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인간은 모두 욕망을 가진 동물 아니겠는가 [영화]

영화 <기생충>에서 나타난 욕망에 관한 고찰
글 입력 2023.02.19 11:3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영화 속 주인공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관객은 주인공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아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흥미를 느끼고 스토리에 몰두하게 된다. 구조가 잘 짜인 시나리오는 도입부에서부터 관객의 시선을 끄는 인물을 등장시켜서 그가 가지고 있는 열망과 절박한 요구가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는 장면을 제시한다. 그런 면에서 영화 <기생충>은 구조가 매우 잘 짜인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영화 초반부터 주인공인 기우가 자본주의적 욕망을 꿈꾸게 되고 이에 대한 갈등과 결말들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욕망을 갖게 된 계기와 욕망으로 인해 생기게 되는 갈등들을 라캉(Lacan)의 정신분석학 개념을 활용하여 살펴보면서 작품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자끄 라깡의 정신분석이론 ‘욕망이론’



자크 라깡(J. Lacan)은 프로이드(S. Freud)의 정신 분석학 및 사회 문 화학을 통해 새로운 정신분석 이론을 주장하였다. 그의 이론적 배경의 주된 이론은 ‘욕망이론’으로 인간의 욕망을 분석한 이론이다. 그는 인간의 욕망을 욕구와 요구 로 구분하였으며, ‘인간의 욕망은 곧 타자의 욕망’이라는 기본적인 명제를 가진다. 자크 라깡(J. Lacan)은 주체 및 타자의 관계에 대해 깊이 연구를 하였는데, 그는 이것을 상상계(거울단계)와 상징계(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그리고 실재계(욕망하는 주체)로 구분하여 정의하였다.


자크 라깡(J. Lacan)의 욕망이론은‘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라는 기본 명제를 가진다. 그와 동시에 주체의 응답은 ‘인간의 욕망 및 타자의 욕망’으로 생성이 된다. 자크 라깡(J. Lacan)이 주장하는 기본 명제인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 은 두 가지로 나누어 해석해 볼 수 있다.

 

첫째, 타자를 통하여 인간은 욕망의 대상이 되고자 한다. 인간은 타자에게 성적으로 욕망의 대상이 되고 싶어 하며, 또한 타자에게 인정받고자 한다. 각각의 욕구의 대상에는 그에 상응하는 특수성이 있고, 부모든 아이든 어떠한 것을 요구할 때는 그 밑바탕에 완벽한 사랑에 대한 기대가 기초한다.

 

둘째,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 안에서 생성된다는 의미이다. 인간이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타자는 부모다. 아기의 욕망은 부모인 타자를 통하여 만들어진다. 이것은 주체의 형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며, 타자의 욕망은 인간의 욕망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은 스스로 자율적 존재로 태어나며, 자 연스럽게 욕망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타인으로부터 이루어지는 것이다. 라깡은 이런 현상을 ‘소외’ 라고 명칭 한다. 인간은 출생 전에도 부모의 욕망(혹은 요구)에서 소외되어 있으며, 타인의 욕망을 통하여 소외되어 있으므로 그 주체는 진정한 주체가 되어 태어날 수 없다. 인간이 진정으로 인간적인 주체가 되는 방법은 인간을 소외한 타자의 요구에서 해방되어서 자신의 고유한 욕망 과 충동을 만족시키고, 발견해야만 한다. 즉, 진정한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타자의 욕망과의 분리과정을 거쳐야 한다. 타자의 포로가 되면 죄책감, 열등감, 수치심 등의 감정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나 느끼고자 하는 진정한 만족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 <기생충>에 나타난 주요 등장인물의 욕망


 

기생충01.JPG

 

 

욕망의 시작: 욕망을 심화시키는 요소

 

