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비밀스러운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글 입력 2022.09.02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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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VIVIAN MAIER)

그라운드시소 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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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라는 이름은 어느 사진전의 수상작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유명인들의 화보를 찍은 것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색감이나 구도로 주목받은 것도 아니다. 비비안 마이어는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우연하게 그의 사진과 필름을 발견한 역사학자의 손을 빌려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수십만 장의 필름들은 거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비비안 마이어는 일상적인 공간인 거리의 평범한 사람들을 포착해 어떤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4.센트럴파크 동물원, 뉴욕, 1959년 9월 26일.jpg

센트럴파크 동물원, 뉴욕, 1959년 9월 26일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평화로운 휴일, 동물원 나들이를 나온 어느 가족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아버지로 보이는 인물이 풍선을 잡고 있고, 품 안에 안긴 아이는 풍선을 가지고 놀고 싶은 듯 손을 뻗고 있다. 비비안 마이어는 풍선이 어른의 얼굴을 가린 상황을 포착해 사진에 담았다.

 

이 사진을 본 관객은 풍선 뒷편의 얼굴을 상상하게 된다. 아버지는 귀여운 아이를 보며 웃고 있을 수도 있고, 아이가 혹시 떨어지지 않을까 싶어 우려의 표정을 짓고 있을 수도 있다. 멀리서 걸어오는 또 다른 가족에게 인사를 보내고 있을 수도 있겠다.

 

이처럼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들은 관객들이 사진 속의 이야기에 빠져 상상의 날개를 펼치도록 인도하는 힘을 지녔다.

 

 

6.시카고, 1960년.jpg

시카고, 1960년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비비안 마이어의 또 다른 특징은 롤라이플렉스 카메라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얼굴 정면에 들고 초점을 맞춰야하는 대다수의 카메라와는 달리, 롤라이플렉스는 위에서 뷰파인더를 내려다보는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 덕분에 비비안 마이어는 카메라를 목에 걸고 조심스러우면서도 대범하게 거리의 인물들을 촬영할 수 있었다.

 

비비안 마이어의 명치 즈음에 렌즈가 위치했기 때문에 사진 속 인물들은 렌즈를 약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그렇기에 부유한 상류층도, 가난한 소외층도 그의 사진 속에서는 동등한 힘을 가진 얼굴로 자리한다.

 

여성, 인종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던 비비안 마이어는 일관된 형식을 통해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것을 담아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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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1954년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수많은 사진 속, 비비안 마이어가 본인의 모습을 담아낸 사진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거리의 쇼윈도나 유리,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주로 찍었다. 유리창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롤라이플렉스로 촬영한 그의 자화상 사진은 요즘 유행하는 '거울 셀카'를 떠올리게도 한다.

 

 

"뭔가 잘못됐겠죠. 이유가 있을 거예요.

이렇게 근사한데... 정말 궁금했어요.

이렇게 많은 사진을 찍고 왜 보여주지 않았는지."

 

- 메리 앨런 마크(사진가)

 

 

비비안 마이어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생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거리의 일상, 자신의 모습, 보모로 지낸 가족의 아이들까지 15만장에 가까운 사진을 찍었지만 그의 사진은 사후에 발견되었다. 마치 나만 볼 수 있는 비공개 SNS 계정을 운영하는 마음이었을까. 이렇게 나중에 본인의 사진이 공개된 것을 원했을까, 원하지 않았을까.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사진 속 그녀에게 자꾸만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비비안 마이어의 삶에는 의문이 가득하다. 스스로 무명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는 여전히 그 공백을 채우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비안 마이어가 남긴 사진에는 현실 속 삶이 담겨있다.

 

슬픔과 비극, 부유함과 가난함, 유명인과 소시민, 그리고 본인 자신까지도 렌즈로 또렷하게 마주한 그의 사진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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