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하이브리드 별종 예술가, 조아라

글 입력 2022.11.0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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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쩔 수가 없어_ⓒ최은선.JPG
<어쩔 수가 없어> 공연 사진 ⓒ최은선

 

 

배우님, 안무가님, 연출님, 대표님… 그를 부르는 호칭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는 나에게 그때그때 필요한 대로, 원하는 대로 부르라고 하는 그는, 스스로를 ‘하이브리드 별종 예술가’로 지칭하는 조아라다.


판소리, 연기, 무용 세 분야를 전공한 조아라는 2011년 몸, 소리, 말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와 형식을 탐구하는 프로젝트 그룹, ‘몸소리말조아라’를 만들어 <판소리움직임 탐구> 시리즈를 비롯해 <날, 깨워줘>, <목욕합시다>, <어쩔 수가 없어> 등 고유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활동하는 그는 예술이 삶이 되고 삶이 곧 예술이 되는, ‘예술과 삶의 선순환 구조’를 지향한다. 그가 실제로 사는 집이기도 한 몸소리말조아라 센터는 조아라의 예술관을 잘 보여주는 공간으로, 종종 소규모 공연과 워크숍이 진행된다.


지난 21일 방문한 몸소리말조아라 센터 곳곳에서 예술이 삶의 흔적과 어우러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부엌 한쪽 벽면에는 지금까지 작업했던 작품의 포스터와 관련된 사진 자료가 가득 붙어 있고, 방 한켠에는 <조아라사>를 준비하며 미싱기로 만든 작품이 놓여 있다. 구석구석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게 발견되는 곳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호기심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그가 자신이 사는 집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지런한 예술가, 조아라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혼종 하이브리드 별종 예술가, 조아라입니다.”


 

1. 조아라 프로필 사진_ⓒ윤관희.jpg
조아라 프로필 사진 ⓒ윤관희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몸소리말조아라’와 대표님에 대하여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몸소리말조아라’는 그 이름처럼 몸과 소리, 말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와 형식을 탐구하는 프로젝트 그룹입니다. 2011년부터 전통, 연극, 다원, 문학, 시각 등 장르의 경계 없이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이곳은 몸소리말조아라 센터이자 제가 반려인과 함께 사는 집인데요, 여기서 공연, 전시, 워크숍 등을 기획하고 운영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연출, 작가, 무용수, 퍼포머, 소리꾼, 안무가 등으로 활동하는, 혼종 하이브리드 별종 예술가 조아라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최근에 끝마치신 공연은 <마디와 매듭>일 것 같은데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이제 12월까지 예정된 공연 5개가 기다리고 있어요. (웃음) 그 공연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마디와 매듭>을 마치고 긴장이 풀려서인지 코로나에 걸렸네요. 일주일 동안 쉬면서 하반기를 더 잘 보낼 수 있게 정비하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몸소리말조아라’를 시작했을 때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고 싶어요. 


당시 연극원 전문사에 다니면서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나는 다른 배우들과는 조금 결이 다른데,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무엇인지 들여다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몸소리말조아라’예요. 이름은 몸과 소리, 말 모두 관심이 많았던 절 보고 친구인 김신록 배우가 제안해준 거예요. 시간이 흘러 그 이름처럼 정말로 몸, 소리, 말로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 게 신기해요. 지금 몸소리말조아라에서는 제 몸을 기준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다양한 표현 방식을 탐구하고 또 실험합니다. 그 표현 방식이란 소리도, 연기도, 움직임도 될 수 있죠.

 

 

다원, 전통, 연극, 무용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신데요, 이렇게 활동 분야를 확장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처음 배운 게 판소리여서가 아닐까 싶어요. 소리꾼은 노래만 하는 게 아니라 시대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음유시인이자 연출가고 또 작가이거든요. 저는 이 시대를 사는 예술가로서 판소리의 그러한 원형을 확장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워낙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기도 해요. 또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의 답을 저는 예술 활동을 하며 찾아가요. 그러다 보면 당장 답이 나오지는 않더라도 그다음 질문으로 이어지기도 하더라고요.

 

 

판소리와 연기, 무용 각각 다른 세 분야를 전공하며 대표님이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그러한 공부가 대표님의 예술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듣고 싶습니다.


