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LUFS에 대한 고찰 [음악]

글 입력 2022.05.0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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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가 OTT 플랫폼을 통해 드라마를 볼 때, 회차별로 또는 작품별로 소리의 크기가 다르다면 어떨까? 혹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음악을 감상할 때 어떤 음악은 너무 크게 들리고 어떤 음악은 너무 작게 들린다면? 우리는 아마 듣기에 적당한 볼륨을 계속해서 찾아 조절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불편함을 없애고자 대부분의 플랫폼에서는 사용자들에게 각자의 기준점을 정해놓고 있다. 그리고 그 기준은 ‘LUFS’라는 단위로 표시가 된다. ‘LUFS’란 ‘Loudness Unit relative to Full Scale’의 줄임말로, 음악 및 영상 등에서 시작부터 끝까지의 소리 크기를 평균 낸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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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별 권장 LUFS 레벨 (Moises App, 2020년 12월 기준)

 

 

그렇다면 플랫폼별로 정해놓은 기준에 맞추어 음량을 조절하면 되지 않느냐?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당장 유튜브만 보더라도, 본 영상 소리에 비해 광고 소리가 너무 커서 불편했던 경험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실제로 며칠 전, 광고 작업을 끝마치고 유튜브의 권장값인 -14LUFS로 음량을 맞추었다. 하지만 기존 유튜브의 광고와 비교를 하여서 들어보니, 역시나 내 작업물의 소리가 한없이 작았다.


정확하게 권장 LUFS를 맞추어 작업을 하였음에도 소리가 기존의 것보다 작다는 것은, 기성 광고들은 권장 기준을 훨씬 넘어선 훨씬 큰 소리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의 귀는 작은 소리보다 큰 소리를 더 좋은 소리로 인지하기 때문에 당사의 제품에 대한 이목을 끌기 위해서라면 상대적으로 큰 소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기준점이지만 청취자 입장에서는 그 불편함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 생산자 입장에서는 기준점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 애매모호한 환경에서 소리의 레벨을 어디까지 올려야 되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생긴다는 것이다.


반대로 유튜브의 광고가 아닌 영상을 시청할 때는 소리가 확 줄어드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유튜브에서는 일정 기준점이 넘어가면 기준점에 알맞게 소리를 낮추어 재생된다는 말이 있는데, 광고에서 본 영상으로 넘어갈 때 소리의 줄어듦이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아니면 소리의 줄어듦과 동시에 음질의 손실이 생기기 때문에 처음부터 작게 만들어진 소리가 재생되는 것인지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기준점이 넘어가면 어차피 기준점 레벨까지 노멀라이즈가 되니 기준점을 맞추는 것이 음질의 손실을 최소화한 채 가장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말도 있고, 어차피 알아서 노멀라이즈가 되니 최대한 큰 소리까지 레벨을 올리는 것이 나은 방법이라는 말도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기준점과 노멀라이즈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장 좋은 소리를 위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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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영상의 노멀라이즈를 확인하는 방법은 영상 화면에서 마우스 우클릭 후 전문 통계를 확인해보면 된다.

모 제품의 유튜브 광고를 확인해보니, 해당 영상의 사운드가

유튜브 기준보다 3.6dB이 커 37%의 레벨로 송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원본에 비해 소리가 67%나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몇 개의 영상을 확인한 바로는 기준점에 맞는 노멀라이즈 되고 있었다. 즉, 대부분의 영상은 기준점보다 더 큰 소리로 업로드되고 있다는 것인데, 우리는 여기서 음향 기술이 작품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영상의 평균 소리 레벨을 올린다는 것은 결국 작은 소리도 큰 소리로 만든다는 것인데, 영상에서 소리의 차이는 원근감을 표현하는 데 정말 중요한 요소이다. OTT 서비스의 드라마를 비롯한 일부 영상에서 작아야 하는 소리가 크게 들려 어색함을 느꼈던 경험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생산자로서 LUFS에 대한 고민이 처음 시작된 것은 작년에 첫 음원 발매를 준비하면서부터였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역시 당사마다의 기준점이 있었지만, 그 기준점을 지켜 작업을 하면 역시나 기성 음원에 비해 턱없이 작은 소리로 재생이 되었다. 음악에서의 작은 소리를 큰 소리로 키우면 강약의 다이나믹이 줄어들게 되는 연출적 손해가 있었음에도, 기성 음악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결국 소리를 키워야만 했었다.


문제는 해외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해외 업체는 국내보다 기준에 대해 더욱 엄격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프로 뮤지션들은 해외 플랫폼 기준에 맞는 레벨로 작업하여 해외 발매용 음원을 따로 제작한다. 하지만 나 같은 아마추어 뮤지션이 이용하는 저가 음원 유통 대행업체에서는 따로 발매하는 것이 제한적이고, 그만큼의 비용도 소모되기 때문에 해당 방법을 선택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해외 플랫폼을 통해 발매된 음원을 들어보니 음질에 대한 손실이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사람의 귀가 더 큰 소리를 더 좋은 소리로 인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이것에서 비롯된 음압 전쟁(Loudness War)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다. 당장 대중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큰 소리가 필요하고, 이로 인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LUFS 기준이 만들어졌지만, 어차피 지켜지지 않을 거면 도대체 왜 기준점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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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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