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피겨도 팀플레이가 되나요 [운동/건강]

팀 코리아로 활약하기까지
글 입력 2023.04.2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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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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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피겨스케이팅은 극도의 개인플레이의 대표적인 예 중 하나였다. 빙판 위 주어진 음악에 맞춰 자신의 신체적 역량을 끌어내며 기술들을 선보이는 피겨란 종목은, 그 모든 과정과 결과를 오로지 선수 혼자만의 힘으로만 이루어 낸 것으로 느껴졌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사실 피겨뿐 아니라 다른 모든 스포츠 역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 개인의 한계를 뛰어넘는 외로운 여정을 보내야 한다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고독한 스포츠’라는 인식이 깊게 심겨 있었고, 이는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바뀌지 않았었다.


하지만 며칠 전, 이런 생각을 조금이나마 바꿔놓은 경기를 보게 되었다. 혹시 피겨도 단체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경기를 볼 때 어떤 프로그램이 좋은 구성인지, 스케이팅 기술은 뭐가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무엇보다 평소 피겨에 대해 엄청나게 잘 챙겨보지도 않는 나로서는 팀 단위로 출전하는 피겨 대회가 있다는 점은 매우 새로웠고, 궁금했다. 당시에는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거지?’라는 생각이 지배했다.


그리고 내 기대치만큼, 아니 그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훌륭한 대회로 뇌리에 박혔기에, 미숙하게나마 후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앞서 말했듯이, 필자는 본 종목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도 않고, 평상시 피겨스케이팅에 대단한 애정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그러니 경기에 대한 개인적인 단상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읽어주길 바란다.

 

 


유일무이한 팀 대항전, ISU 피겨 월드 팀 트로피



피겨 월드 팀 트로피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주최하는 국제대회 중 하나로, 2년에 한 번 개최된다. ‘팀 트로피’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겠지만, 위 대회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국가 단체 대항전이라고 할 수 있다. 본 경기에서는 여자 싱글, 남자 싱글, 페어, 아이스 댄스 총 4가지 종목을 모두 겨루게 되며, 각 종목의 순위를 점수로 환산, 합산하여 다시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팀 트로피에 참가 자격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편인데, 바로 시즌 동안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6개국 안에 들어야 한다는 것. 이렇듯 출전 자체도 힘겨운 대회에, 대한민국에 참가 자격이 주어졌다. 한국 피겨 역사상 최초이다.


그러나 메달권에 들기에는 다소 어려운 감이 있었다. 첫 단체전인 데다가 참가국 중 최연소 선수들로 이루어졌다는 점, 페어, 아이스 댄스 종목은 상대적으로 불안하다는 점 등으로 높은 순위에 드는 것은 약간 버거워 보였다.

 

 


빛나는 것은 메달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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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팀코리아가 이런 예상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바로 최종 2위를 기록해 은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룬 것. 동메달을 획득한 일본과는 단 1점 차이로, 극적인 결과였다. 한 선수도 빠짐없이 노력해 주었기에 얻어낼 수 있었던 결실이었다.

 

다만 눈에 띄는 성적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앞으로의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싶다. 이번 2023 팀 트로피는 무엇보다 개개인의 성과와 발전의 희망이 돋보이는 경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모두 시즌이 끝나갈수록 점점 더 발전하는 선수들이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기도 한다.


우선 팀코리아의 주장 차준환 선수는 쇼트 2위, 프리 1위로 남자 싱글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메달 색깔을 결정짓는 역할을 해주었다. 특히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올 클린 연기를 선보여 시즌 베스트 점수를 갱신하였다.

 

 


 

 

이어 이해인 선수는 여자 싱글 전체 1위를 달성했다. 쇼트와 프리 두 가지 종목 모두 올 클린으로 1위를 기록하고, 동시에 자신의 최고 기록을 넘어서며 시즌을 마쳤다. 메달권 확보에 가장 크게 기여한 선수이기도 하다.

 

 


 

 

김예림 선수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쇼트 7위, 프리 3위를 달성했다. 그중 프리 프로그램은 이번 시즌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특히나 선수 개인에게 아쉬움이 꽤 남았을 것 같은데, 다행스럽게도 올 클린한 연기를 선보이면서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이시형 선수도 나쁘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프리에서 아쉬운 점수를 기록했으나,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실수 한 번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요소를 클린하게 처리해 주었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내가 가장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이스 댄스와 페어 부문이다. 한국 피겨에서 주목받을 만한 팀이 탄생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바로 두 종목 모두 기대주들이 등장한 것.


비록 모두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지만, 이 두 팀이 있었기에 팀 트로피에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복수국적으로 다른 나라를 택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대표팀을 선택해 준 것 자체만으로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스 댄스의 임해나/예콴 팀은 이번 팀 트로피 경기로 앞으로의 발전이 더더욱 기대되는 팀이다. 주목할 점은 이 대회가 시니어 데뷔전이라는 것. 또한, 팀 트로피에 나가기 위해 새 프로그램을 약 1달 만에 연습해 온 것을 감안하면, 위 성적은 전혀 아쉬운 것이 없다고 본다. 오히려 프리에서는 개인 최고점을 기록하여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는 편.

 

 


 

 

페어 종목에는 조혜진/스티븐 에드콕 팀이 출전하였다. 둘은 합을 맞춘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많은 실수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클린 연기에 성공했다. 게다가 이번 팀 트로피가 첫 국제대회 참가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선수들 역시 앞으로 더 많은 경험을 쌓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듯 메달권을 확보하기에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 속에서도 은메달이라는 성적을 거둔 것은 한두 사람만의 노력이 아닌, 모두가 최선을 다하여 경기에 임한 결과였다. 진정한 ‘팀플레이’를 통해 거둔 성과인 것. 키스 앤 크라이 존에서 동료 선수들을 재치 있고 진심 어리게 응원하는 장면은 진정한 팀이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피겨란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만을 할 뿐이라는 나의 시각이 이 경기로 인해 조금이나마 변화하게 되었다.


피겨 전용 빙상장조차 없는 불모지에서 인재들이 등장한다는 것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나로선 기쁠 뿐이다. 척박한 환경 안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낸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한, 한 부문이 아닌 모든 종목에 기대주들이 한 번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이번 시즌이 끝이 아닌, 앞으로 빛날 그들의 발자취와 한 팀으로서의 행적을 기대하는 바다. 팀코리아를 볼 수 있는 날이 계속되기를 소망하며, 다음 시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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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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