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금, 만화 Vol.13 - 논픽션 + 만화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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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김금숙 작가의 <풀>이 하비상을 수상하고, 최근에는 <기다림>이 해외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한국의 웹툰이 양과 질이 팽창하는 가운데 한국의 논픽션 만화 또한 당당히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대 OTT의 시대에서 스토리, 즉 픽션이 넘쳐나고 있는 현실에서 논픽션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는 논의가 부족하다.
현재 논픽션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뭇 획일적이다. 많은 매체가 그러듯, 픽션을 먼저 정의하고, 픽션이 아닌 것을 논픽션(nonfiction)으로 개념화하거나(부끄럽지만 본인도 이렇게 인식해왔다), 단순히 사실에 기반한 저널리즘적 기록의 범주 안에서만 논픽션 장르를 이해하는 것으로만 그친다.
특히, 사실의 여부로만 대한다는 것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논픽션이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났는가'가 논픽션의 중요한 출발임을 인정하지만. 이보다는 더 깊숙하게, 그리고 더 넓은 이해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논픽션 장르와 따로 떼어 볼 수 없는 현실의 부조리 또한 이번 논픽션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개념이다. 주로 부조리한 역사를 기록해서 진실을 보기 위해서 논픽션이라는 장르가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논픽션이 픽션과 다르게 현실의 '기록'에 방점을 찍을 만큼, 역사를 기억하고 재구성하는 논픽션이 만화의 근본적인 '현실과 함께 호흡한다는 장르'로서 기능을 해주기 때문이며, 과장해서 말하자면, 논픽션이 만화의 근본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크게 봤을 땐 '만화'라는 장르 자체가 현실과 함께 호흡하면서 발전해왔으며, 현실을 그려온 만큼 현실과는 동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논픽션은 부조리를 기록하는 데에도 많은 공로가 있기 때문에 지난 12호 '부조리'와 이어지는 주제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12호와 함께 읽기를 추천한다) 이런 이유들이 지금, 만화의 현재를 다루는 비평 잡지에서 다뤄야 하는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에 [지금 만화] 13호에서는 논픽션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지금, 만화] 13호
논픽션 + 만화
《지금, 만화》 발간위원회 지음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발행
[지금 만화] 13호에서는 논픽션의 범주부터 시작해, 논픽션 장르가 추구하는 것, 그리고 결국에는 논픽션이라는 장르가 대중성과 상업성이 없음에도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이유부터 시작해 한국 논픽션 장르가 발전해온 역사와 작품을 비평하고, 논픽션 장르와 독립 만화를 총망라한 '다양성 만화'의 성장을 위한 플랜을 제시한다.
크리틱에서는 논픽션 만화의 정의와 특징을 짚어보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논픽션 만화인 <새벽길>, <홀>, <사람 냄새>와 같은 작품을 분석했고, 올해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한 <지역의 사생활 99>의 삐약삐약북스의 전정미, 김영석 공동대표를 통해서 독립만화와 로컬만화의 접점과 가능성을 풀어냈다.
그리고 웹툰 플랫폼의 수익배분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웹툰과 웹소설을 ISBN과 도서정가제에 적용하려는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속내를 한국웹툰산업협회 서범강 회장과 한국웹소설산업협회 회장 손병태 회장과의 간담회를 통해서 알아봤다.
논픽션 장르에 대한 고찰 : 논픽션이란 무엇인가
[지금 만화]에서 말하려는 것은 논픽션이 사실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논픽션을 정의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논픽션에서 중요한 건 사실의 여부보다는 ‘사건의 진실을 어떻게 표현해내는가’, 혹은 ‘사건의 실체를 어떻게 포착해 내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생각은 논픽션 만화가 추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인간이 ‘사실’을 기록하려고 하는 이유는 바로, 진실/진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p.9)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인용하자면, “현실, 혹은 사건의 실체를 보다 적확히 알고자 하며, 이를 통해 나와 우리를 둘러싼 ‘지금-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이해하고 반성하며 더 나은 전망으로 나아가고자 하기”(p.9)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욕망으로 인해 사람들은 논픽션을 창작하고 소비한다. 이 부분에서 픽션이 채울 수 없는 부분을 메운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논픽션에서는 사건의 진실을 어떻게 포착해내는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점이 중요한 만큼 창작자에게는 때론 숙제가 되기도 한다. 즐길 거리가 쏟아지고, 선택적으로 기억되고 소외되는 역사가 생기면서 작가는 이를 독자가 관심 있게 할 만하게 전달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역사에 대해 필요성을 어필하는 정도로는 독자들은 논픽션 만화를 읽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역사를 연결하는 ‘친절한’ 논픽션을 위해 고민해봐야 함을 언급한다.
이슈 : 만화계 속 이슈
수익배분 논란,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에서 어떻게 문제가 형성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 지점에서 플랫폼이 작가들에게 적절한, 혹은 투명하게 정산을 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작가들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비율과 판매 수치를 대략적으로 추산할 수밖에 없어 생긴 불신의 틈과 이를 파고드는 에이전시(CP)를 지적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좋은 예시를 '넷플릭스'에서 찾아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경우 제작사에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확실하게 지급한 후 플랫폼에 독점적 권리를 갖는다는 방식에서 힌트를 얻는다. 물론, 이 방식이 웹툰 플랫폼과는 다른 영상 플랫폼이라는 점과 다른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투자의 개념으로 다가간다면 현재 마주하고 있는 불투명성에 대한 문제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언급한다.
또한, 웹툰 웹소설 생태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외부에 대한 이슈 ‘웹툰 웹소설 ISBN 부여’에 관한 이슈를 다룬다. 웹툰과 웹소설은 종이 출판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는 콘텐츠가 아니다. 그럼에도 웹툰에 ISBN을 부여한다든가 현재 ‘대여하는 웹소설과 웹툰’에 도서 정가제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대립이 지속되어 왔다.
여기에 최근 구글의 인앱 결제 수수료 30%를 두고 구글이 대한출판문화협회에 가입한 움직임이 웹툰과 웹소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들의 움직임이 어떤 의도가 있는지를 응답을 통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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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 만화 장르가 해외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역사를 기록한다는 점에서 논픽션 장르는 의미있는 획을 긋고 있다. 논픽션 만화 창작자뿐만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는 정책과 많은 작가들이 논픽션에 도전할 수 있도록 통로가 마련되어야 함을 역설하며 [지금 만화] 13호를 마친다.
[오지영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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