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다.리' 열한 번째 이야기 : 우리 모두 서로의 ‘안’(安)에 있어야 [문화 전반]

글 입력 2022.02.2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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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또 하나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평택의 한 냉동창고 신축공사장 화재 현장에 투입되었던 소방관 3명이 순직했다는 소식이었다. 지난해 6월 있었던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사고와 울산 상가건물 화재사고 이후 불과 6개월 만에 되풀이된 비극. 더욱이, 이들은 각각 수차례 표창을 받을 정도로 모범적이었던 28년 차 베테랑과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그리고, 임용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던 새내기였던 것으로 알려져 비통함을 더했다.


잇따른 ‘준비 없는 이별’에 동료 소방관들은 방호복 차림으로 재난 현장이 아닌 거리로 나섰다.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뛰어들었던 이들을 기리고, 또 그들의 헌신과 희생이 헛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슬픔과 분노가 섞인 표정으로 “더 이상 죽기 싫다.”, “우리는 불 끄는 기계가 아니다”를 간절하게 외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애석함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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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파이낸셜뉴스)

 

 

사실 소방공무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 문제 및 처우 개선에 대한 논의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물론, 이번 정부 들어 재난대응능력 강화와 국민안전권 보장이라는 기치 아래 독립 소방청 설립(2017년)을 필두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2019년), 소방공무원 노조 설립(2021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력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합당한 대우와 보상은커녕 업무 수행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의견이다.

 

먼저, 소방 장비의 성능을 개선하고 개인 안전장비를 확충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 한 언론사에서 현직 소방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만 보더라도 소방관 10명 중 1명이 장비 노후화 혹은 부족으로 인해 업무 수행 도중 생명에 위협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을 내놓았고 본인의 사비로 장비를 충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 또한 적지 않았을 정도. 이번 평택 참사의 경우에도 화재 진압 활동상황을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 인명구조경보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듯한 정황이 포착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와 함께,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 들어 이른바 ‘소방공무원 2만 명 충원’ 사업이 추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역 간 소방 인력 편차는 최대 3.6배에 달할 정도로 크게 벌어져 있는 상황이며 그나마도 대부분이 행정 인력으로 채워진 탓에 실질적인 증원 효과는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아울러, 2010년부터 도입된 주 48시간 3조 2교대 근무체제 대신 충분한 휴식이 보장되고 피로도를 낮출 수 있게끔 탄력적이고 유연한 근무체제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을 찾아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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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erimeter)

 

 

무엇보다, 지속적인 감정 노동과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건강이 악화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지적은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나 소방청 등에서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소방공무원들은 다른 국가직/일반직 공무원에 비해 높은 질병 위험도와 유병률을 보이고 있었으며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PTSD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서는 코로나 19 확진자 및 격리자 이송 업무까지 도맡게 되면서 번아웃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어난 상황.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참고 버티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전부라는 현장 대원들의 인터뷰는 더 안타깝게 들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내실 있는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현행 정책들 대부분이 현장 상황과 괴리된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거센 비판에 부딪히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정부가 나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사권과 지휘권을 쥐고 있는 각 지자체들 역시 적극적으로 정부와의 상호 소통을 통해 추가 재정을 확보하는 한편 소방분야 투자에 힘을 써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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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충북일보)


 

그리고 또 한 가지. 바로 법 제도 정비와 기술적 보완책 모색 부분이다. 몇 해 전부터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 ‘소방관 공상 추정 제도’(공무원이 질병에 걸리면 기본적으로 공상으로 인정하되 국가가 업무상 인과관계를 입증하도록 하는 제도)와 화재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소방 드론 연구 개발이 그 대표적인 사례. 불안과 걱정을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보다 ‘안전하고’ 또 ‘안정적으로’ 소방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


“누군가가 사회에 필요한 일은 해야 하겠지만

그러다 죽으면 정당한 보상은 해줘야 하잖아요.

그 얘기를 해도 해결이 안 나고 계속 생각하면 고통스럽죠”


-“동료를 떠나보낸 35년 차 소방관의 기도” 中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

 

지난 2019년 진행된 한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익산 인화119 안전센터장을 맡고 있던 정은애 소방경은 이렇게 말했다. 마치 당연한 것처럼 소방공무원들이 겪어야 했던 수많은 불편과 수모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던 그는 먼저 떠나보낸 동료들을 떠올리며 어렵게 한 마디를 더했다. 그래도 살아있기에, 어쩌면 그들을 대신해 자신이 살아있기에 해야 할 말을 꼭 해야겠다고.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응원하고 지원해달라고. 그 기도가 하루빨리 이뤄질 수 있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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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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