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닮음 속 확실한 차이 [미술/전시]

권오상, 최하늘. 이들을 동시대 주목해야할 작가들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글 입력 2022.09.1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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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조각 전시의 새로움을 주었던 권오상 작가가 지난달 23일부터 일민미술관에서 2인전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26일에 전시를 보고 왔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전시를 통해 함께 알게 된 최하늘 작가에 대해 좀 더 찾아본 후 이렇게 리뷰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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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상 작가는 사진을 조각하는, 사진의 조각들로 조각하는 조각가다. 그의 작업은 내부를 비운 표면이나 가벼운 산업재로 만든 골조 위에 사진을 이어 붙이는 방식이다. 실재하는 대상을 촬영한 사진을 주재료로 한다는 점에서 그의 조각이 사진 대상의 구현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아니다.

 

사진 한 장 한 장을 덧붙이는 과정에서의 그 어긋나는 지점들과 불규칙함, 그리고 시작했던 사물 덩어리의 형태와 의미를 최대한 배제하고자 하는 그의 방식으로부터 완전히 새로운 것이 창조된다. 또 대상의 앞모습 사진만을 가지고 입체적인 조각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통해서도 그의 조각이 재현적이 아니라 추상적임을 알 수 있다.

 

그는 '사진 조각가' 외에도 여러 유명인은 물론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콜라보 작품으로도 유명해 '셀럽이 사랑한 조각가', 권오상 작가라 하면 떠오르는 크고 작은 슈퍼카 (조각) 컬렉션으로 '슈퍼카를 수집하는 조각가'와 같은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최하늘 작가는 조각이 비물질이나 퀴어 등 다양한 사회문화적 그리고 시대적 맥락과 연결되는 지점을 찾는다. 3d 기술을 활용하거나, 인스타그램이나 OnlyFans와 같은 SNS와 결합해 오프라인에서의 조각 작업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그러한 모습은조각의 '물질성'이라는 개념에 혼란을 준다. 또 그는 자신의 작품에 자신의 성 정체성이 묻어나오는 것이 어쩔 수 없음을 인지하고 난 후, 자신이 게이 미술가라는 것을 나타냈다. 그것도 내용적 맥락에서 퀴어의 감성을 담는 것이 아닌, 좀 더 형식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나는 작가의 다섯번째 개인전 <벌키Bulky> 인터뷰에서 그가 말한, 퀴어 작품들의 발상 지점들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가 내다보는 조각의 미래 가능성만큼이나 주제적으로도 많은 기대가 되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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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조각’이라고 했을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는 단단하고 무거운 이미지다. 더 나아가 특정 공동체가 기리는 대상의 모습을 웅장하게 묘사해 놓은 이미지 정도. 그러한 점에서 조각 작업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유추한다.

 

하지만 권오상 작가가 사용하는 재료의 가벼움 (초기엔 아예 텅 빈), 그리고 최하늘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뻔뻔하게>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시간 (스펀지를 손으로 뜯는 방식으로 4시간) 은 조각에 관한 정의를 재정립한다.

 

전시 제목대로 권오상 작가와 최하늘 작가는 닮은 면이 있다. 각자의 인터뷰 영상과 글들을 보면, 둘 다 조각에 관한 비슷한 고민과 질문, 그리고 답을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정형적으로 쓰이는 조각의 재료에 대해 똑같이 불편함을 느꼈던 두 사람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래서 가볍거나 때론 존재하지 않는, 또 조각 대상과는 다른 지지체를 사용하겠다는 조각의 형식적 측면에 다다랐고, 표면은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고자 했다. 그렇게 해서 그들에게서는 뭔가 낯선 듯 익숙한 작품이 탄생한다.

 

 

권오상

“조각은 먼지가 너무 나고 무거우니까, 인화지는 종이로 돼 있으니까. 조각이라는 분야를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방안에서도 가볍게 완성할 수 있는 조각품을 원했죠. 석조, 목조, 철조라는 재료들 (준비, 작업 시간도 많이 들고)이 다 싫었다. 또 몸에도 안 좋다고 하니까요.”

 

- ‘[MMCA 작가와의 대화] 권오상, 사진에 조각을 담다’ 중

 

 

최하늘

“조각은 무겁다는 게 늘 부담이었습니다. 몸에도 좋지 않고요.작업실에서 조각을 완성하려면 제가 감당할 수 있는 크기와 무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벼운 재료를 찾게 됐습니다.”