소리만 할 때는 전통이라는 무거운 짐을 진 기분이었는데, 장르를 넘나들며 좀 더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물론 판마다 분위기도, 사용하는 언어도 조금씩 다르기에 경계를 넘을 때마다 이질감을 느끼기도 해요.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내 안의 벽을 넘어가다 보면 유연해져요. 연결이 안 되던 두 가지가 마치 뇌의 시냅스가 연결되듯 갑자기 이어지고, 새로운 관점이 생깁니다. 한 가지를 오래 한 사람에 비해 깊이는 좀 부족할 수도 있지만, 지평을 넓혀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없는 길을 만들어가는 거죠. 다양성 면에서 이런 사람이 한 명쯤 있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방식의 작업이 특히 더 두드러지는 작품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판소리움직임 탐구> 시리즈요. ‘판소리움직임’이라는 단어는 제가 고안한 건데, 판소리의 원형에서 출발해 소리와 움직임, 말의 상호 연결성을 탐구하는 프로젝트예요. 제 안에 단편적으로 존재하는 여러 예술적 정체성을 연결하고, 워크숍을 개발하는 과정이기도 해요. 10년을 바라보는 프로젝트로 지금까지 ‘조아라 편’, ‘무용수 편’까지 진행했고, 앞으로 계속해나갈 생각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서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낱개로 존재하던 것들이 하나로 꿰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저는 삶과 예술이 딱 붙어 있는 사람이에요.” 


 

4. 몸소리말조아라 센터_ⓒ몸소리말조아라.JPG
몸소리말조아라 센터ⓒ몸소리말조아라

 


장르의 벽을 넘나드는 대표님의 작업을 하나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공통된 요소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몸’이요. 여기서 몸이란 단순히 신체가 아니라 내 정신과 마음까지 아우르는 의미예요. 저는 주로 무대에 올라 소리를 하고 연기를 하는 등 몸을 중심으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사람이니, 제 작업의 공통된 요소를 몸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해요.


또 하나는 ‘삶과 예술의 선순환 구조’를 꼽을 수 있어요. 저에겐 생각의 모터 같은 거예요. 어떻게 일상에서 예술을 구현할 수 있을까, 나의 질문이 어떻게 작품이 되고 관객과 만날까 늘 고민해요. 그 고민을 통해 삶을 살고 성장합니다. 저는 그래서 삶과 예술이 딱 붙어 있는 사람이에요. 집을 몸소리말조아라 센터로 개방한 것도 그 일환이죠. 

 

 

말씀하신 것처럼 생활하시는 집을 몸소리말조아라 센터로 개방하고 여러 예술가 및 관객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꾸리면서 대표님께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집을 개방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까?’ ‘공연은 꼭 공연장에서만 가능한가?’ 예술가의 자생력, 그리고 작업을 지속하는 방법을 진지하게 자주 생각했어요. 몸소리말조아라 센터는 그 고민에 능동적으로 대처해보는 시도예요. 계속 운영할 수 있는 건 반려인의 지지 덕분이에요. 반려인은 사실 저랑 예술관이 달라요. (웃음) 전 삶과 예술의 일치를 추구하는데 그 사람은 조금은 분리되길 원하거든요.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걸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덕분에 지금의 이 공간이 있는 거죠.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여기를 방문하는 창작자, 예술가, 소규모의 관객들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때 되게 뭉클하고 감사해요. 일상의 공간이 비일상적인 공간이 되며 무언가가 쌓여가는 것이 좋아요. 젊은 창작자에게 기회를 주고 싶고, 꼭 지원이 있어야만 공연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계속 증명해 나가고 싶은 것 같아요. 서로 연대하며 관계망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몸소리말조아라 센터를 운영하시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올해 프린지페스티벌의 몇몇 공연을 여기서 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공연마다 애정을 갖고 만들었다는 게 많이 느껴졌거든요. 그중 한 공연팀의 멤버분이 발달장애인이었는데, 저희 아버지도 장애를 갖고 있기에 특히 기억이 나네요. 그 팀의 공연을 보면서 예술이란 이런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공간 운영자로 그 공연을 서포트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여러 작업 중 대표님께 큰 의미가 있는 작업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다 소중하지만, 아무래도 제가 기획까지 다 맡아서 한 몸소리말조아라의 프로젝트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힘든 만큼 얻는 것도 많았죠. 그중에서도 <어쩔 수가 없어>라는 작품이 제 전환점인 것 같아요. 심청가를 재해석해 아버지와 저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작품으로, 과거 코미디언이었던 아버지의 자료를 활용해 다큐도 찍고 공연도 하는 다원 예술 작품이었어요, 아버지는 마음의 눈이 먼 봉사, 저는 아버지가 아니라 나를 구원하기 위해 물에 뛰어든 심청, 즉 스스로 굿을 하는 무녀로 출연했어요. 


