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감정을 읽는 마음챙김 미술관

불확실한 미래가 불안한 우리들에게
글 입력 2022.03.2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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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듯 책을 읽었다. 미술 서적을 여럿 보았더니 익숙한 그림도 있고, 정확히 기억나진 않아도 화가의 인생이 어떠하였는지 느낌이 온다. 무엇보다 저자가 명화와 화가의 인생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삶의 유연함이 그대로 내 생각과 맞물려, 독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내 머릿속에 담긴 생각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그랬더니 책 한 권이 끝났다. 오래 걸리지도 않았고 듬성듬성 읽은 것도 아니며 물이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는 것이 이치이듯 그렇게 완독했다. 작가가 말한 바를 전적으로 이해하고 실천한 현재의 나는 <마음챙김 미술관>이 말하는 모든 것을 동의할 수 있었다.

 

 

 

명화를 통해 감정, 마음을 깨닫는 시간



책은 20가지 키워드로 구성됐다. 키워드는 우리가 살면서 고민할 법한 주제로, 지금도 가지고 있을 법한 문제다. 키워드는 4~6개씩 쪼개어 파트별로 총 4개의 목차를 구성하고 다음과 같이 구성됐다. 그동안 본인이 가졌던 고민에 대한 분류와 그에 대한 적절한 표현법도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있나요

삶의 이유, 감정의 선택, 기회비용, 사회적 시선, 현실적 고민, 익숙함

 

관계 속에서 자꾸 힘든가요

사회적 가면, 열등감, 갈등, 인정 욕구, 실존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지는 않나요

생득적 자기파괴, 트라우마, 부정적 자기대화, 불안

 

덜 불행해지는 연습을 해볼까요

만족감, 미봉책, 관점,자기신뢰, 삶의 균형

 

 

어떠한가? 바로 어젯밤에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로 인해 밤잠을 설치지 않았나? 그 문제가 바로 여기에 나와 있지 않나? 해당하지 않는 문제도 많겠지만, 책을 읽다 보면 설명하지 못해 답답했던 마음을 해소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이토록 정제된 언어로 나의 마음을 털어놓았는지, 마치 대변자가 된 듯 말해주는 <마음챙김 미술관>은 내가 가졌던 고민에 대해 속 시원하게 풀어줬다. 과거의 나에겐 세 번째 목차가, 현재의 나에겐 첫 번째 목차가 그리고 평생에 걸쳐 세 번째 목차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나에게 네 번째 목차가 마음으로 와닿았다. 책은 화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나, 그 큰 주제는 ‘마음챙김’에 있다. 이 중 나는 세 번째와 네 번째 파트가 마음이 쏠리더라.

 

 

 

불확실한 미래가 불안한 우리들에게


 

제3장에서 작가가 소개하는 4명의 화가는 다음과 같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600년대를 살았던 이탈리아의 여성 화가인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오귀스트 로댕의 뮤즈이자 연인이었던 카미유 클로델(Camille Claudel), <절규>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로 그들은 순서대로 생득적 자기파괴, 트라우마, 부정적 자기 대화, 불안의 키워드를 대표하며 소개됐다. 죽은 형제의 이름을 물려받은 고흐, 성폭력 트라우마에 평생 시달렸던 아르테미시아, 연인의 그림자에 가려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카미유, 항상 죽음이 따라다녔던 뭉크까지. 이미 그들의 삶이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던지라,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인간 중심 상담의 창시자 칼 로저스(Carl Rogers)는 인간을 포함한 유기체는 지금보다 더 향상하려는 욕구가 있다고 설명하며, 이것을 ‘실현화 경향성’이라 일컬었다. (중략) 그와 동시에 해를 끼치려는 선천적 경향성, 즉 생득적 자기파괴(self-sabotaging)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인생의 대부분을 타인의 기대에 맞춰서 살아가며, 타인의 능력을 능가하거나, 인정받거나, 승인을 받음으로써 자신의 가치감을 찾는다.

 

<마음챙김 미술관> 중 149쪽


 

트라우마의 회복은 과거의 그 시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현재로 가져오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그때의 사건들, 상황들, 상처받은 나 자신을 그 시간에 그대로 두고 오는 것, 그리고 과거가 존재함을 인정하고 현재의 새로운 도전들을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트라우마로부터의 건강한 회복을 이끌 것이다.

