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3년 만에 돌아온 싸이의 흠뻑쇼 [공연]

4시간 동안 광객으로서 흠뻑 젖다
글 입력 2022.07.1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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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뻑쇼 세트리스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2년 7월 15일, 코로나로 인해 3년 만에 다시 열린 싸이 흠뻑쇼 서울 공연을 다녀왔다. 무더운 여름날 흠뻑쇼를 즐기기 위해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 3만 3000명이 모였다.

 

티켓팅부터 쉽지 않았다. 아예 서버가 터져 사이트 접속을 할 수 없었을 정도로, 지금껏 경험해본 그 어떤 티켓팅보다 치열했다. 예매가 열리고 몇 시간이 지난 후 다행히도 스탠딩 다 구역의 티켓 두 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예매를 성공하자마자 친구와 소리를 질렀다. 둘다 흠뻑쇼에 대한 로망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흠뻑쇼에 가는 것이었고, 어렸을 때부터 대학생이 되면 꼭 흠뻑쇼에 가겠다 다짐했었다. 마치 청춘의 상징 같았달까. 오랫동안 상상만 해오던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라니. 꿈만 같았다.

 

 

[크기변환][포맷변환]흠뻑쇼 대기.jpg

 

 

공연 전날, 방수팩부터 얼음물과 간식들까지 철저하게 준비한 후 잠에 들었다. 공연날 종합운동장역에 도착하니 드레스코드인 블루로 옷을 맞춰 입은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제야 내가 드디어 흠뻑쇼에 왔음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햇빛이 매우 강하게 내리쬐는 날이었지만 주경기장 앞 포토존과 공식 굿즈 판매처 앞에는 어마어마한 줄이 서 있었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얼마나 싸이의 공연을 기다려왔는지 두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1. 광객들, 다리와 성대를 잃다


 

장장 4시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나는 관객이 아니라 '광객'이었다. 싸이는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을 광객이라고 불렀다. 3만 3000명이 분위기에, 물에, 노래에, 싸이의 무대에 그야말로 미쳐 있었다. 싸이의 노래들 특성상, 그리고 공연 취지에 따라 신나는 노래들이 매우 많았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뛰었고 폭죽이 터졌고 워터파크처럼 물이 흩뿌려졌다.

 

땡볕에서 두 시간 정도 대기한 여파로 시작 전부터 약간 힘들었다. 심지어 스탠딩 구역이었는데 첫곡부터 떼창하고 뛰는 분위기여서 앞으로 앵콜까지 어떻게 버티나 막막했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한 네 번째 곡부터는 힘들다는 생각이 싹 사라지고 어느새 끊임없이 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공연은 1부 - 게스트 공연 - 2부 - 게스트 공연 - 3부 - 끝없는 앵콜로 구성되어 있었다. 커플들을 위한 <어땠을까>부터, 10대부터 5-60대까지 다채로운 나이대의 관객들을 위한 <아버지>, 감동적인 떼창이 인상적이었던 <낙원>, 신보 9집의 타이틀곡 < That That > 등 매우 알찬 구성이었다.

 

각 노래들의 하이라이트 시작 전 외치는 싸이의 "뛰어!"에는 무언의 힘이 있는 것 같았다.

 

"왼쪽, 오른쪽, 센터, 잠실, 뛰어!"

 

싸이의 외침과 함께 물이 쏟아지고 모두 떼창하며 뛰기 시작하는데,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고 내 앞에 딱 이 광경만 펼쳐져 있는듯했다. 그 순간에 멈춰 있는 기분이었다. 전광판에 모두 같은 리듬으로 뛰고 있는 수만 명이 보이는데, 내가 그중 한 명으로서 어울리고 있다니. 내일이 돼서 그때 뛸 걸 후회하지 말고 지금 최선을 다해 즐기라는 싸이의 말에 발이 아픈 것도 잊고 계속해서 뛰고 함성을 내질렀다. 싸이의 말처럼 다리와 성대를 잃었지만, 그 무엇으로도 대신하지 못할 추억을 얻었다.

