요.

 

저는 제이팝을 좋아해요. 화성에서의 쾌락을 추구하는 음악이 일본 내에선 아직도 대중적으로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인 시기는 좀 지났다고 보고 있거든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이런 곡들은 굉장히 화성적이잖아요. 저는 그런 음악을 좋아하는데, 그게 아직 남아 있는 일본 음악을 자연스럽게 많이 찾고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작업을 할 때 아이디어나 영감은 어떤 부분에서 많이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전 농담에서 많이 받아요. 예를 들어서 예전에 ‘초보가 플러팅 하는 그런 모습’에 대한 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지금 몇 시예요?’ ‘11시 2분이요.’ ‘저도 11시 2분인데, 만나볼래요?’ 이런 식이죠. 억지스러운 장면들이 귀여웠어요.

 

이런 영상을 통한 영감을 활용해서 ‘혹시 숟가락 있으면 나랑 밥 먹을래? 혹시 핸드폰 있으면 나랑 연락할래?’라는 내용의 가사를 적어봤어요.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농담에서 많이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다양한 악기를 다루신다고 알고 있어요. ‘키보드워리어’라는 곡 가사에도 ‘베이스, 피아노 그리고 기타까지 모두 연습의 결과’라고 언급하기도 하셨죠. 이렇게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배워가고 몰입하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시나요?

 

작곡가들이라면 아마 공감할 거예요. 문득 머리에 멜로디가 딱 떠올라서 곡을 쓰기도 하지만 반대로 간신히 짜낼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그냥 멜로디가 나올 때까지 온종일 피아노를 치다가 좋은 게 나오면 그걸 쓰기도 해요. 악기를 하나 더 다루게 된다는 건 그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그 악기로 하기 편한 멜로디 라인이나 나오는 영감들이 조금씩 다르거든요.

 

피아노의 경우 3도 5도씩 떨어뜨려서 다른 사운드가 나온다면, 색소폰을 다루게 되는 순간, 반음(크로메틱)에 대한 눈이 떠지고 호흡에 대한 감도 생기죠. 그렇게 내가 기존에 하지 않던 새로운 스타일이 튀어나오게 되니까 악기를 계속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음악 이외의 관심사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쉴 땐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시나요?

 

진짜 음악만 하긴 해요. 거의 취미가 따로 없고… 뭐가 있을까요? 노는 거랑 일하는 게 딱히 분리가 안 돼 있는 사람이라서. 게임을 하긴 합니다. (웃음)

 

 

음악을 하다가 지칠 땐 어떤 식으로 해소를 하시나요?

 

사실 크게 지친다고 느꼈던 적은 없어요. 물론 슬럼프 비슷한 게 오기는 해요. 정신적으로 지치기보다는 뭔가 (아이디어가) 고갈된다는 점에서 있죠. 뻔하고 똑같은 것만 나오고, 노래를 거의 다 만들었어도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이런 곡을 만들면 누가 들을까, 이 곡을 세상에 하나 더 내는 게 의미가 있을까?’ 이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제가 많이 하는 게 실험인 것 같아요.

 

악기를 배우는 것도 저에 대한 실험의 일환으로 볼 수 있죠. 안 하던 짓을 한 번씩 해보는 거예요. 보통 그렇게 실험을 한 첫 곡은 망해요. 근데 거기서 얻은 어떤 아이디어가 제가 지금 막혀 있는 곡을 뚫어줄 때가 있어요. 과감함이 중화되면서 참신함으로 바뀌게 될 때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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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에 대해서도 여쭙고 싶어요. 지금 운영하고 계신 ‘flash Won’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아는 걸 많이 공유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걸 통해 사람들이 작곡을 많이 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작곡이 굉장히 좋은 취미이자 음악 수준과 기준을 높여줄 수 있는 좋은 무기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어렵지만. 정말 간단한 후크송이나 포크송이라도 그걸 만들었을 때의 짜릿함이 있어요.

 

내 머릿속에만 있던 추상적인 무언가, 분명 형체가 없었는데 그걸 다 만들고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제 귀로 들리잖아요. 그때의 쾌감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그걸 한번 느껴보면 음악을 많이 사랑하게 될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아티스트로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해요.

 

‘사고실험’이라는 앨범이 나옵니다. 제 목소리를 거의 넣지 않고 음악만 듣는, 조금은 기괴할 수 있는 장르예요. ‘글리치 합’이라는 장르죠.

 

앞으로 활동은 어쩌면 좀 이분법적으로 하게 될 것 같아요. 대중음악, 상업 음악을 하는 저와 마이너한 음악을 하는 저를 예전에는 어떻게든 결합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 둘의 상호작용이 그렇게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마이너한 층은 ‘너무 대중적이잖아’ 하고 돌아서고, 대중들은 오히려 심오하게 느끼니까.

 

그 교집합을 과감히 버리고, A와 B의 다이어그램이 따로 노는 상태로 작업을 이어가고자 하는 게 앞으로의 계획이에요. 그렇게 해서 어쩌면 나중에 반가운 상황이 올 수도 있잖아요. ‘(그 음악을 했던) 그 사람이 (이 음악을 하는) 그 사람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신곡 ‘사고실험’에 대해서 조금 더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아인슈타인이 머릿속으로 사고 실험을 많이 했어요. ‘중력과 가속도는 같은 게 아닐까?’, ‘빛보다 더 빨라질 수는 없을까?’하고 머릿속으로 그린 거예요. 이번 곡이 저에게 그런 실험이었죠.

 

곡마다 콘셉트가 하나하나 있어요. 예를 들어 ‘박자가 이 순간 완전히 달라지면 어떨까?’, ‘전혀 다른 멜로디가 하나씩 삽입되어 어지럽게 뭉칠 때, 우리는 이전의 멜로디를 기억하면서 따라가게 되지 않을까?’ 이런 실험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앨범 소개는 트랙 리스트가 아니라 ‘실험 일지’라는 이름으로 적어보았어요. (이 일지를) 같이 보면서 곡을 들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의도가 분명한 곡들이기 때문에 같이 보면서 감상해도 방해되지 않을 거예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음악 정말 좋아하는 소위 ‘음잘알’들이 ‘이거지!’라고 말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게 꿈입니다. ‘플래시 원을 안다고? 음악 좀 아는구나.’ 이런 입장이 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어디까지나 방에서 계속 마우스를 만지는 작곡가이기 때문에 엄청난 인지도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플래시 원 노래라면 기대된다.’, ‘이번엔 또 어떻게 놀라게 할까?’, ‘대체 이 황당한 건 뭘까?’, ‘제정신 아니네!’ 이런 소리를 듣는 게 목표예요.

 

 

[고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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