 

<마음챙김 미술관> 중 179쪽


 

거울에 비춰지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긍정적 자기대화를 진행할 때 이는 훨씬 더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긍정적 자기대화는 최대한 구체적인 것이 좋다. ‘좋게 살아야지’보다는 ‘나는 지금 내게 해가 되는 습관들은 하나둘씩 지워나가는 중이다. 그리고 나쁜 습관이 사라진 자리에는 내 삶을 건설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요소들로 꽉꽉 채울 것이다. 이렇게 채워진 긍정적인 생각을 통해 건강한 생각을 하고, 또 그런 생각은 나의 신체와 대인관계 역시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난 아직 완전한 사람은 아니지만, 불완전함으로부터 한 발자국씩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쁘게 생각한다’와 같이 최대한 구체적으로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좋다.

 

<마음챙김 미술관> 중 192쪽


 

지금 나에게 불안한 요소들을 하나하나 적어보자. 일, 사랑, 가족, 대인관계, 돈 등 세상에 불안한 요소는 너무나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도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이 분명 있다. 불안 속에 웅크리고 있을지, 불안함을 드러내고 태양을 볼지는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있다. 최종적으로, 불안이 성장이 발판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파괴적 요소가 될 수 있는 불안을 잘 달래고 살펴, 그안에서 사용 가능한 에너지들을 현명하게 골라야한다. 그 선택은 뭉크가 그랬던 것처럼, 태양처럼 밝은 희망을 보여줄 것이다.

 

<마음챙김 미술관> 중 206쪽

 

 

저자가 소개한 4명의 작가는 생애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본인이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채 평생 껴안고 살아갔으며, 상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나를 위한 미래는 존재하지 않았고 쓸쓸한 최후를 맞이했거나,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낳았다. 이 중 유일하게 뭉크만이 자신의 상처를 그때의 시간이 놓아두고, 현재를 마주보기 위해 노력했다. 대학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그림으로 사람과의 관계를 잃지 않기 위하는 등, 그렇게 그는 불안에서 벗어나 오슬로 대학에서 회복의 희망을 담은 <태양>이란 그림을 그려냈다. 여태 알고 있던 뭉크의 그림 중 가장 화사하고 희망찬 그림이 아닐까 싶다. 대중들도 기존 뭉크의 화풍과 비교해 확연히 보이는 대조적인 느낌에 더욱 찬사를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본인은 그들처럼 지나간 시간에 갇혀 여태 나의 많은 가능성을 부쉈고 선택지를 스스로 없앴다. 자기 파괴적인 행동이 나에게 상처를 준 이들에게 가장 큰 복수라 여기며 화를 삭이지 못하고 지냈던 것 같다. 그것이 내 자신을 잃는 행동임을 알았음에도 멈추지 못했다. 그러다 내가 부정적인 행동이 물리기 시작했다는 철없는 계기로, 더는 이런 식으로 나의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목표가 생겼다. 뭉크는 이것을 그림으로 표현했고,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마련했다.

 

비록 그 계기가 별 특별할 것 없이 찾아온 우연한 감정이라도 그것을 잊지 않기로 했다. 내가 가진 것을 부정하지 않고 그중 나답게 성장할 수 있는 요소를 고르고 골라, 열심히 빚어서 그것이 존재 자체로 쓰임이 생기고 어여뻐질 때까지, 차분하고 천천히 아껴줄 생각이다. <마음챙김 미술관>이 담담히 우리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적당한 속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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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미술관> 중 모드 루이스의 집 214쪽

 

 

 

알려주는 삶의 방식


 

제4장은 만족감이란 키워드로, 내가 느끼는 주관적인 충만함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애정하는 영화 중 하나인 <내 사랑>의 모드를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영화 <내 사랑>은 샐리 호킨스와 에단 호크 주연으로 가족에게 버림받은 화가인 모드 루이스(Maud lewis)가 화가로 성장하며 동반자인 에버렛 루이스(Everett lewis)와의 만남을 담은 영화다. 영화에서 보았던 삶이 책 속에도 담겨있었다.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작은 오두막집이 모드의 물감으로 색을 되찾으며 몽글몽글한 손 그림으로 가득 차는 모습이 따뜻했다. 장애 때문에 큰 그림을 그리지 못했지만, 작은 카드부터 시작하여 버려진 판자까지, 온 집안을 그림으로 가득 채웠다.

