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이 영상처럼 재생되는 - 히든 스테이지 [전시]

스포트라이트가 품고 있는 꿈의 무대
글 입력 2023.12.0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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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카메라 기능 중 ‘라이브포토’라는 것이 있다.


찍은 사진을 봤을 땐 찰나의 순간을 오로지 한 장으로만 기록한 것 같아도, 그 사진을 꾹 누르고 있으면 영상처럼 재생이 된다. 촬영 전 1.5초, 그리고 촬영 후 1.5초가 함께 찍혀, 한 장의 사진 속에서도 생생함을 같이 느낄 수 있게 된다.

 

핸드폰 속에서만 찾을 수 있었던 라이브포토 기능이, 어느 날 내 두 눈에서 실행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 경험의 장소는 드림그림 장학생들과 서양화가 배준성의 [Hidden Stage] 전시장이었다.


우선 ‘드림그림’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먼저 하자면, 2012년부터 한성자동차와 한국메세나협회가 운영하고 있는 미술 영재 장학사업이다. 예술 분야에 꿈을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 멘토링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이번에 다녀온 ‘히든 스테이지’ 역시 배준성 작가와 드림그림 장학생들과의 콜라보가 이루어진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배준성 작가 신작 ‘On the Stage’와 각자의 꿈과 소망이 녹아져 있는 여러 무대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드림그림x배준성 콜라보레이션]on the stage-hidden stage_some picnic, 2023, Oil on canvas, 181.8 x 227.3cm (1).jpg

 

 

어떤 부분부터 봐야 작품의 흐름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다른 전시들과는 달리, 히든 스테이지 속 작품들은 어둠과 밝음의 영역이 확실하게 나눠져 있어 자연스레 빛을 따라 훑었다.


위 작품 속 스포트라이트가 비치고 있는 각각의 영역을 파헤치면서, 디테일에 감탄했다. 캠핑을 즐기고 있는 두 사람 가운데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는데, 열기와 장작 탄 냄새가 직접 전달되는 것 같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와 파도와 함께 얕게 펼쳐진 초록빛 바다까지. 정말 세상에 둘만 남겨진 것처럼 조용하고 평온해 보인다.


또 다른 스포트라이트 영역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두워서 안 보였던 나무의 색깔이 조명으로 분홍색임을 알려주고,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밝게 웃는 네 사람이 보인다. 그리고 여우와 오리로 보이는 동물들을 따라 시선을 내려가면, 떨어진 나뭇잎 하나 없이 투명한 수영장 속 평화로운 여성이 보인다.


사실 다채로운 색 이외에 다른 배경들도 자세히 보면 다양한 궁금증이 생긴다. 수영장 물을 마시려고 하는 호랑이는 안 위험한지, 으리으리해 보이는 저 건물은 무엇인지 등등. 오히려 색을 빼앗긴 다른 영역들은 추리하기에 좋은 흥미로운 장치처럼 느껴졌다.

 

 

KakaoTalk_20231205_194937299.jpg

 

 

이 작품 역시 숨어있는 요소가 다양해서, 한자리에 오랫동안 서서 감상했다.

 

약 1초 전 나무에서 다이빙한 아이의 모습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풍덩 소리와 함께 자잘한 물방울이 튀는 찰나의 순간들이 마치 라이브포토를 되돌려 보듯 연상되었다. 이 밖에도 너그러운 미소로 자고 있는 판다, 조금은 지루해 보이는 아이들, 새를 잡기 위해 새총을 겨누고 있는 아이까지. 한 작품 속에서도 저마다의 성격이 드러나고 있었다.


전시회 벽면에는 이러한 설명 문구가 적혀있었다.

 

[‘On the Stage’는 조건과 작용이 연속되는 작품이다. 작품 속 다양한 장면은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같이 인과 없이 이어지는 구전동요처럼 산발적으로 위치하고, 그 자체가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중략) 작가는 무언가를 억지로 엮어내는 인위적인 시도보다 기억 속 멜로디를 흥얼거리듯 자유로운 발상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이어지는 이미지 간의 흐름과 변화를 동기로 삼고 시리즈를 완성했다.]


신기하게도 작품 보는 내내 스포트라이트 속 인물의 상황을 유추해 보고, 하나하나 뜯어보며 분석하는 동안 “이상하다”, “어색하다”, “말이 안 된다”와 같은 표현 단어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평화로워 보인다”, “신비하다”, “아름답다”, “섬세하다”처럼 어쩌면 동화 같은 표현들이 떠오르는 이유가, 작가가 의도한 바에 자연스레 녹아든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스포트라이트는 무조건 주인공이어야만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 걱정 없이 평화롭게 취미를 즐기는 사람, 유유히 수영을 즐기는 사람, 아무런 방해 없이 편안히 돌아다니는 동물 모두 스포트라이트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히든 스테이지 속 모든 작품들은 라이브포토처럼 손으로 꾹 누르고 있으면 살아 움직일 것 같았다. 우리의 일상이 그림에 담겨 있는 것처럼 현실적이기도 하고, 약간의 판타지적 요소가 결합되어 생생한 자극이 더 쉽게 전달된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전시 작품 속 무대들을 그려 낸 배준성 작가와 드림그림 장학생의 또 다른 히든 스테이지를 응원하고 싶다.

 

 

 

아트인사이트 컬쳐리스트 명함.jpg

 

 

[김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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