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 속 한 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

글 입력 2023.01.03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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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시나 공연을 보러다니는 일이 많아지면서 생긴 버릇이 하나 있다.

 

감상이 휘발되기 전에 한 문장으로 해당 전시를 정의해보는 것이다.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은 한마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은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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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달튼, 낭만을 조각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전시회는 누군가의 취향을 꾹꾹 눌러담아 만들어내는 가상세계인 만큼, 전시 장소부터 향기가 묻어있는 경우가 많다. 맥스 달튼전의 전시 장소는 63빌딩이었다. 메인 제목처럼 영화같은 장소가 아닐 수 없다.

 

투명한 돔 형태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60여개의 층을 거슬러 올라가면 꿈에 그리던 공간이 펼쳐진다. 사방을 투명하게 비추는 창, 그 안에 행복해보이는 사람들. 어느 로코 드라마에나 나올 것같은 평화로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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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중심엔 꿈의 수문장같은 문이 있다.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의 로망을 고스란히 녹여낸 연보라빛 입구다. 이 앞에서 꿈결같은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전시의 구성은 조각가가 심혈을 기울여 조각한 조각상처럼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작가의 예술세계로 이끄는 계단식 구성부터, 맥스 달튼의 취향의 심지를 엿볼 수 있는 공간까지.

 

그중 가장 마음을 오래 잡아둔 건 그의 ‘문장’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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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는 갑자기 삶의 완벽한 조화를 느꼈다. 모든 게 완벽한 듯 했다. 따스한 햇살, 향극한 공기,도시의 소음들조차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삶이 단순하고 명확해 보였다. 타인에 대한 사랑과 인류애가 물밀듯이 몰려왔다”

 

 

아주 오래도록 가만히 들여다본 문장이다. 어느 평화로운 아파트 풍경을 그린 그림 위에 쓰여진 문장이 뻣뻣한 심장에 혈기가 돌게 했다. 문장을 이룬 잉크 위에 다정함이 뚝,뚝 물처럼 흘러내렸다. 마법같은 문장이었다.

 

이처럼 맥스 달튼이 작품에 곁들인 문장들은 영화를 몰라도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나는 주인공의 이름도 모른 채 가만히 그림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 속에서 신문을 읽는 할머니의 포근한 숄과 바이올리니스트의 고요히 내리감은 눈과, 길 거리 위 행인의 자세를 보았다. 빈티지한 색채 위의 정돈된 그림 속 엑스트라들을 엿보았다. 왠지, 이 영화를 단 한번도 본 적 없지만 스토리를 읽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게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이다.

 

그는 영화를 아주 오래도록 반복해서 보다가 익숙해짐과 실증에도 빛을 잃지 않는 장면을 뽑아 특유의 구도 속에 녹여들었다. 그 순간 영화 속 주인공은 원작의 주인공이 아니라, 맥스 달튼의 주인공으로 되살아나는 것이다.

 

맥스 달튼의 낭만적인 세계관에 편입된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색을 입고 프레임의 한 귀퉁이 속에 살아숨쉰다. 그 속에서 어떠한 흐름을 건져낼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스터에그같은 요소에 더 즐겁겠지만, 나처럼 영화에 문외한이더라도 저마다의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맥스 달튼을 ‘다정한 낭만주의자’라 부르고 싶다.

 

맥스 달튼이 손으로 그리고, 붓질으로 칠한 세계 속에는 낭만이 있었다. 짧게는 90분, 길게는 3시간에 달하는 장면들을 하나의 프레임 위에 녹여내면서도 주인공만을 조명하지 않는다. 다양한 옷차림과 표정을 한 엑스트라들이 텅 빈 도로 위를 채운다. 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도로 위의 엑스트라들이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정한 유머와 낭만적인 감각이 만들어내는 130여 점의 작품을 감상하며 이런 생각을 했다.

 

“영화 속 한 장면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내가 사는 세계가 맥스 달튼의 손 위에서 재탄생한다면, 그 귀퉁이에는 ‘나’라는 엑스트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었다. 맥스 달튼의 세계관 속 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어떤 모습이겠는가?

 

한 가지 분명한 점은, 63빌딩 위에 펼쳐진 맥스 달튼의 세계는 낭만과 로망을 빚어 만든 가상세계같았단 점이다. 마치 이상한 앨리스 속 토끼굴 너머 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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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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