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프랑스에서 생긴 일 [운동/건강]

피겨 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 리뷰
글 입력 2022.08.3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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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피겨 스케이팅 시즌이 시작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김연아 선수 이후로 명맥이 끊길 것이라 예상했던 국내 피겨계는 여전히 걸출한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올림픽 시즌’이었던 지난 21/22 시즌의 성과는 특히나 눈부셨다. 이시형 선수가 CS 네벨혼 트로피에 출전하여 남자 싱글 올림픽 출전권 두 장을 확정 지었고, 그랑프리 시리즈에 한국 선수 무려 일곱 명이 초청되었다. 사대륙 선수권에서 차준환 선수가 남자 싱글 금메달을, 이해인 선수와 김예림 선수가 각각 여자 싱글 은메달, 동메달을 획득했고, 유영 선수는 올림픽 무대에서 트리플 악셀을 랜딩했다.

 

 

 

 

주니어 선수들의 성적도 대단했다.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김채연 선수와 신지아 선수가 각각 은메달을, 임해나 예콴 조가 한국 아이스댄스팀 최초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제 막 주니어에 데뷔한 신지아 선수가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따며 기대감은 더 높아졌다.

 

 

 


그리고 이번 시즌, 지난 8월 24일부터 27일까지 프랑스 쿠셰벨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1차 경기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출전한 전 종목에서 메달을 수집하는 쾌거를 이뤘다. 제대로 된 피겨 전용 링크장도 없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성적표를 받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여자 싱글


 

우리나라가 여자 싱글에서 강세를 보인지는 꽤 오래되었다. ‘김연아 키즈’로 대표되는 김예림, 유영, 임은수 트로이카 이후로도 이해인, 위서영, 박연정, 지서연, 김채연, 김민채, 윤아선, 신지아 등 경쟁력을 갖춘 선수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김유재 선수는 이제 막 주니어 데뷔 시즌을 맞이했다. 쌍둥이 동생인 김유성 선수와 함께 훈련받고 있으며, 자매가 모두 트리플 악셀 랜딩 경험이 있다. 쇼트 프로그램에는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를, 프리 프로그램에는 뮤지컬 <아이다>의 OST를 선곡했고, 쇼트 3위-프리 2위로 합산 3위, 동메달을 획득했다. 함께 출전한 윤서진 선수는 11위를 차지했다. 쇼트와 프리에서 실수가 있었으나 매력적이고 시원한 스케이팅을 구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유재 선수의 <아이다>는 독특한 구성과 (회전수가 약간 부족하다는 판정이 있기는 했으나) 가볍게 랜딩한 트리플 악셀이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다. 선발전에서 아쉬운 실수로 7위를 한 탓에 올해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더 만나볼 수는 없지만, 올해 말 국내 대회에서는 얼마나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감을 자아낸다.


 

 

남자 싱글



남자 싱글에 출전한 차영현 선수는 남사당패 단원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어린 나이부터 아버지와 함께 외줄 타기 공연과 피겨를 병행해왔다. 그 점을 살려 <아리랑>이나 이경섭의 <방황>에 맞춘 한국적인 프로그램들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시즌에는 쇼트에 슈베르트의 <마왕>을, 프리에 영화 <듄(Dune)> OST를 선곡했다.

 

 

 


차영현 선수에게 이번 시즌은 꽤 중요하다. 주니어 자격으로 출전 가능한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 프리에서 평소보다 아쉬운 수행을 보이기는 했으나, 기다리던 은메달을 획득했다. 차영현 선수에게는 이후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열리는 주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가 남아있다. 또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이스댄스


 

아이스댄스에서는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임해나 / 예콴 팀이 우리나라 최초로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땄기 때문이다.

 

임해나 / 예콴 팀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저번 시즌부터다. 저번 시즌, 두 사람은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동메달을 획득하고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6위를 차지하는, 그야말로 대활약을 펼쳤다. 쇼트에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로꼬, 화사의 <주지마>를 편곡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기대를 한 몸에(어쩌면 두 몸에…) 받으며 시작한 이번 시즌에는 쇼트에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탱고를, 프리에는 우리에게 꽤 친숙한 음악인, 카미유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선곡했다.

 

 

 

 

흔히 아이스댄스는 점프를 못 뛰어서 하는 것이라는 착각과 오해가 있기도 하나, 아이스댄스는 싱글과는 엄연히 ‘다른’ 재능을 요구하는 종목이다. 점프 재능이 모자라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스케이팅 스킬, 안무 구사 등에서 더 많은 재능을 보이기에 선택할 수 있는 것.

 

게다가 두 사람의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는 싱글과는 완전히 다른 노력을 필요로 한다. 팀이 와해되지 않게 유지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으며, 선수 한 명만 잘해서는 좋은 팀이 될 수도 없다. 임해나 / 예콴 팀은 저번 시즌보다 더 성장한 모습과 좋은 파트너십을 보이며 이번 대회에서 독보적인 1위를 거머쥐었다.


두 사람에게는 아직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가 하나 더 남아있다. 1차 대회와 같이 좋은 수행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상위 여섯 개 팀이 출전하는 주니어 왕중왕전,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시즌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입상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니, 기대를 갖고 계속 지켜본다면 좋은 소식이 들려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피겨 스케이팅을 보며 특히 좋았던 점은, 기술-안무-음악-의상 등의 요소가 고루 엮여서 프로그램 하나를 만든다는 것. 점프나 리프트 등의 기술을 통해 치열한 운동 경기를 보는 동시에, 곡을 해석하고 안무를 수행하는 데에서 선수의 엔터테이너적 면모도 볼 수 있다. 음악이 어떻게 편곡되었고, 안무에 어떤 스토리가 있으며, 의상은 곡을 어떻게 해석했는가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렇게 관람 포인트가 다양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장단점도 각양각색이다. 어떤 선수는 스케이팅에 강하고, 어떤 선수는 스텝에 강하다. 또 어떤 선수는 안무를 끝내주게 소화하고, 어떤 선수는 절대 넘어지지 않는다. 단순하지 않은 매력이 있어 더욱 즐겁게 볼 수 있다.


오늘부터는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주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가 시작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자 싱글에 권민솔, 한희수 선수, 남자 싱글에 서민규 선수, 아이스댄스에 김지니 / 이나무 팀이 출전한다. 선수들에게 좋은 과정과 좋은 결과가 함께 따라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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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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