 

 

 

2. 기록보다는 기억을


 

[크기변환][포맷변환]흠뻑쇼 무대.jpg

 

 

공연 시작 전 나온 안내 멘트가 있었다. 휴대폰은 잠시 내려놓고, 카메라 렌즈보다 몇백 배 넓은 우리들의 눈에 가득 담으며, 기록하기보다는 기억하자는 말이었다. 정답이다. 싸이의 흠뻑쇼는 눈과 귀로 가득 담고 온몸으로 즐겨야 하는 공연이다.

 

처음에는 촬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갈수록 휴대폰을 든 사람들이 줄어들고 다함께 손을 들고 뛰었다. 촬영으로 정말 남기고 싶은 순간들이 종종 찾아왔지만, 꾹 참고 다신 오지 않을 순간임을 상기하며 오롯이 그 순간만을 위해 진심으로 뛰고 즐겼다.

 

그래서 사진과 영상들을 많이 찍지 못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무대하던 싸이, 잠실의 조명과 폭죽과 물, 함께 손을 들고 뛰던 광객들, 그리고 그 순간 그 모든 것들과 하나 되었던 나까지. 이 일련의 기억들은 몇 년이 지나도 오래오래 마음에 남아 있을 것이다.

 

 

 

3. 게스트


 

서울 공연의 게스트는 헤이즈와 다이나믹 듀오였다. 인천 공연의 게스트는 비와 제시였는데 지역마다 게스트가 달라지는 것 같다. 헤이즈는 없었던 일로 / 헤픈 우연 / 비도 오고 그래서 를 불렀고, 다이나믹 듀오는 죽일놈 / 고백 / 출첵 / 불꽃놀이를 불렀다.

 

적절한 타이밍에 게스트가 등장했고 관객들의 호응도 엄청났다. 이 시간을 제외하고는 4시간 동안 싸이가 전부 라이브로 모든 노래와 춤을 소화했는데, 그의 체력과 무대 매너가 다시금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4. 앵콜 - 싸이는 신이에요...


 

본공연보다 러닝타임이 더 길다는, 관객들이 먼저 지쳐서 그만하자고 한다는, 밤새고 첫차 타고 집에 간다는 바로 그 앵콜. 싸이 흠뻑쇼의 묘미는 단연컨대 앵콜이다.

 

정규 공연만 두시간이었다. 싸이가 '정규' 공연이라고 칭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지금껏 즐긴 두 시간 동안의 무대들이 정규라면, 앞으로 대체 얼마나 대단한 앵콜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인가... 보통 콘서트의 러닝타임은 총 두세 시간에 그중 앵콜은 서너 곡 정도인데, 흠뻑쇼는 정규공연 시간만큼 앵콜을 진행했다.

 

익히 들었던 소문이 정말 사실이었다. 게스트에 대한 궁금함, 다음 곡은 무엇일지 숨죽이고 기다리게 되는 기대감을 잃지 않기 위해 공연의 세트리스트를 미리 보고 가지 않았더랬다. 그래서 앵콜에서 이게 마지막인가? 했는데 또 한 곡을 부르고 언제 끝나? 했는데 또 한 곡을 불렀다.

 

처음에는 댄스 메들리 6곡 - 발라드 - 락메들리 6곡 - 발라드로 앵콜을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이 무대들은 싸이의 곡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다. 말해줘 / 순정 / Tears / 맨발의 청춘 / 와 / 잘못된 만남 을 들으며 미친 듯이 뛰고, <기댈 곳>을 부르며 싸이의 진심을 느꼈다. 붉은 노을 / 나는 나비 / 아파트 / 말달리자 / 그대에게 / 여행을 떠나요로 구성된 락메들리에서는 모두가 한목소리로 떼창했다.

 

 

[크기변환][포맷변환]흠뻑쇼 앵콜.jpg



마지막으로 <언젠가는>을 불렀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곡 중 하나이다. 원래도 가사 때문에 좋아하던 곡이었는데 모두가 하나 되어 떼창하던 순간이 가사와 매우 잘 어울렸다. 이슈가 있어 이 곡을 두 번 부르게 되었는데, 두 번째 부를 때 싸이가 울컥해서 같이 울기도 했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

그렇게 이제 뒤돌아 보니

젊음도 사랑도 아주 소중했구나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젊은 날엔 젊은 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을 보지 못한다는 가사에 깊이 공감했었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젊었고 사랑했으며, 그것은 정말 소중하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가사를 하나하나 소중한 마음으로 따라부르며 지금이 바로 젊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순간임을 온몸으로 느꼈다.

