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이들의 nxde, 오마주와 그 이유 [음악]

글 입력 2022.11.0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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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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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라는 타이틀 명과 티저이미지가 올라왔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 맨살의 상반신을 드러내고 있는 5명의 멤버들. 매번 다채로운 컨셉을 선보이며, “I’m not a doll”, “Just me I-DLE”을 외쳤던 아이들이 노골적인 섹시 컨셉이라니? 라고 생각했던 나를 비롯한 대중들은 공개된 ‘누드’ 의 첫 소절에 한 방 얻어맞게 된다.

 

 

“Why you think that ‘bout nude

‘Cause your view’s so rude

Think outside the box

Then you’ll like it“

 

- nxde 가사 중

 

왜 누드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해?

그건 너의 관점이 무례하기 때문이야

틀에서 벗어나서 생각해보면

너도 그걸 좋아하게 될 거야

 

   

아이들의 ‘누드’는 ”그런 누드“가 아니다.

 

누드라는 타이틀명과 티저이미지, 그리고 뮤비 공개 전 올라온 영상까지. 분명 많은 이들은 이 파격적인 단어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아이들의 벗은 모습을 기대했을 것이다.

 

 

 

 

”실례합니다 여기 계신 모두 야한 작품을 기대하셨다면

 Oh I’m sorry 그딴 건 없어요 환불은 저쪽“

 

”변태는 너야“

 

- nxde 가사 중

 

   

아이들의 리더이자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전소연은 우리가 모두 나체로 태어났음에 주목한다. 그들이 노래하는 누드는 벗겨진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 나의 진짜 모습을 입은 나이다. 다른 사람이 원하는, 그들이 사랑하는 모습으로 사랑받을 바에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미움받겠다는 아이들은 ‘누드’라는 단어를 재정의 해낸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가 ‘아가씨’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듯이.

 

*

 

아이들의 행보를 보며 한국 아이돌 시장의 변화를 느낀다. 내가 느끼기엔 3세대 아이돌까지만 해도 아이돌의 노래는 특정한 타겟층에게 팔리기 위한 이미지메이킹과 하나의 단순한 메시지나 컨셉이 주를 이룬다면, 4세대부터는 저마다의 개성 있고 확연한 세계관을 가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보인다. 예컨대 sm의 대표적인 4세대 걸그룹 에스파(aespa)는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 ae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아이브(IVE)는 그리스 로마신화와 나르시스즘을 기반으로 이어지는 세계관을 펼치며, 르세라핌(LE SSERAFIM)은 ‘IM FEARLSS’라는 문구를 애너그램한 이름으로, 당차고 강한 이미지의 여성을 그려낸다. 아이들(I-DLE)의 경우에는 한 명 한 명의 개성있는 개인인 ‘나’(I) 가 모인 집합체를 의미한다. 그룹명에서부터 ‘나’를 중요하게 다룬다는 것이 드러난다.

 

아이들의 첫 정규앨범 [I NEVER DIE]에서부터 그 메시지가 분명해진다. 타이틀곡 에서는 ”여자도 남자도 아닌 그냥 나“임을 주제로 걸그룹 곡에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욕설을 넣고, 담배나 위스키를 언급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이제 남성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전통적인 걸그룹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음을 선포하는 듯 했다. 전소연 본인도 아이돌로서는 비전형적인 이런 노래가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둘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했으나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톰보이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아이들은 nxde로, 한꺼풀 더 벗어던진 모습을 보여주기로 한다.

 

 


 

”백치미나 섹스심볼로 소비되는 여성은 시대별로 항상 있었어요. 겉모습에 대한 편견도.“

 

- 전소연, X-LOVE SHOW

 


이번 아이들의 노래와 뮤비는 상당히 많은 오마주들을 찾아볼 수 있다. 톰보이에서의 키치함이나 [I trust] 앨범의 수록곡 <사랑해>에서 연출했던 만화 슈가슈가룬의 모습 등에서 전소연의 서브컬쳐에 대한 "오타쿠스러운" 면모를 진작부터 엿볼 수 있었다. 이번 뮤비에서는 물랑루즈를 연상시키는 연출에서부터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뱅크시의 패러디를 보고서, 그녀의 대중문화에서부터 현대미술까지를 아우르는 폭넓은 지식에서 이런 다채로운 컨셉들이 나올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nxde에서 오마주 된 여성들을 다루어보도록 하자.

 

 

*예솔 출판, 수잔 맥클러리 지음의 <페미닌 엔딩>을 직, 간접적으로 인용하였습니다.*

   

 

카르멘(1875)

 

전소연이 인터뷰 등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찾지 못했으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이들의 nxde에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중 하바네라가 샘플링 되어있음을 눈치챘다. 엠카운트다운 컴백무대 오프닝에서 이를 확신할 수 있게 되었고,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했다.