아버지와 판소리라는 제 마음속 두 개의 큰 산을 넘는 일이었는데, 끝내고 나니 가볍고 자유로워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이 작품을 통해 예술가로서의 나는 무녀 같은 기질, 그러니까 스스로를 풀어내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그런 퍼포머로서의 정체성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소스를 혼합해서 만드는 다원예술을 좋아한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연출로서 작업해본 첫 작품이라는 것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넓고 깊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2. 판소리움직임 탐구_ⓒ옥상훈.JPG
<판소리움직임 탐구> 시리즈 공연 사진 ⓒ옥상훈

 


앞서 ‘삶과 예술이 분리되지 않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대표님의 예술관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창작하고 뭔가를 만드는 일을 참 좋아하는데, 동시에 편안하게, 잘, 노는 것처럼 즐겁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렇기에 불안이나 강박을 안고 예술을 하는 게 아니라 즐겁게 예술을 하면서 계속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요. 끊임없이 변이하고 변태해서 물처럼 유연하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사람, 넓고 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 예술은 그런 삶을 살기 위한 하나의 방법 또는 태도라고 생각해요. 

 

 

무대 뒤에서 공연을 구상하는 것과 무대에 직접 오르는 것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를 것 같은데, 대표님은 그 두 가지를 함께하고 계십니다. 어떤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시고 또 무대에 오르시는지 궁금합니다. 두 가지 마음은 어떻게 같고 또 다른가요?


하나의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가며 관련된 모든 사람과 소통하는 게 힘들기는 해요. 배우로만 출연할 때가 당장 마음은 편하죠. 그래도 제가 직접 공연을 기획하고 만들 때의 보람이 있어요. 창작자와 배우를 겸하니까 좀 더 시야가 넓어지는 장점도 있습니다. 창작자로 일해본 경험이 있으니 다른 작품에 배우로만 출연할 때도 전체적인 진행 사항을 더 쉽게 파악하고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도울 수 있죠. 그렇게 둘 사이를 오가며 작업하는 게 제게는 건강한 방식인 듯해요. 창작의 압박이 너무 클 때는 다른 작품에 배우로 출연하며 다시 힘을 얻기도 하거든요. 

 

 

다른 인터뷰에서 ‘나는 누굴까’가 평생 화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은 조아라라는 사람을 좀 더 잘 알게 되셨나요?


그게 거의 7,8년 전 인터뷰였는데, 그때는 정말 제가 누군지 몰랐어요. 그때보다는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제 안에는 여러 조아라가 살고 있는데, 그들 중 어느 한 명을 미워하거나 압박하지 않고 다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걸 깨닫기도 했고요. 요즘은 새로운 조아라가 발견될 때 이름을 붙여 주기도 해요. (웃음) 


한 가지 달라진 건 예전 관심사가 오로지 조아라 제 자신이었다면, 이제는 나를 통해 나 바깥에 있는 세상도 바라보게 되었다는 거예요. <목욕합시다>의 경우 80여 명의 여성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나를, 깨워줘>는 환경 문제에 관심이 생겨서 만들게 되었죠. 지금 준비 중인 <조아라사> 역시 제가 사는 동네의 상인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꺼내는 작업이에요. 

 

 

새로운 조아라가 발견된다는 표현이 재미있는데, 가장 최근에 발견된 조아라는 누구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주로 반려인이 이름을 붙여 주는데요, 가장 최근에는 ‘미술조아라’와 ‘조토’요. 조토는 ‘멘토 조아라’라는 의미예요. 지금까지 계속 멘토링을 받는 위치에 있다가 이제는 멘토링을 해줄 수 있는 연차가 된 것 같아요. 그런 변화가 신기하기도 하고, 멘토로서 나는 뭘 해줄 수 있나 고민하게 되기도 해요. 미술조아라는 원래도 관심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조아라사>를 준비하며 미술에 더 관심이 많아진 조아라를 뜻합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몸소리말조아라’를 통해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 또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당장 가까운 공연으로는 <조아라사>가 있어요. <판소리움직임 탐구> 시리즈는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요. 올해는 ‘배우 편’ 중 ‘조아라 심화 편’을 하고, 내년에는 ‘소리꾼 편’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어떤 행보를 이어갈까, 저조차도 예상할 수 없지만 (웃음) 진정성 있게 자기만의 길을 가고 있는 이런 예술가가 있구나 하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꾸준한 응원과 관심이 정말 큰 힘이 되거든요. 꿈은 조아라로서, 또 몸소리말조아라 팀으로서 더 다양한 곳에서 활동해보는 거예요. 외국이 될 수도 있고, 온라인이 될 수도 있고요. 경계 없이 더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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