 

- ‘최하늘×일민미술관─What's my IDOL’ 중

 

 

즉, 그들이 닮은 이유는 그러한 질문서부터이며, 그렇게 두 작가의 작품은 자연스럽게 조각 그 자체가 주제가 됐다. 그리고 이것은 특별해져야겠다는 생각에서가 아닌, 좋아하는 조각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 변화/발전된 시대의 재료들을 받아들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했기에 만들어졌다. (출발, 과정, 결과 전부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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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슷한 면 속에서 차이점은 더욱 두드러지듯, 두 작가는 그러한 닮은 점 속에서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바로 그것이 그들 각자의 정체성이며, 각자만의 조형언어다. (방식의 차이)

 

권오상 작가는 재료뿐만 아니라 주제, 그리고 조각의 재현이라는 특성에 대한 문제에서 전통의 조각적 요소를 거부하는 반면에, 최하늘 작가는 권오상 작가가 거리를 둔 전통을 참조, 차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에서 권오상 작가는 일상적인 사건과 사물, 산업 재료를 자신만의 조형 어법으로 재해석하여 추상으로 출발하는 지점들이 많은 반면, 최하늘은 현실에 유효한 조각 체계를 습득했고, 더 나아가 추상보다는 (3d 프린터 작업, 인스타그램 필터 작업물과 같이) 물질을 버리고자 하고 있다.

 

전시 <나를 닮은 사람>은 동시대 조각이 놓인 상황을 점검하고 확장과 변형 가능성을 담지한 조각의 근미래의 형태를 탐구한다는 닮은 점 아래, 전통 조각사의 문법을 참조하는 사람과 완전히 거부하는 사람의 상호작용이 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두 작가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내용을 기반으로, 전시 제목과는'반대로' 두 작가 방식의 차이를, 그렇게 서로 영향을 준 지점들을 찾으며 전시를 관람하면 더 즐거운 관람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나온 작품에 대해

 

권오상 - "최하늘 작가가 사진조각의 지지대를 다섯 개 만들어서 하나는 본인의 작업에 사용했고 네 개를 내게 보내주었다. 그중 세 개는 사진 조각으로 완성했고, 하나는 추가 작업 없이 추상화된 고양이 사진조각을 올려놓는 받침대로 사용했다. 전시에는 지지대를 받침대로 활용한 작품과 스핑크스 고양이의 피부와 주름이 강조되는 사진, 대리석의 사진을 붙인 사진조각, 세 점만 출품했다. 추상화된 고양이 두상은 이 전시를 준비하기 전에 완성한 작품인데, 고양이 피부의 주름 때문에 표면이 강조되지만, 형상은 미니멀한 사진조각과 대구가 될 것 같았다. 대리석 사진은 내가 작업 초기부터 꿈처럼 생각하는 돌조각으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붙였다. 최하늘 작가에게 받은 지지대가 4개였음에도 처음 받았을 때부터 로댕(Auguste Rodin)의 ‘세 망령들(Les Trois Ombres)’(1880)이 떠올라 작품 제목을 ‘세 망령들’(2022)로 지었다."

 

 

최하늘 - "권오상 작가의 ‘흉상(WA)’(2022)을 3D 스캔해 표면의 사진 이미지를 다 지우고 두 점을 3D 프린터로 출력한 뒤 하나는 그대로, 다른 하나는 반을 잘라 내부가 비어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권 작가의 초기 작업이 내부가 비어있어 형태의 왜곡(추상화)이 일어남에 영감을 받은 것이다. 사진이 제거된 덩어리만 남으니 조각성이 강조되는 동시에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권오상 작가의 사진조각을 보면서 표면에 덮인 사진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 그의 작품과 작업 방식이 전통적인 조각에 가깝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실제로 작업하는 과정을 보니 돌조각을 만드는 것과 같았다. 나는 그것을 전시에 온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이제는 그가 추상 조각을 구현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한편 다섯 개의 지지대 중 권 작가에게 보내지 않은 하나에는 코팅을 하고 철 페인트를 발라 부식시킨 뒤 ‘낡은(Old)?’(2022)이란 제목을 붙여주었다. 작품에 대한 정보가 없는 사람들은 금속처럼 보여 무겁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가벼운 조각이다. 권오상 작가와 내가 조각에 관한 질문에 대응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문화경제, [이문정 평론가의 더 갤러리 (92) 전시 ‘나를 닮은 사람’]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만들겠다는 두 작가의 전시' 인터뷰 중

 

닮은 속에서 두드러지는 차이점. 그러한 (차이)점을 참조점으로 삼아 상호교환함으로써 생겨난 시너지는 보는 이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조각에 대한 장르적 사유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권오상 작가와 촤하늘 작가. 이들을 동시대 주목해야 할 작가들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김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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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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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벅스버니입니다
    •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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