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의 고된 삶을 다독여주는 이야기 [드라마]

너도, 나도, 우리 모두 해방을 원하는 고단한 삶을 악착같이 살아낸다.
글 입력 2022.06.1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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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구씨' 앓이 중이다.

 

손석구 배우가 하도 이슈길래, 그가 나온 드라마에 관심이 자연스레 갔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드라마 이야기를 물어보기도 했고. 드라마가 다 끝난 후에야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졌다. 사실 보고 싶었는데 못봤다고 할 수도 있겠다. 우선 본방송을 챙겨볼 여력이 되지 않았고, 드라마를 다시 볼 수 있는 ott 서비스에 결제 하지 않고 있었기에 볼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보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건 내가 가질 수 있는 여력이 된다면 손에 꼭 넣어야 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고 싶다는 욕구가 들끓자마자 구독권을 바로 결제했다. 그리고 결제한 날로부터 일주일 만에 드라마를 모두 시청했다. 평일엔 일 때문에 볼 시간도 없었는데 말이다. '이 지독한 근성을 공부에 쏟았더라면-' 하고 생각하니, 웃음이 피식 나왔다.

 

<나의 해방일지>는 <나의 아저씨>를 집필한 박해영 작가의 작품이다.

 

<나의 아저씨>는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인스타그램에서 캡쳐본으로 돌아다니는 드라마 속 장면과 대사 그리고 ost로 종종 위로 받곤 했었다. 이번 드라마도 시작은 마찬가지였다. 인스타그램 피드에 계속 떠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타의적으로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에 본능적으로 이끌렸다. 어쩌면 나는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해방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매일 밤 여행에서 찍었던 사진들 속을 유영하고 있는 나의 습관이 말해주듯이.

 

 

세남매와 아빠.jpg

 

 

드라마는 주인공 세남매가 가지고 있는 각자의 고충,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서사를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기도민의 설움, 비정규직, 직장 내 괴롭힘, 연애와 같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기 충분한 이야기들이 매 에피소드마다 있다. 워낙 현실적이다보니, 마음이 힘들었던 어떤 날에는 꼭 내 얘기 같아서 시청을 중도 포기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주행 한 것은 그만큼 매력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중간.jpg

 

 

우선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마냥 예쁜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대한민국 산포시라는 곳에 그들이 존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살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주인공들을 통해 보여준다. 멀리서 보면 정말 별 거 아닌 문제들이거나, 오히려 해답이 명확한 순간들을 드라마 속 한 장면으로 만들어서 우리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어 준다.

 

또한 보는 내내 억지스러운 설정이 없어서 좋았다.

 

드라마는 잔잔하게 일상을 비춰준다. 예를 들면 , 왕복 3시간이 넘는 거리를 통근하는 세 남매가 전철을 타고 다니는 모습이나 자극적이기만 한 여느 드라마들과는 결이 다른 작품이었다. 전반적으로 유쾌한 내용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나의 해방일지>에도 작은 웃음 포인트들과 러브라인이 주는 즐거움은 존재한다. 큰 행복만이 행복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세상에서, 별 거 아닌 일상 속에서의 행복과 관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작품은 참으로 귀하다.

 

현대 사회는 필요 이상으로 정보가 넘쳐난다.

 

우리는 당연히 그 수많은 정보들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사실 이건 받아들이냐 아니냐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냥 원치 않는 걸 어쩔 수 없이 봐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 문제가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판단은 오롯이 우리의 몫이기 때문이다. 꾸준하게 여러 가지 내용에 노출되다보면, 나도 모르게 학습되는 것들이 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우린 지금 참 피곤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것들이 도처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막 생각을 하다 보니, 이 드라마는 꼭 디톡스주스 같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책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무언가를 보면 몰입을 하게 된다. 몰입은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데, 드라마의 제목에 들어가는 '해방'이라는 단어와 일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해방감을 선사하고 있다. 주인공들도 우리랑 다를 바 없이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고, 어려움이 있다는 것에서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그들의 서사에 몰입하게 되면 자연스레 해방감을 느끼는 그런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방이다.jpg

 

 

마지막으로 각각의 캐릭터들이 내적 성장을 이루고, 스스로 해방을 개척해가는 자세를 보면서 '야, 너도 할 수 있어!'라는 어느 브랜드의 문구가 생각났다. 그리고 나의 삶을 비추어 보면서 나의 해방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작품을 보고 나의 삶에 대입하며 위로와 공감을 얻고 또 해답을 찾는 힘을 보태주는 것이, 이 드라마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나는 종종 주인공 '미정'처럼 한없이 우울하고 이방인이 된 기분을 느낀다.

 

그래서 그녀와 나를 동일시하며, 이 드라마에 과몰입을 할 정도로 좋았던 것이 아닐까 싶다. 언젠간 내가 나 자신을 힘들게 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해방되고 싶다는 생각, 그냥 이 지긋지긋한 삶의 굴레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여전히 삶의 해답은 찾지 못했고,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해방될 날만을 고대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동안 참 많이 위로 받았다. 나와 같은 현대인들에게 잠깐 숨 돌릴 시간을 선사해주는 <나의 해방일지>를 추앙하며 글을 마친다.

 

 

[강윤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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