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여름을 사랑해보려 했습니다

또 하나의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며
글 입력 2022.08.2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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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처서가 지났다. 처서는 여름이 지나면 더위가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거짓말처럼 신기하게도, 처서가 지나자마자 가을임이 선히 느껴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이다. 차가운 공기와 가을 바람, 가을 하늘 때문이다. 추워지기 시작할 때면 아침에 이불 속에서 눈을 뜨자마자 선선한 공기가 느껴진다. 준비를 모두 마치고 등교 또는 출근을 하러 집 밖을 나섰을 때 온몸으로 느껴지는 차가운 온도를 좋아한다.

 

단순히 온도가 낮은 것이 아니라, 내 피부로 부딪혀오는 공기가 차가운 느낌. 가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 이 말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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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자락이 지나고 가을이 오기 시작한다.

 

이번 여름에는 유독 비가 많이 왔다. 또 뭐가 있었지, 이번 여름은 어땠지, 생각을 해봐도 특별한 게 잘 떠오르지 않는다. 여름을 하루하루 맞이하면서는 분명히 많은 걸 느꼈던 것 같은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유난히 초록을 많이 본 것 같기도 하다.

 

이번 여름을 지나오며, 초록을 좋아하게 되었다. 초록색도, 초록의 빛깔을 가진 그 무엇들도. 그리고 여름을 사랑해보려 했다.

 

원래 나는 여름을 가장 싫어했다. 습도가 높아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땀이 흘러 찝찝해지고, 작열하는 태양빛에 피부는 검게 그을리고. 좋아할 구석이라고는 없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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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방학은 유난히 바빴다. 여름만 되면 밖에 나가기 싫어서 집에서 에어컨만 틀고 있던 내가 일주일에 6일 동안 사람을 만나러 나갔다.

 

해야할 것들도 참 많았다. 그중에서도 몸담고 있는 사진 동아리의 전시회를 준비하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전시 준비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출사를 나가야 했다. 이렇게 여름을 느낄, 어찌 보면 느껴야 했던 순간들이 유독 많았던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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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간을 보내며 처음으로 여름을 온전히 느껴보았다.

 

물론 이번 여름에도 비가 너무 많이 오고 땀이 비오듯 흘렀던 순간에는 여름이 싫다며, 가을 언제 오냐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여름을 이해해보려고 했다. 그 전에는 피하기만 했다면, 이번에는 온몸으로 부딪쳐봤달까. 이왕 느껴야 할 거, 그냥 제대로 즐겨 보자.

 

싫어했던 햇빛을 그냥 맘놓고 맞아보기도 했고, 비가 내릴 땐 집에만 있던 내가 하늘이 뚫릴 것 같은 날 카메라를 들고 비 사진을 찍기도 했다. 처음으로 여름의 매력을 조금씩 느꼈던 것 같다. 이게 바로 스며든 건가. 푸른 하늘과 짙은 녹색이 좋아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가을만큼 여름이 좋지는 않지만 여름을 여름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가을에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존재하듯이, 잘 찾아보면 여름에도 내가 좋아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숨어 있지 않을까. 여름엔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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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과 가을 하늘. 요즈음의 날씨를 사랑한다. 언뜻 보면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하늘이지만, 사랑을 가지고 하늘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완연한 가을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정확히 표현할 순 없지만 여름 하늘보다 좀 더 진하고 높고 깊달까.

 

요즘은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기까지 하다. 아침에 나왔을 때 시원하게 부는 바람, 저녁에 노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산책할 때의 순간. 밖에 나오기만 해도 정화되는 요즘이 참 좋다.

 

어제는 한강공원에서 밤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탔다. 노을 질 때쯤 타기 시작해서 한 시간 정도 탔더니 어느새 해가 져 있었다. 산책하는 사람도, 자전거 타는 사람도 정말 많았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머리가 흩날리고, 좋아하는 노래와 빛나는 한강의 야경, 자전거를 타며 가을을 느끼던 순간. 아마 올해의 가을은 오랫동안 이 순간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할 정도로 좋았고 소중했다.

 

이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걸 알기에 더 소중한 걸까. 위아래로 옷 하나만 입어도 춥지도 덥지도 않은 지금이 지나고 조금 있으면 옷을 몇 겹씩 더 껴입어야 하는 계절이 바로 찾아오니까 말이다.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없으니 더 자유롭게 이 순간을 누리자.

 

 

[최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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