 

 

 


 


카르멘과 무대 위의 쇼걸 복장을 한 아이들은 상당히 닮아있다. 카르멘은 매우 관능적이고, 그 성적 매력과 미모로 주인공인 호세를 비롯한 많은 남성들을 유혹하는 팜므파탈의 전형인 캐릭터다. 당시 클래식 음악의 세계는 여성이 속하기 어려웠음은 물론, 오페라라는 장르 또한 대본 작가에서부터 작곡가, 극장 관계자들 모두 남성이었으며, 카르멘은 그러한 당시대의 남성에 의해 만들어진 판타지임에 분명하다. 그런 카르멘의 신분은 하층민이고 집시이며, 그녀의 음악은 오랫동안 모든 인종적 타자를 의미하는 음악정 상징으로 여겨진 증2도와 반음계적인 진행으로 특징되어진다. (<페미닌 엔딩> 참고) 즉 카르멘은 당대의 백인 남성 중심적인 사회적 담론과 클래식의 성정치학에 의해 철저히 타자화된 존재이며,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는 지워지고 ”창녀“나 ”요부“로 여겨진다.

 

그러나 아이들은 카르멘의 노래를 샘플링하며, 비제의 기획에 의해서만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카르멘과는 달리, 쇼걸의 치마를 흔들며 당당히 ”변태는 너야“라고 말하며 그 편집증적인 시선을 비판한다. 오페라 <카르멘>의 주인공은 결국 카르멘이 아니라 호세이지만 걸그룹 아이들의 무대의 주인공은 철저히 그 멤버들이기에.

 

 

마릴린 먼로(1926~1962)

 

 

 

아이들의 nxde는 사실 마릴린 먼로를 기반으로 삼는 노래라 해도 무방할 정도를 가사와 뮤비에서 그녀에 대해 많이 다루고 있다. 모든 멤버가 금발로 염색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뮤비에서는 민니가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절친>을 오마주하고, 우기는 그 유명한 화이트 드레스를 입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가사에서 말하는 "발가벗겨져 버린 배우“는 대중의 시선에 의해 왜곡된 마릴린 먼로를 암시하며, ”아리따운 날 입고“라는 가사는 ”샤넬 no.5를 입고 잔다“는 마릴린 먼로의 인터뷰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 <블론드>는 마릴린 먼로의 루머나 외적으로 보여지는거에 대해 많이 다뤄졌다고 생각을 하는데 저희는 그런 면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겉모습과 이미지만을 보고 생각하지 못했던 그런 면에 대해 다룰려고 했어요.”

 

- 전소연, X-LOVE SHOW

 


현대에 와서는 마릴린 먼로가 얼마나 지적이며 진취적인 여성이었는지가 많이 조명되었으나, 당대에는 금발의 예쁘고 섹시하나, 멍청한 여자로 여겨졌으며, 현재에도 금발의 아름다운 여성에 대해 그런 이미지는 완전히 지워지고 있지 않은 듯하다. 최근 마릴린 먼로의 삶을 담았다는 영화 <블론드>는 그녀의 그런 지적이며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이면에 관심갖고자 하는 최근의 노력들에 역행하여, 마릴린 먼로의 외적인 이미지와 그에서 비롯된 루머들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방식으로 다루어 논란이 되었다.

 

아이들의 nxde에서는 “철학에 미친 독서광”이라는 실제 그녀의 모습에 “야유하는 관객들”을 비난하고, 화이트 드레스를 입은 우기가 마릴린 먼로의 시그니처 포즈인 치마를 부여잡는 수줍은 모습이 아니라 당당하게 걸어나가는 모습을 비춘다. 그녀의 외적인 모습, 화려한 섹시스타에 대한 편견이 아니라 그 이면을 비추고자 함과 동시에, 자신들은 사랑받지 못한대도 있는 내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겠다고 선언한다. 이는 후에 다룰 마돈나의 스탠스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제시카 래빗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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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xde의 뮤비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영화 <누가 로저래빗을 모함했나>에 등장하는 제시카 래빗을 연상시킨다. 제시카 래빗은 로저 래빗의 아내로,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는 섹시한 캐릭터다. 역시 팜므파탈적인 캐릭터로 보여지나, 동시에 순수하게 남편을 사랑하고 그를 위하는 아내이기도 하다.

 

이후로도 섹시한 캐릭터의 대명사로 여겨지며, 숱한 코스프레의 대상이 되곤 하는 이 캐릭터의 다음 대사는 참 기억에 남는다.


 

I'm not bad, I'm just drawn that way.

