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물에서 숭늉찾는 시대의 예술 - The Color Spot

글 입력 2022.05.1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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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숭늉 찾는 시대의 예술



연필보다 화면의 아이콘을 더 그림 도구로 받아들이는 현대사회에서 미디어 아트는 그리 낯설지 않은 개념이다. 그것은 아점과 브런치의 차이와 같다. NFT가 만들어낸 자본주의의 존재감이 미술작품의 아우라를 대체하고도 남은 시대에서 '미디어 아트'라는 단어는 그냥 하나의 표현 방법이 되었다.

 

오늘 리뷰할 전시회는 'The Color Spot'이다. 아직 과도기 인간인 20대 후반인 나로서 본격적인 '미디어 아트' 전시회는 처음이다. 사실 이 부분은 의도적으로 피해온 부분이 컸다. 그건 친숙성의 문제였다. 내가 알고 있는 미술 작품들은 물과 물감, 연필과 지우개 가루가 만들어낸 물질을 재구성한 현실의 또 다른 프레임이었다. 현실적인 재료가 현실적인 화면으로 현실의 조각을 재현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미술작품은 가상적인 코드로 가상에서 구현되고 인공적인 매체에 의해 '상영된다'. 이제 와서 고백하건대, 미묘한 구분은 내가 품어온 비합리적인 집착이었다. 그리고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이 자체가 우리 세계가 물질만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회의 또다른 이름, '꿈속의 자연'은 아이러니하고 적절한 제목이라 할 수 있다. 작품들은 디지털 아트로써, 화면에 띄워진 앱을 통해 작업하고 가상의 영상파일이다. 하지만 그 작품들이 구현하는 '자연'은 우리의 꿈속에서 볼 수 있는 친숙한 환상성을 느끼게 한다. 철저하게 위장된 가상성 속에서 꿈과 같은 휴식을 바라다니. 정말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후술하겠지만, 그 아이디어만큼이나 미디어 아트만이 구현할 수 있는 창의적인 표현방법이 이 전시회의 매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 그 위치와 기능마저도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미디어아트를 다룬 전시회, 'COLOR SPOT'은 홍익대학교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상가의 아래층에서 전시된다. 우리끼리 말하는 건데, 실로 그 장소부터 아이러니하다. 실제로 전시회는 작품뿐만 아니라 방문객을 전시한 전시회기도 했다.

 

가벽의 메시지나 감각적인 이미지가 어떤 테마를 이루었다는 점, 거울이 여러 공간에 배치되었다는 점에서 이는 전시 기획 단계에서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 그 부분까지 엮어서 해석하고 싶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전시회장의 위치와 공간, 실제 관람객이 전시회를 활용하는 방법이 내게는 이 복잡한 미디어 세계와 인간을 닮은 것처럼 느껴졌다.

 

 

 

가상의 꽃과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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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는 크게 15가지 작품들이 전시되어있다. 이 중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네 작품과 작품의 연출을 중심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제목이 제목이다 보니, 3번 작품과 4번 작품에 먼저 눈이 갈 수밖에 없다. 우선 3번 작품은 두 면을 맞대어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각 면의 꽃들은 다른 속도로 자란다.

 

관람객은 한쪽 꽃의 화면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도, 두 면을 동시에 바라볼 수도 있다. 사람의 눈은 두 개였지만, 인터넷 기술 발달 전에는 하나의 역동적인 현실을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시공간이 초월한 오늘날 두 눈은 초월한 공간에서 두 개의 프레임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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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작품도 두 가지 프레임을 사용한 작품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 작품의 이름은 '나무' 이고 기둥에 영상을 쏘고 있었다. 말하자면 나무라는 이미지가 실제 우뚝 선 기둥에 덧입혀진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나무를 재현하지 않고 다른 면에 나무의 다른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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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작품을 감상하러 간 대다수의 사람이었다면, 이 거대한 작품들에 대한 인상을 받지 않긴 어려울 것이다.

 

이 작품은 긴 거울을 통해 또 하나의 가상 화면을 만들어 낸다. 꿈과 같은 형태의 사막은 거울, 빔프로젝터, 모니터화면으로 또다시 재현된다. 관람객은 이 공간에 들어가 그를 둘러싼 공간이 떠오르고 지는 모습을 즐길 수 있다. 모니터가 묻혀있는 모래알은 투명한 플라스틱 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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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모든 작품을 이렇게 비비 꼬아 본 것은 아니다. 출구에 가까워져서 발견한 이 작품은, 울퉁불퉁한 강판을 빛으로 비추어 작품을 완성한다. 영사기에 비친 빛은 여러 색깔로 바뀌어 가면서 가벽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면서 이 가상 세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어떤 가치를 발견했다. 울퉁불퉁한 강판을 빛에 따라 비추는 것은 어떤 기만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본질적으로 작품이다. 어쩌면 이 부분에서 찾을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이 이 전시회에서 말하는 '꿈속의 자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 전시회의 모든 작품이 그렇다.

 

 

 

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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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성찰적인 전시회의 컨셉이나 어두운 공간에서 빛 번짐을 막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전시공간은 검은색 가벽이나 거울을 많은 곳에 배치해두었다.

 

개인적으로 가상으로 구현된 세계에서 거울을 통해 계속 나를 들여다본다는 점이 자기몰입적인 우리 세계를 떠올리게 했다. 그런 세계는 씁쓸하기도, 아름답기도 하다. 뭐가 되었건 나는 전시회에서 지나치게 전시된 거울을 보는 게 조금 껄끄러운 쪽이었고, 자연스럽게 그 주변 부분을 많이 관찰했다.

 

그런 덕에, 의도하지 않았지만 재밌는 장면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검은 커튼 사이에서 비치는 작품들을 본 다거나-개인적으로는 무늬가 움직인다는 점에서 단편 소설 노란 벽지가 생각났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또 다른 '귀신 프레임'이 생긴다는 점이 그랬다.

 

전시공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도 관람객들이 구구절절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마법적 공간이고, 최소한 미디어 아트라는 컨셉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사색은 아주 색다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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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리뷰는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으로 쓰였다. 나의 해석이 전시회의 의도와 얼마나 맞닿았는지는 모르지만, 전시 공간이라는 좋은 구실이 만들어내는 마법과 향유자의 지나친 몰입이 만들어낸 즐거운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뭐가 되었건 나한테 이번 전시회는 관람 방법이라는 아주 작은 부분부터, 자본주의와 예술 사이의 적당히 큰 부분, 기술이 만들어낸 가상과 현실 세계라는 거대한 부분까지 좋은 모양새로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전시회를 관람하든, 만족할만한 전시회였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기회가 된다면 방문하여 각자의 감상을 들려주길 바란다.

 

 

[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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