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른자의 우리 몸의 공통점 [미술/전시]

실린더2 전시 《Yolk 노른자》 관람 후기
글 입력 2023.06.2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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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른자’를 떠올려보라고 한다면, 노른자의 다양한 특징들을 바탕으로 머릿속에 노른자가 그려진다. 불투명하고, 쉽게 터지면서도 내부의 핵심으로 존재하며 끈적하면서 비릿하다.

 

실린더의 새로운 공간 실린더2에서 첫 전시로 《Yolk 노른자》를 개최한다. 전시는 노른자가 가진 특성을 육체적이고 감각적인 층위로 치환시켜 주제로 삼아 최고은, 이은실, 이유성 세 작가의 작품을 한 데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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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이은실 작가의 작품들이 만들어내는 푸른 빛의 공간을 감지하게 된다.

 

〈Hold on〉 (2022)은 푸른 배경을 바탕으로 하얗게 물보라 치는 폭포의 역동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폭포의 움직임이 너무도 강렬해서 오히려 아래로 떨어지는 게 아닌, 위로 솟구치는 느낌마저 든다.

 

그러한 생명력은 통상적으로 푸른색이 가져다주는 고요함과 침묵의 깊이에 대항하여 소리치는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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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d on〉에서 보였던 폭포의 형상, 곧 위가 좁아지는 형태의 원기둥은 〈가장 외로운...〉 (2013)에서 정반대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하늘빛의 배경에 평행하게, 수평적으로 느릿느릿 배회하는 혹은 거니는 듯한 검은 형체는 왠지 모르게 낯설면서 두렵게 다가오며, 그것에 달린 무수한 털은 불쾌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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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er Space〉 (2022)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 시리즈 역시 청록빛을 배경으로 하며 나무 혹은 나뭇가지의 형태들이 어렴풋이 보인다.

 

둘의 차이라면 〈Inner Space〉의 경우 폭포와 같은 수직적인 힘의 양옆으로 소나무가 자리 잡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 나뭇가지들은 가로로 흐르는 거센 바람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전시실 가운데엔 최고은 작가의 작품 〈글로리아 Gloria〉 (2023)가 우아하게 서 있다.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바닥으로 길게 뻗어 나가는 형태는 마치 나무가 물을 찾아 뿌리를 내리는 것과 유사하지만, 건축 공간 아래를 지나는 수도 설비용 파이프라는 점에서 자연과의 친밀성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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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라는 재료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광택은 반짝이는 노른자가 흘러내리는 듯하지만, 그 근원을 찾아 올라가 보면 날카롭게 깎여있는 파이프를 만나게 된다. 부드러우면서도 첨예한 감각을 느끼는 오묘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뚝 서 있는 수직의 좌대에서부터 뻗어 나와 아래로 넓게 퍼져가는 모습은 수직성에서 수평성으로의 전환을 보여주며 신체적 층위에서 작품을 경험하도록 만든다.

 

이유성 작가의 〈Overthinker〉 (2023)는 일반적인 석류를 반으로 쪼갰을 때 드러나는 단면의 모습을 하고 있다. 동시에, 작품의 제목 “Overthinker”는 석류의 무수한 알갱이와 연결되며 작품의 형상에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뇌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매끈한 표면과 달리 울퉁불퉁하면서 다소 흉측하게 보일 수도 있는 내부의 모습은 불안한 내면을 상징하는 듯 인간 형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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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하나를 통째로 깎아 만든 듯한 〈전차 Chariot〉 (2023)를 마주할 때도 불현듯 인간 신체가 떠오른다.

 

타로 카드 중 하나인 ‘전차’카드의 전차처럼 스핑크스의 모습 같기도 한 나무의 형태는 장미 모양의 ‘머리’와 바퀴 모양의 ‘다리’를 갖고 있다. 그러한 시선에 다다르면, 목에 달린 밧줄로부터 알 수 없는 불쾌감이 밀려온다.

 

스스로 나아가지 못하고 앞선 어떤 것에 의해 끌려다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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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서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노른자의 특성을 ‘관능적인’ 차원에서 생각해 볼 때 세 작가의 작품은 우리 몸(혹은 정신)에 대한 은유로서 연결된다.

 

수직과 수평, 이성과 감각이 중첩되는 지점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다.

 

 

[정충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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