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비행기 안에서 심심함을 달래는 법 [문화 전반]

비행 중 만난 콘텐츠들
글 입력 2022.08.1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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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약 11시간 반의 비행을 마치고 독일에서 한국으로 귀국했다.

 

어떤 비행은 비행기 안에서 봤던 콘텐츠로 기억되기도 한다. 비행시간 동안 지루함을 어떻게 버틸까 걱정도 됐지만, 저번 비행 때 비행기에서 항공사 태블릿으로 영화 몇 편을 보고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걱정 반 기대 반의 묘한 감정으로 비행기에 탔다.


내 취향에 맞게 고르고 골라 보게 된 콘텐츠들도 좋지만 별다른 선택권 없이 우연히 만나게 되는 콘텐츠가 기억에 남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내 알고리즘에는 없을 콘텐츠를 우연히 만나길 기대하며 비행 전에 휴대전화나 태블릿에 다른 콘텐츠를 내려받는 준비는 하지 않았다.


영화 두 편 정도 보고 자면 되겠지라는 생각했는데, 몰려오는 피곤함에 예상외로 영화는 한 편밖에 못 봤고 오히려 눈을 감고 감상할 수 있는 음악을 더 많이 들었다.

 

 

 

영화 - 애프터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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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보고 싶었지만 아직 못본 애프터양을 봤다. 할리우드 신작 카테고리를 보다가 애프터양이 있어서 정말 기뻤다.

영화에 '양'의 기억의 파편들을 지켜보는 장면들이 많다. 양의 시점에서 재생되어 그의 표정이 드러나지 않았던 장면에서도 그가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가 전해졌고, 그의 기억 방식이 사람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끝난 뒤, 기억이란 무엇이고 영원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했다. 누군가의 몸은 사라졌어도 기억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살아있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를 보며 문화와 정체성에 관한 생각도 들었다. 양이 미카에게 가지를 다른 나무에 붙여서 하나가 된 새로운 나무를 보여주면서 미카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장면이 참 좋았다. 미카는 그 나무는 가짜라고 얘기하는데 양은 두 나무 모두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고 이야기해준다.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에게 입양된 중국인 미카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두고두고 힘이 될 말이 아닌가 싶다.

 

미카를 입양한 부모인 제이크와 키라는 중국계 테크노 사피엔스인 양이 미카에게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관련해서 도움이 되길 원하며 양을 데려왔다. 흥미로웠던 것은 양이 중국에서 살았던 것도 아니고 프로그래밍할 때 중국인으로서 설정된 것뿐인데 양의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어디서 오는가도 궁금했다. 정체성은 특정한 외형을 부여하고, 지식을 입력한다고 해서 생겨나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음악 - 앨범 단위로 듣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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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태블릿에서 앨범 단위로 듣게끔 되어있어 앨범을 전곡 재생했다. 평소에는 마음에 드는 곡을 위주로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해서 음악을 듣기 때문에 이번처럼 앨범에 있는 곡들을 한 곡도 빼놓지 않고 듣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이번 비행 중에 접한 음악은 볼빨간 사춘기의 Seoul 앨범, 정세운의 Where is my Garden! 앨범, 몬스타엑스의 SHAPE of LOVE 앨범, Syd의 Broken Hearts Club 앨범이었다.


몇몇 곡들만 알았지 이 앨범들 수록곡 전체를 순서대로 들어본 것은 처음이라 꽤 즐거웠다.  어두워진 비행기 내부에서 고개를 끄덕거리고 음악을 들으며 몸의 찌뿌드드함도 털어냈다. 이번 비행은 이 배경음악들로 기억될 것이다.

 

 


다음 비행도 잘 부탁해


 

그렇게 콘텐츠를 즐기며 중간중간 잠도 자고 하다 보니 한국에 도착했다. 장시간 비행은 정말 지루하고 피곤하다. 영화는 내가 보고 싶은 걸 봐서 좋았고 음악은 평소에 듣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듣게 되어 좋았다.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된 콘텐츠들 덕분에 비행 중 꽤 알찬 문화생활을 했다.

  

새삼 기내 태블릿에 영화와 음악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면 몸서리가 쳐진다. 다음 비행에서도 우연히 좋은 작품들을 마주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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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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