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여자의 자동차

여자, 그리고 자동차
글 입력 2022.06.0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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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노래를 듣는데 문득 나를 옆자리에 태우라고 하는 가사가 귀에 들어왔다. 이전이라면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나갔겠지만 자동차와 여자를 결부시키면 온갖 성차별이 난무하다는 걸 깨닫고 나니 그 가사가 자꾸 나를 맴돌았다.

 

여성 화자는 스쳐지나가는 가사에도 자신이 태우겠다는 말 대신 나를 태우라는 수동적인 내용을 담는다는 것. 누군가는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여자와 자동차의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자동차 업계의 전체 직원 중 여성 직원 비율은 5.5%에 불과


  

자동차를 일자리로 가져와본다. 자동차업계는 사무직이든 현장직이든 남초로 유명하다. 닷페이스에서는 지난 5월 17일 [남초 현장을 뚫는 여자들]의 세번째 시리즈로 한국GM에서 14년째 근속중인 고은하씨와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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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9살, 경력을 가지고 입사했으나 승진에서 연달아 누락되었다. 자신의 문제인줄 알고 개선하기 위해 상사에게 물어보았지만 명쾌한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부족하면 채우려고 했지만 바꾸거나 고치거나 개선할 수가  없는 영역의 문제였기 때문에. 그래서일까 이분은 2008년 입사, 2011년 대리 진급, 2021년 차장 진급으로 10년간의 대리라는 기록을 남겼다.


여성의 승진 누락이 만연한 남초업계이기 때문인지 상사의 성희롱도 있었다. 성희롱 교육을 받았지만 차별발언은 서슴지 않고, 규정이 없어서 처벌 대신 모니터링으로 대신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2년 6개월의 육아휴직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납득하기 어렵지만 이마저도 그나마 외국계라서 이만큼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그렇다, 외국계. 110년만에 여성 CEO가 탄생한 GM. 여성 임원을 대거 발탁했다고 하지만 한국GM에서 사원부터 올라간 사람은 없는 여성 리더들.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회사의 롤 모델이 없다는 것. 장기 근속한 여성 상사가 많지 않아서 입사할 당시 최연장자인 상사를 보며 자신의 미래를, 한계를 마주하기도 한다. 여자도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일까, 인터뷰의 주인공인 고은하씨는 진급에 도전한다고 한다. 자신의 도전이 후배 여성들에게 백이 될 거라고 믿기 때문에.

 

 

 

“여자들이 뭐를 하노”


  

사무직을 이야기 했으니 이제 현장직으로 간다. 금속노조 여성노동자들의 성차별 실태를 담은 이슈페이퍼, “금속노조 여성노동자의 작업장 경험: 자동차업종 사례”이다.

  

 

사례1.

사내하청 근로자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 하청근로자 중 여성 비율 20%

그러나 정규직 전환 채용 1,500명 중 여성 노동자 0명.

 

사례2.

남성중심적 환경인 조립부서에는 여성 화장실과 탈의실 등

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여성의 정규직 불가능

 

사례3.

남성 중심의 조립 라인에 여성노동자가 배치되자

“왕가슴, 리본, 엉덩이”라는 별명을 지어 부르면서 성희롱

 

사례4.

타 사업장에서 숙련자로 인정받고 재직자 소개로 입사하였으나
여자라는 이유로 해당 업무에 배정하지 않아 퇴사

 

사례5.

여성이 담당하던 후가공 업무에 남성이 배치되자
후가공 업무의 위계가 하위에서 상위로 이동

 

사례6.

여성은 중량물을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힘든 일을 하지 못한다며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

 

 

산업별 여성고용률과 관리자비율을 살펴보면 금속산업이 여성고용률 10%미만, 관리자비율 3%미만으로 최하위를 차지한다.

 

관리자는 남성이라는 인식이 굳어졌고 유리천장과 유리벽이 존재하고 있고 유지/보전 업무에 여성은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기계설비 보전은 남성에게 특화되어 있는데, 여성에게는 해당 직무가 배정되지 않아 교육훈련의 기회조차 없다. 여성은 기계설비를 배우지 못해서 관리자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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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남성에게는 신체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안전보건공단에서는 인력운반 안전작업에 관한지침에서 인력운반중량 권장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인력운반 작업이 부상 및 질환의 가장 큰 원인이며 인력 운분 작업에 의한 부상이 전체 부상 건수 중 30~34%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남자가 여자보다 고중량을 운반할 수 있는 것은 신체적 차이이지 신체적 우월함이 아닌데 여성의 일은 가볍고 쉬운 것으로 평가절하된다.


 

 

대형 왜 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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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위의 트윗이 상당한 공감과 반응을 일으켰다. 여자는 운전면허 1종을 접수하는데도 상대가 납득할 명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예상치도 못한 이야기. 운전에 성별이 중요할까? 여자는 트럭을 몰 일이 없어서? 여성은 왜 트럭을 몰 일이 없을까? 경향성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지 않을 텐데 말이다.


여성운전 프로젝트 언니차(@unniecar)’가 있다. 자동차, 운전, 정비, 교통안전 등 여성 전문가와 여성 운전자가 만나는 워크샵을 기획한다. 여성운전자 1400만 시대, 여성이 스스로 안전하게 기술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여성의 이동 독립과 주체적인 삶을 이야기하면서 여성 차별에 대한 공감과 공론화를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워크샵을 통해 운전에 관련된 경정비부터 사고처리까지 운전의 A to Z를 여성이 여성에게 알려주었고, 여기에는 차에 대해 알고 싶은 10대부터 60대까지의 여성이 참여하였다.

 

언니차 프로젝트의 이연지 기획자는 예비 운전자들에게 여자라는 이유로 운전을 두려워하지 말기를 바라며, 원할 때 원하는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이동독립권을 희망한다.

 

*

 

자동차를 만드는 것,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는 것, 면허를 따는 데서 여성들은 당연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한다. 창작물에서도 운전석 대신 조수석에 앉는다. 하지만 여자는 뭐든 할 수 있어야 한다.

 

원한다면 1종 면허를 딸 수 있고,

진급에서 누락되지 않고 임원이 될 수 있고,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될 수 있고, 희망 직무에 배정될 수 있어야 한다.

 

 

 

참고 자료

지혜, '[남초 현장을 뚫는 여자들] “나의 도전이 후배 여성에게 든든한 백이 될 거니까”', 닷페이스, 2022.05.17

엄재연, '금속노조 여성노동자의 작업장 경험 : 자동차업종 사례',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2022.03.31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인력운반작업에 관한 안전가이드', 2015.11

김규희, 경정비부터 사고 대처까지 '운전하는 언니'가 알려줄게, 여성신문, 2021.08.21

이연지, ‘김여사’를 만든 사회에서, 내 삶의 운전대 잡기, 일다, 202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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