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황금기를 바라보는가

글 입력 2022.02.2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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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황금기를 바라보고 그리워하는 남자가 있다. 심지어 본인이 살아온 시대도 아니면서 말이다.

 

오늘의 주인공, 길 펜더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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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 길은  술에 취해 호텔로 걸어가던 중 길을 잃게 된다. 계단에 앉아 쉬던 중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며 자신을 초대하는 오래된 푸조 차량을 타고 어느 파티에 간다. 그리고 그곳에는 젤다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가 있었고 콜 포터가 노래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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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따라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만나고 자신이 쓰던 소설을 보여주기로 한 길은 약혼녀인 이네즈도 데려가려고 하지만 실패한다.  그 후, 다시 1920년대로 온 길은 거트루드 스타인을 만나고 자신의 소설을 보여주고 파블로 피카소와 아드리아나를 만난다. 그리고 길은 아드리아나에게 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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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서 파리의 벼룩시장을 뒤지던 길은 아드리아나의 일기를 발견하고 자신이 그녀에게 귀걸이를 선물한 후 함께 밤을 보냈다는것이 적혀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서둘러 과거로 간다.

 

데이트를 하던 중 갑자기 두사람의 눈앞에 벨에포크 시대풍 마차가 멈춘다. 아드리아나는 길처럼 과거를, 정확히는 벨 에포크시대를 늘 동경했고 그 마차는 1920년대로 길을 초대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드리아나가 동경하던 1890년대로 가는 것이었다. 1890년대로 간 길과 아드리아나는 드가나 폴 고갱 같은 그 시대의 인물을 만난다. 그 시대에 머물길 원하는 아드리아나를 본 길은 자신이 동경하는 황금시대가 사실은 현재에 대한 거부에서 나온 것임을 깨닫는다. 정작 자신이 동경하던 시대를 아드리아나는 거부하고 벨 에포크를 동경하는데 아드리아나가 동경하는 벨 에포크를 드가와 고갱은 거부하고 르네상스 시대를 동경하고 있었다.

 

현재로 돌아간 뒤 길의 약혼은 완전히 파토나고 파리를 헤매던 길은 예전에 벼룩시장에서 레코드를 팔던 가브리엘와 마주친다. 비 오는 파리를 걷는 걸 좋아하는 길은 상대도 같은 취향임을 알게 된다. 이후 길과 가브리엘은 빗속에서 함께 대화를 하면서 걸어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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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영화를 좋아해 자주 봐왔지만 항상 빗속을 걸어가는 길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곤 했다. 꿈만 같은 자신의 황금기를 거절하고 현재로 돌아온 길이 정말로 행복했을까. 어쩌면 또 다시 황금기를 찾아가진 않았을까. 우리는 종종 황금기를 동경하고 원하곤 한다. 그것은 자신이 어렸던 스물 초반이나 학생 시절 혹은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더 먼 과거일지도 모른다. 현재가 아닌 과거는 어쩐지 더 아름답고 더 좋아 보이는 것만 같다.

 

넷플렉스에서도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만든 '브리저튼'과 최근 종영한 '옷소매 붉은 끝동'이 흥행한 것을 보면 아직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 대해 흥미롭게 생각하고 과거의 사랑이 더욱 낭만적이라 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픽션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영화가 보여주는 결론은 꽤나 단순한데 현재를 부정하고 과거를 동경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말이다. 사실 그 말이 틀리진 않다. 우리가 타임머신을 만들지 않는 이상, 우리는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과거에 대해 그리워하고 있는 동안 현재의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더 나아질 수 있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도 말도 안되는 일이다. 더 나아진 현재를 과거보다 더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여러분, 여러분이 좋아하는 그것들을 현재로 적용해 살아보자. 레트로가 좋으면 레트로 소품을 사서 집을 꾸미고 과거 예술을 동경하면 그 작품을 포스터로 붙여놓는 식으로 말이다. 어쩌면 그렇게 해서 조금 더 마음에 드는, 나아진 현재가 여러분이 황금기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길 또한 같은 방법을 보여준다. 파리로의 이사, 소설가로서의 활동을 선택했다. 바라던 생활의 현재는 길에게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 게 아닐까.

 


[양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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