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뜨거운 여름엔 더욱 뜨거운 열기로 [공연]

2022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후기
글 입력 2022.08.1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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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3년간 감감무소식이던 페스티벌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내밀고 있다. 펜타포트 락페스티벌도 그중 하나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겠다는 마음으로 지난주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3일 내내 모두 즐기고 돌아왔다.

 

학창 시절에 음반을 재생하고 또 재생했던 영국 인디밴드 뱀파이어 위켄드(Vampire Weekend)가 토요일 헤드 라이너로 온다는 소식을 접했던 터라 한창 신이 나 있었다.

 

청춘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시점에 내한을 온다니. 그동안 내가 락페스티벌을 기다려온 게 아니라, 락페스티벌이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임 없이 예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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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2시부터 끝이 보이지 않던 입장 줄을 기다리다 마침내 현장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축제의 생생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눈이 시원해지는 푸른 잔디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개성 넘치는 옷을 입은 사람들이 돌아다녔고, 멀리서는 경쾌한 음악이 들려왔다. 이글거리는 페스티벌의 분위기가 오감을 자극했다. 현장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저절로 흥이 차올랐다.

페스티벌을 즐기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타임테이블을 수시로 확인하고 스테이지를 옮겨 다니면서 미친 듯이 뛰노는 것도 방법이고, 돗자리를 깔거나 벤치에 앉아 무더위를 피하며 여유롭게 음악을 즐기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 인디음악 공연장 대다수는 홍대, 이태원 근처에 밀집해있는데,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나에게는 너무도 아득한 곳들이다. 그래서 그간 쌓아온 서러움을 해소하고자 대다수의 시간을 스탠딩 존에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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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서 음악을 들을 때와 음원으로 음악을 들을 때는 확실하게 다르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공연장에서 들을 때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는 분명 존재한다. 첫째는 바로 '떼창'이 주는 전율이다. 떼창은 공연장에서 흘러나오는 아티스트의 곡을 관객들이 함께 따라 부르는 걸 일컫는다. 팬들은 가사, 멜로디뿐만 아니라 애드리브, 그리고 기타 리프와 같은 연주음까지 따라 부른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단순히 음악을 즐기러 온 사람들도 금방 팬들이 유도하는 떼창에 익숙해져서 합세할 수 있다. 음악 위에 또 다른 수천 개의 목소리가 입혀진다. 마이크를 들고 노래하는 아티스트에 견줄만한 또 하나의 웅장한 소리가 등장한다.

 

다 같이 하나가 된다는 사실이 주는 짜릿함과 감동을 오랜만에 느꼈다. 막 도착해서 스탠딩 존에 서있을 때는 내심 부끄럽고 민망했지만, 떼창 소리에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면서 긴장이 자연스럽게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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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페스티벌에서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묘미는 바로 '슬램'이다.

 

슬램이란 낯선 사람들끼리 서로 몸을 부딪히면서 음악의 리듬을 즐기는 문화다. '나락도 락이다', '퇴사' 등 유쾌한 문구가 적힌 깃발 근처에서 종종 슬램 존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음악이 고조되는 타이밍에 빙 둘러모여 원 모양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원 속에는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깃발들이 한데 모여 고조되는 리듬에 장단을 맞춘다. 사람들은 음악의 리듬에 맞춰 추임새를 반복적으로 넣는다. 그러다 음악이 절정에 치달을 때, 원 속에 들어가 각자 몸을 무작위로 부딪히면서 음악을 즐긴다.

 

더위와 열기로 지친 사람들을 식혀주는 물총맨의 물총을 맞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의 어깨에 손을 올려 기차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다소 격렬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부상을 입기 쉬운 문화기도 하다. 슬램 문화가 불쾌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이 낼 수 있는 에너지 그 이상을 만들어내고 싶은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셋째 날 멘트 없이 연주를 쏟아내는 이디오테잎(IDIOTAPE) 공연 때 슬램을 즐겼는데, 함께 하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무엇인지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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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페스티벌은 운영 측면에서 미숙함이 보이기도 했다. 코로나 여파로 인해 락페스티벌이 3년 동안 개최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수많은 사람들이 갈증을 느낀 탓인지, 2022년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는 역대급으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그러나 그 많은 인원을 감당하기엔 관리 차원에서 다소 무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펜스 근처에는 열사병으로 인해 공연 도중에 쓰러지거나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즉시 발견하고 대처해줄 안전 요원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밖에도 캠핑존이 아닌 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텐트를 치거나, 스탠딩 존에서 대기하는 도중에 위험하게 우산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현장 상황을 반영하여 음료나 물 반입 개수를 늘이는 방식은 유연했다고 볼 수 있지만, 현장 자체에서는 보다 철저한 운영이 필요하지 않았나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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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은 잊을 수 없는 뜨거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일주일이 흐른 지금도 공연장에서 들었던 음악을 다시 재생하면 가슴이 뛴다. 현장에서 즐기기 전에 음악을 들을 때와, 현장에서 즐긴 후 음악을 들을 때는 다르게 들리는 것 같다.

 

음원에서의 감흥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 라이브 공연장을 찾았다면, 이제는 라이브 공연장에서의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음원을 듣게 되었다. 사랑하는 걸 나누면 나눌수록 그 마음이 더욱 커진다는 걸 실감하고 왔다. 열광의 도가니 속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과 음악, 아티스트, 공연에 대한 애정을 나눴다.

 

음원 속에 공연장에서의 분위기, 에너지와 사랑을 압축시켜놓은 기분이다. 꺼내 들을 때마다 잊지 못할 경험이 함께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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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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