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이란 같은 것을 느끼는 것 [영화]

영화 본즈 앤 올의 사랑
글 입력 2022.12.13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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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에게 감각은 사랑이다.

 

<아이 엠 러브>에서 틸다 스윈튼은 사랑하는 이의 요리를 음미하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엘리오는 첫사랑에 대한 감정을 복숭아로 감각한다.

 

최근 개봉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 <본즈 앤 올> 또한 감각에 대한 영화이다. <본즈 앤 올>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두 작품 모두 첫사랑을 소재로 하지만, <본즈 앤 올>은 마치 이 세상에 주인공 둘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유일무이함을 느끼게 한다.

 

본즈 앤 올의 감각은 ‘먹다’이다. 감독은 이 감각을 식인이라는 소재로 보여주며 사랑이야기를 연출했다.

 

사랑이야기. 이 영화 또한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그 숱한 사랑 이야기이다. 사랑에 있어서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고 갖고 싶은, 상대에게 온전히 정착하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카니발리즘’의 소재로 강렬하고 원초적이게 보여준다. 또한 어떤 사랑 영화든 그 경험은 주인공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본즈 앤 올> 또한 식인을 하는 18살 여자 주인공이 사랑하여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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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주인공 매런이 세상에 홀로 남겨지며 시작된다. 매런의 아빠는 식인을 하는 매런을 감당 못 해 매런을 떠난다. 이것이 모험의 시작이다. 매런은 아빠가 두고 간 출생 증명서를 챙겨 엄마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세상 밖으로 나오니 매런에겐 집도, 돈도, 가족도, 머물 곳도 없다. 또한 나홀로 ‘식인’을 한다는 것. 이 긴밀한 비밀은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도, 의지할 수도 없다. 매런이 세상에 나와 가장 먼저 겪은 시련은 ‘외로움’이다.

 

이러한 매런은 처음으로 자신과 같은 사람을 만나지만, 끝내 설리라는 위험인물로부터 도망친다. 매런은 세상 밖으로 나와 낯선이를 만나고, 상대를 알아보고 스스로 도망친다. 이또한 어쩌면 성장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도망친 매런은 '리'를 만나게 된다. ‘리’는 티모시 샬라메 배우가 연기한 역할로, 식인을 하는 또다른 인물이다. 매런은 리를 만나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식인을 하며, 같은 것을 먹고, 같은 고민을 한다.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 하는 매런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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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주인공의 목표. 매런의 목표는 엄마를 찾는 것이었다. 매런은 그 끝에 무언의 진실이 있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매런이 찾은 것은 정신병자가 된 엄마 뿐이었다.

 

매런의 엄마는 15년 전 편지를 통해 우리 같은 괴물은 사라져야한다며 좌절하듯 이야기한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 당한 매런은 혼란스러움으로 리와 갈등을 겪게 된다. 결국 매런은 리를 떠나고, 서로 사랑하던 리와 매런은 그렇게 헤어지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후 매런이 다시 리를 찾아간다는 것이다. 매런은 몇 달 후 다시 리를 찾아가고, 둘은 한 도시에 정착하여 일을 하고 학교를 다닌다. 이처럼 <본즈 앤 올>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사랑이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고 상대방에게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다.

 

매런은 낯선 세상으로 나와, ‘식인’이라는 자신의 본성으로 인해 누구에게든 완벽한 타인되었다.

 

하지만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줄 수 있는 리를 사랑하며 성장하고 또 성장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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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와 같은 말이 있다. 매런은 끝내 리와 이별한다. 매런이 리의 뼈까지 전부 먹어버리는 ‘본즈 앤 올’의 행위는 사랑의 절정으로 묘사되지만, 나는 이때 영화가 끝난 이후 매런의 모습을 상상했다.

 

50년 넘게 홀로 식인을 하며 외로움에 미쳐버린 설리. 매런은 결코 설리와 같은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다. 매런은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이해하는 리와, 감각이라는 공통점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러한 사랑을 경험한 매런은 사랑하여 성장했고, 낯선 세상에서도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됐다. 매런은 아빠의 울타리에서 처음 나와 방황하던 아이가 아니다. 비로소 어른이 되었으며, <본즈 앤 올>의 식인을 하는 이들과 같은 불행한 결말은 맞지 않을 것이다.

 

<본즈 앤 올>은 내가 본 그 어떤 사랑 영화보다도 절절하며 유일무이하다. 이토록 견고한 사랑이 매런 안에 남아 매런을 붙들어주길.

 

그녀의 삶을 응원한다.

   

 

[김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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