 

찰나의 순간, 과연 이 순간을 내가 다시 맞이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가사처럼 정말 언젠가는 다시 이런 경험을 하고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 흠뻑쇼에 다시 간다 해도 일련의 경험들이 모두 처음인 나에게 이런 느낌은 다시 찾아올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현재를 더욱 즐겼고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

 

 

 

5. 바로 지금이 당신의 전성기입니다


 

2012년 7월 15일에 <강남스타일>이 발매된 후 딱 10년 뒤인 2022년 7월 15일, 싸이는 잠실에서 3만 명이 넘는 관객들과 무대를 즐겼다. 그는 <강남스타일>을 발매했을 때도 그 언제도 아닌, 지금 여기 잠실에서 여러분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이 순간이 자신의 전성기인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전세계에서 인기를 누려오던 데뷔 22년차 싸이가 가수 인생 처음 맞는 전성기라고 표현한 그 시공간에 함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벅찼다.

 

 

 

6. 예술이야


 

<예술이야>라는 곡을 얼마전 방송에서 싸이가 부르는 모습을 보고 처음 알게 되었다. 흠뻑쇼 일정이 공지되지도 않은 시기였는데도 그 무대를 보고 무조건 흠뻑쇼에 가서 이 무대를 만끽하리라 생각했었다. 그정도로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왔던 곡이었는데도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대단한 곡이었다. '너와 나 우리'라는 가사로 노래가 시작하는데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고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지금이 우리에게는 꿈이야

너와 나 둘이서 추는 춤이야

기분은 미친 듯이 예술이야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이야

죽어도 상관없는 지금이야

심장은 터질 듯이 예술이야


 

싸이가 지금부터 여러분들을 위한 가장 큰 선물을 준비했다고 했다. 대체 뭘까 했는데, 노래 하이라이트 부분이 시작될 때 물이 쏟아져 나온 후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몇백 발은 족히 넘는 것 같은 폭죽들이 끊임없이 빵빵 소리를 내며 터졌던 그 순간은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가사처럼, 정말로 이런 날이 올 줄이야. 그때만큼은 지금 삶이 끝난다 해도 여한이 없을 정도였다. 예술 그자체였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첫번째 <예술이야>는 정규공연 마지막 곡이었고, 두번째 <예술이야>는 전체 공연의 '찐막곡'이었다. We Are The One을 부르고 난 후 싸이가 무대 뒤로 들어가고 전광판에서 안내 멘트가 나오길래 정말 끝난 줄 알고 스탠딩 구역에서 나왔는데, 몇 분 후 싸이가 다시 무대 위로 등장했다. 이 곡을 정말 마지막으로 부르고 싶다며 인사한 후 <예술이야>의 전주가 흘러나오는데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단차가 없는 스탠딩 구역에서 계속 뛰고 있었던지라 사람들이 뛰는 모습을 보지 못했었는데, 스탠딩 구역에서 나와 뒤에서 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벅차올랐다. 저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 공간에 내가 방금까지 녹아들어 있었다는 사실이 환상처럼 느껴졌다.

 

*

 

3년 만에 돌아온 흠뻑쇼에 싸이도 많이 벅찬 것 같았다. 무대 중간중간 눈을 꼭 감고 관객들의 함성을 느끼는 싸이의 표정만 봐도 그의 감정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4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지친 기색 한 번 없이 모든 무대를 열정 넘치게 소화한 싸이의 능력과 노력을 체감했던 시간이었다.


무대 설치 작업이 더위와 장마가 가장 극심했던 주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서있기만 해도 더운 햇볕 아래서, 미끄러질 위험을 감수한 채 빗속에서, 오로지 공연과 관객을 위해 멋지게 무대를 만들어주신 스태프분들께 뜨거운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어릴 때부터 로망이었던 청춘의 상징 흠뻑쇼에, 청춘의 한가운데 서 있는 지금 다녀올 수 있어서 행복했다. 소중한 친구와 함께여서 더욱 즐거웠다. 앞으로 두고두고 이 하루를 마음속에 꼭 붙잡아둔 채 기억할 것 같다.

 

 

[최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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