영화는 두 개의 선물로 시작된다. 명문대를 다니는 친구 민혁이 사수생 기우에게 선물한 산수경석(山水景石)과 부잣집 자녀를 가르치는 과외 자리이다. 그리고 이들은 기택일가의 욕망을 점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먼저 산수경석은 자연의 경치가 축소되어 있는 수석으로 재물과 운을 가져다 주는 돌이다. 산수경석은 자연을 떠나 인간세계로 들어와 장식품이 된 돌로 볼 수 있다. 즉 원래의 있었던 자리를 떠난 돌이다. 가족 모두 일자리가 없고, 전화도, 와이파이도 끊긴 상태에 놓여 가난과 결핍에 허덕이며 피자 상자 접기 알바를 하는 기우에게 재물과 운을 가져다준다는 산수경석은 그의 욕망을 자연스럽게 자극하게 된다. 산수경석의 의미를 듣고 나서 “상징적인 거네.”라고 말하는 기우에게 그의 아버지인 기택은 “참 시의적절하다.”라고 대답하며 그의 가족 모두는 산수경석을 애지중지한다. 라캉에 의하면 대상 a는 주체의 보충물로서, 주체의 욕망을 언제까지나 불러일으키는 환상적 파트너다. 그리고 욕망은 자세히 말해 대상을 갖지 않으며, 끝없는 탐색이며 만족되지 않는다. 욕망의 원인으로서의 대상 a는 욕망을 이끌어내는 무엇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산수경석은 궁핍한 삶에 허덕이는 기우의 욕망의 주체로서의 결핍을 실제로 드러내게 하는, 재물과 운에 관한 욕망의 원인-대상 a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작품 후반부에 가면 침수로 잠긴 기택의 반지하 집안에서 산수경석이 물 밑에서 떠오르는 장면을 언급할 수 있다. 기우는 아버지 기택에게 산수경석이 자신에게 따라붙었다고 이야기한다. 주체인 기우에게 주체의 보충물인 산수경석은 철에 붙은 자석처럼 따라붙는다. 돌이 물에서 떠올라 기우에게 따라붙는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거나 그저 우연의 일치인 것처럼 보이지만 산수경석의 ‘부와 재물’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알고 있는 기우에게 이는 운명처럼 느껴진 것이다. 무엇보다 산수경석의 내포된 의미는 기우에게 선을 넘는 과도한 그리고 다혜와의 결혼과 같은 허황된 욕망을 믿고 추구하게 만든다.

 

기우의 욕망을 눈뜨게 하는 두 번째 요소는 기우에게 전달되는 과외 자리이다. 이는 원래 민혁이 하고 있던 영어 과외인데, 그는 성공한 글로벌 IT기업의 젊은 CEO 박 사장의 딸 다혜를 가르치고 있었다. 민혁이 가르치던 학생인 다혜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고자 하는 민혁의 욕심으로 인해 그가 믿을 만한 친구라 여기는 기우에게 과외 자리가 선물처럼 양도된다. 민혁의 과외 자리를 합당한 자격이 없는 명문대생이 아닌 기우에게 물려준다는 점, 민혁이 유학에 가 있는 동안 다혜를 보호해 줄 것을 부탁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선물을 통해 기우의 욕망은 자라나 박 사장 집안 내 일자리에 백수 가족들을 전원 취업시킬 뿐 아니라 심지어 박 사장 딸인 다혜와의 결혼을 꿈꾸기도 한다. 기우가 민혁의 욕망을 욕망하게 된 것이다. 과외는 결국 기우의 가족 모두 정당하지 못한 욕망에 집중하게 한다. 이는 라캉이 얘기하는 주체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 속에서 형성되는데 이는 타자의 욕망이기에 당연히 소외를 낳는 욕망이다. 타자의 욕망에 소외되어 있는 한 주체는 아직 진정한 주체로 거듭나지 않으며 자신의 고유한 욕망을 가지지 못한다.  기우는 민혁의 욕망을 소유하고자 하고,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한 채 진정한 주체로 거듭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욕망의 결과: 갈등


모든 주인공이 반드시 공감을 자아내고 호감을 주는 대상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긍정적 인물이라도 ‘좋지 않은 일면’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도 좋다. 그래야 관객은 ‘저런 사람이 과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성취할 수 있을까?’ 주시하면서 긴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기우네 가족의 ‘좋지 않은 일면’은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부당한 방법으로 가지려 하는 욕망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욕망은 언제나 그렇듯이 성취를 방해하는 장애물과 갈등을 가져온다. 갈등은 신파조의 행동이나 과도한 행동으로부터 창출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무언가 성취하기 어려운 것을 성취하려 하는 인물로부터 창출되는 것이다.