 

그녀는 선천적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인해 평생 불편한 채 살아야했다. 가족에게 외면을 받았고, 불편한 여자의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고, 어릴 적 어머니에게 배운 그림이 전부였다. 에버렛 루이스 또한 보육원 출신으로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지 못했다. 사회적 기준에 한참 모자른 조건을 가지고 있었지만, 모드는 꾸준히 삶의 만족감을 채우기 위해 집의 빈 곳을 채워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며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모드를 통해서 나의 결점에 움츠러들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노력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그것이 성취하거나 꼭 이루는 것이 아닐지라도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선 만족감을 우선으로 삶의 질을 높여야, 기회가 찾아온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은 삶의 방식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삶의 질은 스스로 느끼는 삶의 ‘만족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나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이 자존감이라면, 만족감은 삶의 빈공간들을 가득히 채워주는 요소이다. 만족감 역시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을 통해 정리할 수 있다. 내가 원하던 삶과 지금의 삶이 어느 정도 가까운지, 내가 요즘 느끼는 삶의 컨디션은 몇 점인지, 내가 ‘만족스럽다’고 느끼는 신체의 부위는 무엇이며 나의 성격, 일, 인간관계에서의 요소는 무엇인지, 내가 나의 삶을 더욱 충만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부분을 더 노력하면 좋을지, 그것을 함께 지지해 줄 누군가가 있는지 등의 답을 찬찬히 생각해보자. 그리고 앞으로의 삶을 더 균형 있게 만들기 위해 어떤 부분이 스스로에게 중요한지, 그 부분을 위해 어떤 변화를 추구할지 결정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마음챙김 미술관> 중 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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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미술관


 

이처럼 <마음챙김 미술관>은 내 만족감을 채워준 책이 됐다. 3장에서 삶의 방향을 재정립했던 순간이 떠올랐고, 성장하는 삶을 위해 과정에 있는 현재를 고무시키는 4장은 만족감에 이어, 미봉책, 관점, 자기 신뢰, 삶의 균형을 마지막으로 책을 끝낸다. 작가 김소율은 홍익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가천의과학대학교에서 미술치료로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명화를 통한 치유 미술 강연도 진행한다고 한다. 덕분에 책이 이렇게 담백하고 깔끔하게 흘러가나 싶다. 실질적인 치료 과정을 담았다기보단, 명화를 감상하며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을 스스로 생길 수 있도록 그 도입과정을 4개의 목차로 나뉘어 전달한다.

 

작가가 소개한 작가들의 삶을 보아서도, 이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나 또한 아직 과정 중에 있다. 이미 앞서간 사람들이 남긴 발자취를 보면서, 불청객처럼 엄습하는 불안과 자기 파괴적 습관이 나를 다시 잠식하지 않도록, 나를 잃지 않기 위한 혼자만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 계속됐다. 시작은 그저 순간의 결심이었지만, 건강한 나로서 살아가는 삶이 어떤지 궁금했고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어떤지 점차 선명해지는 호기심이 더 나은 나를 갈망하게 했다. 마음속에서 이런 여러 생각과 마음이 갈등을 빚어내며 아주 천천히 성과를 만들어갈 때쯤, 현재의 내가 최상은 어렵지만, 최선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입장에서 <마음챙김 미술관>은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미래에 길을 잃지 않도록,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응원하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그래서 이 책은 개인의 감정에 집중한다. 현재 느낀 이 감정이 진정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이것을 스스로 다루고 통제할 수 있고, 또 충분히 음미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그렇기에 ‘마음챙김’ 미술관이 될 수 있었지 않나 싶다. 자신에게 발견한 빈 공간이 불안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자 한다. 미술 서적 같기도 하면서 작품의 이면을 엿보는 것 같기도 하고, 고민으로 밤잠을 설치는 우리의 마음도 헤아려주는 책이 혼란한 감정을 조금을 가다듬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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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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