전 나쁘지 않아요, 그저 그런 식으로 그려졌을 뿐이죠.

 


 

마돈나(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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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이번 뮤비에서 전소연이 입은 복장은 마돈나의 시그니처 패션인 콘브라를 연상시킨다. 마돈나 또한 마릴린 먼로를 오마주하기도 하고 그에 대해 많이 언급해왔으며 금발의 섹스심볼로 소비되어져 왔던 스타였기에, 의도적으로 뮤비에 마돈나를 떠올릴 만한 요소를 넣은 것으로 보인다.

 

 


 

“그녀가 환기하는 희생자들 중 중요한 인물들은 카르멘과 마릴린 먼로다. 성적 갈망의 대상이었던 이 두 여성 모두 우상화되는 동시에 비난받았고, 결국은 가부장적 행동규범에 의해 희생당했다. 감히 에로틱한 존재가 되고자 했던 여성 예술가의 전통적인 운명이 어떠한가를 명확히 인식하는 한편 그들처럼 희생자로 전락하기를 거부하므로,..” -페미닌 엔딩, 383p

 

 

“나는 마릴린 먼로에게 뭔가를 느껴요. 일종의 연민이죠. 왜냐하면 그 당시의 누구라도 할리우드의 기계적 조직 속의 노예가 되었을 테고, 그 속에서 자신을 끌어낼 힘을 갖고 있지 못하면 그 덫 속에 빠져있을 수 밖에 없겠죠. 그녀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몰랐었고 스스로를 약하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이런 것과 유대감을 느껴요. 나 역시 때때로 내 사생활이 침해당한다거나 하는 느낌을 받으니까요. 그렇지만 나는 거기에 굴복하지 않을 거라고 결심했지요. 마릴린 먼로는 희생자였지만 나는 아니에요. 이게 그녀와 나를 비교할 수 없는 이유이죠.” -마돈나

 

 

마돈나는 80년대에 등장한 대중음악의 아이콘으로, 대중음악계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여성 아티스트로 평가되며, 당시 여성 아티스트로서는 최초로 성에 대해 거리낌없이 말하고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마돈나는 여성 퍼포먼스 가수에게 늘 따라다니는, 두 가지의 이중적인 시선을 받아왔다.


 

“”발정난 포르노 여왕“ 이라거나 ”새벽 세 시 당신의 방에 들어와 생명을 빨아먹어버리는 그런 유의 여자“라고 특징짓는 것에서부터, 소녀들로 하여금 ”여성 섹슈얼리티의 의미를 자신이 통제할 수 있고, 이를 스스로의 관심에 따라 구성할 수 있으며, 자신의 주체성은 결코 지배적인 가부장제도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도록 하는 조직적 페미니스트의 이미지로 읽어내는 것에 이르기까지..“ - 페미닌엔딩, 369p

 

   

이는 이효리에서부터 가인이나 현아에 이르기까지, 현재의 한국 여성 아티스트들에게도 늘 따라붙는, 익숙한 논쟁이다.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무대에서 표현해내는 여성 퍼포먼스 가수들은 남성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존재라는 평가와 동시에 그 진취성과 당당함에 의해 ‘공격적인 남성혐오자’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는 딜레마에 처한다.

 

그러나 마돈나는 그 위치에 당당히 서기를 자처하며, 자신의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편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희생당하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아이들 또한 한국 사회에서 ”안전한“ 컨셉을 취하지 않고, ”왜 그리 짜증을 내? 금발의 바비인형을 원했다면 그건 여기 없어. 나는 인형이 아니야.“라 말하고, 여성 아티스트의 몸에 대한 관음증적인 시선에 ”변태는 너야“라고 말한다.


 

”만일 마돈나가 실행 가능한 문화적 힘으로서 살아남게 된다면-그것은 가부장제의 엄청나게 강력한 반사작용에 대한 도전이 성공했다는 뜻일 것이다.“ - 같은 책, 402p

 

  

마돈나는 그리하여 살아남았고, 성공하여 후대의 여성아티스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녀가 있었기에 오늘날 아이들의 컨셉이 나올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한다. 

 

*

 

아이들의 ‘nxde’는 nude 라는 선정적으로 여겨지는 단어에 대한 재정의이자, 이미지에 대한 편견으로 오해받고 섹스심볼로 소비되어 왔던 마릴린 먼로를 비롯한 모든 여성들에 대한 헌사이며, 대중들에게 자신의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시선을 성찰해볼 기회를 주었다.  이러한 성과들만으로도 k-pop 시장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고 본다. 다음엔 또 어떤 도전으로 우리를 놀라게할지, 독보적인 아이들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김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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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스텔라5
    • 잘 읽었습니다~~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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