 

민혁 대신에 과외를 시작한 이후에 기우는 거짓말과 위조된 문서로 그의 동생 기정을 미술교사로 취업시킬 뿐 만 아니라 가정주부였던 문광을 복숭아 알레르기를 이용하여 결핵환자로 꾸미고 그의 엄마인 충숙을 가정주부로 고용하도록 유도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기정은 박 사장의 기사 차에 속옷을 숨겨놓아 음모를 꾸미고 자신의 아빠 기택을 박사장님의 베테랑 운전사로 취업을 시킨다. 이런 사기극으로 인해 직장을 잃게 된 문광이 지하 속에 숨겨둔 남편 근세를 찾아오면서 갈등은 시작된다. 즉 기우 가족이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지하실 자리의 근세가 아내 문광을 되돌아오게 한 것이다. 가족 사기극의 정체를 알게 된 문광⋅근세 부부와 지하 안에 있는 문광의 남편의 존재를 알게 된 기우네 가족은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고 다툰다. 이는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가족이 꿈꾸었던 계획은 실패가 된다. 이런 과정에서 산수경석은 기우가 사용하는 폭력 도구가 될 뻔하기도 한다. 결국 산수경석은 문광의 남편 근세가 기우의 머리를 강타하는 등의 폭력 도구로 사용되고 만다. 가족들의 욕망을 향한 투쟁기는 살벌하고 날 선 이야기로 갑자기 돌변한다.

 

박 사장 일가가 휴가를 간 날, 기우네 가족은 빈 집에서 주인 행세를 하며 자유를 만끽한다. 술에 취한 그들은 ‘여기가 바로 우리 집이야’라고 이야기를 하는 등 자신들의 허황된 욕망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만끽한다. 갑작스러운 폭우에 집에 일찍 온 박 사장네 일가에 의해 기우네 가족은 급히 몸을 숨기고 침수해버린 반지하에 돌아가게 된다. 다음 날인 다송의 생일날, 지하에서 지상으로 뛰쳐나온 근세의 냄새에 박 사장이 코를 움켜쥐면서 기정의 부상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박사장의 반응은 기택의 돌발적 살인행위를 야기한다. 아마 침수로 돌아갈 집도 잃고, 다음날 주말 아침에 출근해서 기진맥진해진 기택은 박 사장 반응에 자신의 욕망의 자리가 침해당하였다고 생각하고 현실에 분하여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 것 같다. ‘무계획이 계획’이라 늘 이야기하는 아버지 기택이 허황된 욕망에서 깨어나 마주한 현실에서 우발적 살인이라는 파국을 만든 것이다.


 

 

영화 <기생충>속 가장 큰 비극



영화 <기생충>은 욕망으로 시작해서 욕망으로 끝난다고 생각한다. 다혜와의 결혼으로 박 사장네 집을 갖겠다는 욕망을 가졌던 기우는 자신이 돈을 벌어 박 사장 집을 사서 지하의 아버지를 구해주겠다는 새로운 욕망을 갖는다. 그리고 그런 그의 꿈을 담은 편지를 내레이션으로 이야기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사실 대다수의 관객들은 그의 꿈을 믿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이 사회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우리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꿈이 현재 사회에서 불가능한 꿈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가져보는 일종의 계획적인 욕망인 것이다. 불가능한 꿈이라는 것은 현실과 꿈 사이의 간극이 메워질 수 없음을 뜻한다.


이처럼 영화는 오늘날 일자리를 비롯한 각종 사회적 자리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경쟁 및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알레고리 (allegory)로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공생하 기 위한 조건으로서 환상의 윤리 또한 읽어낼 수 있다. 그것은 보이지는 않지만, 존중하고, 선을 지켜야 하는, 망각하기 쉬운 인간조건이 아니겠는가?


이 영화 속 가장 큰 비극은 ‘무계획이 최고의 계획’이라고 말하는 아버지 기택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기우네 가족과 같이 좌절한 n포 세대에게는 포기할 무엇을 생각하는 것 외에는 어떤 계획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기택과 달리 어김없이 또 계획을 세우는 기우의 모습에서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기우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함으로써 갈등을 겪었지만 삶을 놓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새 욕망, 올바른 방향의 욕망을 꿈꾼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희망을 갖는다.



[박현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