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전시]

글 입력 2022.12.2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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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향유하는 전시는 참 오랜만이었다. 복작복작 작은 디테일을 만나고 싶어 63 아트홀을 방문했다. 눈이 많이 온 데다 흐려서 바깥의 너른 한강 전망은 보지 못했지만, 붐비지 않아서 천천히 둘러보았다.


맥스 달튼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활동 중인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스타워즈], [이터널 선샤인], [쥐라기 공원]을 포함, [기생충] 작업으로 시작된 인연으로 봉준호 감독의 [괴물], [옥자], [마더], [설국열차], [살인의 추억] 등 봉준호 감독 완전체 섹션을 최초 공개했다.

 

또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최신작 [프렌치 디스패치]의 컬렉션 북 완결판을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선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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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으로 눈에 띄던 특징들은 영화의 함축과 인물 한 명 한 명의 표정묘사를 포함한 디테일이었다. 케이크를 반으로 갈라 단면을 보여주듯 건물이나 집 안의 사람들을 함께 그려내었기에 뜯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스무 살, 스물한 살 쯤 이었나, 혼자 전시관에 갔다가 흠칫 깨달았던 때가 기억났다. 영상에선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발을 줌인하고는 천천히 줌아웃 했고, 단계적으로 그 아랫집에서 청소하는 사람, 자는 사람, 비어있는 집, 인테리어가 신기한 집 등 이어진 걸 보여줬다.


같은 건물에서 각자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니! 생각은 나로 시작해서 나로 끝났고, (고등학교 때까진, 관계의 끝은 거기서 거기인 친구들까지였기에) 도통 남의 생각이나 생활은 궁금해하지 않았던 나였기에 몰랐던, ‘다양한 사람’에 대한 시각을 처음 배웠던 날이었다. 그리고 어렴풋이 카타르시스 같은 걸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맥스 달튼의 그림들이 더 재밌게 느껴졌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건물에 살면서도 어쩜 서로 다른 표정과 행동을 가지고 있는지, 투명하고 시원하게 뚫려있는 단면에 솔직함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고릴라] 그림에는 라면 그릇에 퐁당 빠져있는 버스와 매달려있는 사람들, 도망가는 사람들의 아주 작은 얼굴에 담긴 표정도 놓치지 않고 그려져 있다.


가까이 뚫어져라 천천히 보면, 놓치기엔 아까운 흥미로운 디테일이 많으니 천천히 향유했으면 한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작품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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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부호’라고 써진 곳부터의 전시는 ‘봉준호 감독’ 작품의 시작을 알린다. 복도처럼 이어진 공간에 우연히 위에 조명으로 눈이 갔다.

 

어? 기생충이다. 모스부호로 말을 전하던 장면이 뇌리에 꽂히면서 왼쪽 버튼을 호기심에 만져봤더니, 조명 스위치였다. 조명 버튼이라는 정보 글귀나 말이 없어서 긴가민가했었는데, 일종의 작은 설치미술이니 ‘버튼을 눌러보세요.’ 정도라도 한편에 써져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눈에 익어 반가운 [기생충]의 작품을 보니 각 공간들을 배경으로 한 장면들이 생각이 났다.

 

영화 속에서 제일 기억 남았던 장면이, 한 인물이 지하계단을 굴러 떨어지고 난 후의 그 몇 초간의 적막함을 함께 느낀 순간이었는데, 다양한 색감이 가득한 지상층과 달리 춥고 적막한 지하층의 우중충한 색감 그리고 오른편의 계단을 보곤 그림에 정말 다 녹여내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설국열차]와 [괴물] 작품 역시 디테일을 보느라 한참 서성였다. 김밥, 열라면, 나무젓가락 봉지, 배우 고아성의 교복과 배우 송강호의 샛노란 머리까지. 어릴 적 호기심과 공포감, 상상력을 알려준 작품이었는데 다시 보니 새로웠다.

 

63아트 모퉁이 쪽에 거울과 함께 밖을 볼 수 있게 만들어뒀는데 그나마 날씨가 흐려서 구경할 수 있었지, 화창한 날씨였다면 오금이 저리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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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단면과 더불어) 뒤표지를 그린 것이다.

 

프렌치 디스패치의 외관과 달리, 꽤 낡아 보이는 건물 뒷모습에 달처럼 노란 빛을 띄는 창문은 모든 것의 앞과 뒤, 겉과 속이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웃겼다. 부다페스트 호텔의 분홍빛도 뒤표지에서는 일반적인 갈색 건물 형태를 띄고 있으니 이중적인 느낌을 내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과 ‘왜 뒷모습까지 그려냈을까’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시각을 달리해 생각해보지 않은 것을 표현해놓은 전시였다. 보이는 것, 드러나는 것에만 몰두하다가 잊은(잊힌), 내면 또는 뒤에 있는 모습, 숨겨진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내 보이는 것에 한편으로는 용기라는 단어가 떠오르기도 했다. 꿈처럼 느껴지던 부다페스트 호텔이 갑자기 친근하고 인간적으로 느껴졌다고 할까.


사람도 앞뒤가 있고, 상황에 따라 서롤 가까이 혹은 멀리서 보곤 하는데, 그런 시각과 생각의 전부를 생동감있고 재미있게 모두 보여준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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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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