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호불호가 아닌 호호호, 나를 웃게 했던 것들에 대하여 - 호호호 [도서]

어쨌든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눈이 크게 떠지고 세상이 활짝 열리는 놀라운 기적이니까.
글 입력 2022.03.0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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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들> <우리집>으로 어린이들의 세계를 섬세한 시선으로 표현했던 영화감독 윤가은. 그의 첫 번째 산문집 『호호호』가 출간되었다. 웃음소리를 연상시키는 책 제목 ‘호호호’ 속에는 윤가은 감독의 조금 우연적이고 특별한 비화가 있다.

 

“보통 사람들은 각자의 호불호(好不好)라는 게 있잖아? 그런데 너는 호호호(好好好)가 있는 것 같아.” 절친의 말에 윤가은 감독은 바로 끄덕였다. ”그랬다. 난 언제나 뭐든 좋아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걸 좋아하다가 더 좋아하게 되는 사람, 바로 자신이었다.

 

그렇게 탄생된 이야기 『호호호』. 이 책은 영화 말고도 좋아하는 것들이 아주 많았던, 호호호가 있는 윤가은 감독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드라마, 어린이, 노래방, 문구, 빵, 꽃, 여름, 청소 등등 열렬히 좋아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요컨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우연히 여름에 자주 영화를 찍게 되면서, 여름 촬영의 기쁨과 고난을 온몸으로 경험했던 일화(「여름병」), 고전 문구와 완구를 수집하기 위해 오래된 문방구를 찾아다니던 일화(「수집엔 취미도 소질도 없지만」), 자타 공인 “빵순이”일 만큼 빵을 좋아하지만 체질상 맞지 않아 고생하는 에피소드(「좋은 빵, 나쁜 빵, 이상한 빵」), 온갖 기대와 예상을 뛰어넘는 별별 종류의 사건사고들이 넘쳐나는, 그래서 그보다 흥미진진하고 짜릿한 유흥이 없었다던 막장드라마(「그런 취향 Part 1」) 등등.

 

저자가 좋아했던 것들과 관련한 추억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그의 어린 시절과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젊은 시절의 이야기까지 만날 수 있다. 고민과 불안, 그리고 치열함과 고독만이 삶의 전체를 빈틈없이 꽉 메우고 있다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저자가 좋아하던 작고 따뜻한 것들이 틈틈이 서려있었음을 말해준다. 그 작고 따뜻했던 것들이 윤가은 감독을 다시 웃게 했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마음이 또 다른 좋아하는 마음들을 자꾸 부르는가 보다.

그리고 역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큼 신나고 기쁜 일이 없나 보다.

 

- 에필로그 中

 

 

내가 무언가를 좋아할 때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고 행복해지는 것처럼, 누군가가 열렬히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쓴 이 애정 어린 글을 보자니 그가 열렬히 느낀 기쁨과 즐거움이 동시에 전해지는 듯했다.

 

그래서일까, 책이 정말 재밌다. 굳이 내뱉지 않아도 될 내면의 목소리를 굳이 써 낸 구절들이 참으로 매력적인데, 저자만의 진솔한 말투나 성격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듯하다. 윤가은 감독의 음성이 지원되는 느낌이랄까. 경험한 일을 그대로 묘사하기보다 오히려 저자의 어투를 살려 자칫 슴슴할 수도 있을 내용이 살아나는 듯했다. 덕분에 저자가 어떤 마음으로 좋아하는지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요컨대, 이런 문장처럼.

 

 

그래, 역시 노래방은 지하보단 지상이지. 원래 무대는 내려가는 게 아니라 올라가는 거거든. 또 창밖 풍경이 다 관중이 되는 거잖아. 세상을 보면서 힘껏 내지르는 게 얼마나 짜릿한 경험인데. 아아, 노래 부르고 싶다! 진짜 노래방 가고 싶다……?

 

(「숨 쉬는 법을 잊어버린 날에는」, p.62)

 

 

더불어, 스스로를 향한(어쩌면 좋아하는 마음을 찾아 나선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희망찬 격려이자 위로도 빠짐없이 덧붙인다.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좀 더 자신 있고 당당하게 말하기 위해 나를 더 응원해줘야겠다고. - (「뛰고, 구르고, 소리치는 소녀들」, p.25)

 

가끔은 좋아하는 마음을 말하는 게 뭐 대수라고 그렇게 복잡해지나 싶기도 하다. 계속 입을 다물고 있다가 진짜 좋아했던 게 무엇인지, 아니 좋아하는 마음이 어떤 건지 영영 잊어버릴까 봐 겁이 나기도 한다. 어쩌면 나는 무언가를 좋아했던 기억과 감정을 더는 잊지 않기 위해 자꾸 나만의 리스트를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뭔가를 좋아하는 경험은 늘 귀하고 특별한 거니까. - (「그런 취향 Part 2」, p.126-127)

 

 

그렇다. 어쨌든 뭔가를 좋아하는 경험은 늘 귀하고 특별하다. 좋아하는 마음이 바깥으로 표출될 때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꽤 세심하고 감각적으로 탐색하게 된다. 어떤 이유나 계기로 좋아하게 되었고, 어떤 순간에 더 크게 반응을 하며, 또 얼만큼 좋아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좋아하는 것들에 모두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는, 별다른 이유가 필요 없는 마음 같은 것도 존재한다. 여기서 저자의 찰떡같은 비유를 빌려 보자면, 마치 어린 장금이의 명언인 “그냥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했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냐 하시면…….” 과 비슷한 뉘앙스의 본능적이고 직관적으로 작동하는 마음 같은 것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행복해지는 순간들이 많다는 것을 체감하는 과정이다. 그것을 체감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것들을 기꺼이 나누고자 하는 마음도 생긴다. 적어도 저자는 그랬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마음은 자꾸 같이 좋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부르는가보다.

그리고 역시 좋아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큼 신나고 기쁜 일이 또 없나 보다.

 

- 에필로그 中

 

 

나누다 보면 좋아하는 마음끼리 모이기도 한다. 저자가 청소를 향한 애정을 고백하며 갖가지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생긴 것처럼. 비록 각자마다 ‘좋아함’에 대한 정도와 모양새가 조금씩 다를지라도, 그저 공통된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쉽게 느슨하게 연결되기도 한다. 더 이상 나만 좋아하는 것, 나만 알고 싶은 마음이 아닌 함께 마음껏 좋아할 수 있는 마음으로 점점 커지는 것이다. 더 이상 작지 않은 따뜻함이 되어.

 

 

“세상 어딘가에 혹시 나처럼 좋아하는 마음을 찾아 헤매는 누군가가 있다면, 부디 이 글이 작은 위로와 웃음이 되어 가닿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이든 얼마만큼이든 좋아하는 마음을 꼭 되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어쨌든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눈이 크게 떠지고 세상이 활짝 열리는 놀라운 기적이니까.”

 

- 프롤로그 中

 

 

저자가 스스로에게 남기는 다짐처럼, 좋아하는 마음을 더 자주 더 크게 느끼면서 즐겁게 걸어가길 바란다. 이제서야 좋아하는 마음을 발견한 또는 되찾은, 그래서 소중한 이 마음을 지키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건넨다. (책을 덮고 나니 책 표지가 다시 보인다. 하나 하나, 모두 윤가은 감독이 좋아하는 작고 따스한 것들이다. 문구, 만화, 꽃, 빵, 청소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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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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