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넌 '아멜리에'가 왜 좋아? [영화]

섬광처럼 지나가는 행운을 잡는 법
글 입력 2023.05.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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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멜리에>를 검색하면 나오는 말들은 죄다 ‘사랑스러운 아멜리에’이다.

 

그녀가 사랑스러운 건 분명하다. 아리따운 단발 머리, 가끔 카메라 앵글을 바라보는 큰 눈, 행운을 가져다 주려고 마음 먹는 마음씨, 등 전체적으로 나오는 그녀의 서사는 사랑스러움을 어필한다. 하지만 이상하게 <아멜리에>는 계속 보고싶은 영화는 아니다. 그 이유들에 고찰해보았다.

 

첫인상 - 아멜리에가 재기 발랄해 보였다. 수줍고 내성적이지만, 모든 작전이 있는 그녀이다. 못된 사람은 나름의 소소한 복수들로 혼내주고, 어떤 이에게는 행운을 선물해 주기도 한다. 사랑의 경우에서도 직진보다 돌아 돌아 가야 하는 비탈길을 선택해 자신의 작전 안에 들어오게 만들어 결국 성공한다.

 

난 작전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으로서 아멜리에가 신기하고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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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영화 속에는 많은 사람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tmi들이 나온다. 말하자면 취향과 소확행 관한 것들이다. 이건 프랑스 민족 자체의 주관이 확실하고 비판적인 분위기에 따라 나온 내용 같기도 하다.

 

크림 브륄레 티스푼으로 깨뜨리기, 물수제비 뜨기, 포장지 터뜨리기 등을 좋아하는 주인공들 그리고 물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몸에 달라붙는 수영복, 목욕하면 쭈굴쭈굴해지는 손, 옛날 영화에서 앞을 보지 않고 운전하는 등장인물 등을 싫어하는 주인공들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이런 소소한 좋고 싫음이 확실하다는 것 자체가 순간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다는 뜻 같다. 그 순간들을 하나하나 느끼고 음미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취향들 같다. 그런 점에서 이 뚜렷한 주인공들이 피곤하기 보다, 흥미롭다고 느꼈다.

 

두 번째 인상 - 두 번째 보면 동화 같은 아름다운 화면 속 깃든 슬픔들이 서서히 보인다. 실제로 백설 공주 동화의 원형, 나르시스 신화를 띄고 있다는 해석도 많다. 아픈 어릴 적 기억들, 그 일들로 홀로 세상을 지각하는 아멜리에. 그녀에게 공감이 갔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아멜리에처럼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졌었다.

 

혼자이지만 외로운 시선이 아닌, 따스하고 흥미를 가진 시선으로. 홀로인 게 슬프지만, 어느 정도 자신에게 연민을 가지고 울고 나면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 남은 가족들과 사람들에게 큰 기대보다는 옆에 묵묵히 있어주는 무심한 사랑. 가끔 삶이 버거울 때, 그녀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대입해 볼 수 있었다.


세 번째 인상 - 그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멜리에>라는 이야기는 화려한 만큼, 내가 해석했던 것보다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그것들을 모두 감당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처음 느꼈던 좋은 감정과 장면들만 이 영화에서 가져가고 싶었다. 그래서 세 번째 볼 때는 보다가 끊었다.


이 글은 내 추천으로 <아멜리에>를 본 친구가 ‘넌 대체 아멜리에가 왜 좋아?’라는 물음으로 시작된 글이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었다. 얼마 전에 아멜리에 보기를 그만두었던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나?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그토록 강렬하게 꽂혔던 이유가 뭐지? 나는 처음 표면적인 아멜리에의 이야기를 감각했던 것 같다.

 

소소한 재미와 행복을 추구하는 이 영화 속 인물들을 동경하고 싶었다. 워낙 중요하다고 추구하는 가치관이라. 이 영화를 아직 안 봤다면 아 부럽다. 처음 볼 때 모든 걸 이 영화의 장면 장면에 집중한 채 제대로 감상하길 바라며, 마치겠다.

 

"행운은 자전거 레이스 같은 거야. 기다리면 섬광처럼 지나가지. 붙잡을 수 있을 때 꽉 잡지 않으면 후회해."

 

 

[신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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