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달에 대한 얕은 고찰 [문화 전반]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글 입력 2022.02.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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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이던 어제, 정월 대보름이 찾아오고 며칠이 지난 때였다. 우리 가족은 다 같이 거실 소파에 앉아 보름날 먹고 남은 음식들_지난날 이모가 사 온 땅콩과 아빠가 어디선가 받아온 호두_을 배고픈 다람쥐처럼 오도독 까먹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누군가 외쳤다.

 

“달 좀 봐! 너무 예쁘다!”

 

세상에나. 대보름이 다르기는 다른 걸까. 이틀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달은 그 어느 때보다 밝고 선명하게 빛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달 표면에 그림자 진 운석 구덩이까지도 두 눈에 확실히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저 작고 작은 동그라미 속에 토끼가 살고 있다는 옛날 옛적 얘기가 떠오른 건 어렴풋이 토끼의 형상이 보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동그랗고 부드러운 보름달 빵 포장지에 박혀 있던 귀여운 토끼 그림 때문일까. 뭐가 됐든 그때 마지막 남은 호두를 입안으로 털어 넣으며 든 생각은 역시.

 

“보름달 빵 먹고 싶다.”

 

였다.

 

*

 

달이 맛있어 보였던 순간은 이 밖에도 한 가지가 더 있다. 어렸을 적 TV에서 자주 방송해 주던 애니메이션 <월레스와 그로밋>에 나온 장면인데, 달로 여행 간 그들이 달을 잘라 크래커에 치즈처럼 발라 먹던 장면은 숨을 들이켤 정도로 충격이었다.

 

클레이 특유의 말랑해 보이는 질감이 해당 장면을 보다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게 만들기도 했고, 무엇보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식재료_달 치즈_의 등장은 결코 닿을 수 없는 존재인 달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식욕마저도 치솟게 만들었다.

 

 

 

아폴로 계획


 

달을 향한 이런 욕망은 필연 나만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달에 닿기 위해 1960년부터 끊임없이 우주선을 쏘아 올리던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그들보다 더 이전부터 달을 갈망하는 이들이 존재했다.

 

미국 시리즈인 [프렌즈]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 챈들러:

아폴로 8호 우주선 모형을 선물하려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사랑으로 달에 이르리’라고 말하면 되겠다.”

 

- 로스 :

“그래. 다만, 아폴로 8호는 달에 착륙하지 않았어. 그러니 이렇게 써. ‘당신의 사랑으로 달 궤도를 두 번 돌고 무사히 착륙하리’”

 

 

사람들은 지구를 맴도는 위성에 묘한 의미를 부여한다. 사랑에 관한 의미를 담거나, 얼마큼 사랑하는 가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 되어, 마음을 전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이전에 ‘나를 얼마큼 사랑해’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하늘만큼 땅만큼’이 있었다면, 여기선 그보다 더 멀리 있는 달이 사랑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상징이 되어버린 것이다.

 

 

 

달이 뭐길래 이토록 갈망하는 걸까.


 

영화 역사의 시작을 공부할 때면 항상 언급되는 인물이 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시네마토그라프 cinématographe 발명을 통해 영화를 찍고 상영하던 그들은 주로 사실적인 장면을 담아냈는데, 퇴근하고 공장을 나오는 노동자들의 모습이나 호스에서 나온 물을 쫄딱 맞는 정원사의 모습이 그 예시이다.

 

이런 그들의 영화와는 다르게 현재 영화와 비슷한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한 이가 있는데 그가 바로 “멜리에스”이다. 마술사가 본업이었던 그는 여러 촬영 기법들을 이용하여 영화 속에도 신비한 느낌을 담아냈는데, 여기서 그가 사용한 각종 촬영, 편집 기술들은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영화 장치이기도 하다.

 

 

화면 캡처 2022-02-18 223310.png

 

 

그의 영화들 중 1902년 작 <달나라 여행 Voyage dans le Lune>에서는 달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인물들의 모험 이야기가 그려진다. 영화에서 그들은 커다란 총알같이 생긴 물건을 만들고, 곧 여섯 명의 남성들이 그 안에 탑승한다. 총알처럼 생긴 물건은 우주선이었고 그들은 총을 발사하듯 우주선을 달을 향해 쏜다. 그리고 곧 달의 눈에 거대한 총알이 박히고, 우주선 속에 타 있던 이들은 달에 무사히 도착한다.

 

달의 모습을 그의 상상력대로 마음껏 그려낸 이 영화는 편집 기술, 시각 효과, 그리고 나름 생생한 배경을 제작해 그 완성도를 높인다. 100년 전 영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CG와 특수 효과도 대단히 창의적으로 실현해 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해당 영화를 통해서 그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던 달 세계와 아주 오래전부터 지속되었던 달에 대한 꿈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

 

멜리에스.jpg

 

 

멜리에스의 <달나라 여행>(1902)에서 나온 장면 중 가장 유명한 장면은 아마도 포탄이 눈에 박힌 달의 얼굴일 것이다. 해당 장면은 훗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한 영화 <휴고>(2011)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조르주 멜리에스’의 영화를 한 번쯤 봤던 이들에게 따뜻한 놀라움을 선사하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달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를 풀어내며,


 

아주 오래전부터 도달할 수 없는 위성을 사람들은 목이 빠지게 원했고, 그 결과 인류는 달에 발을 디뎠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 한 편에는 이전부터 갖고 있던 달에 대한 환상과 공상이 남아있는 듯하다. 친숙함과 신비로움 그 묘한 경계 어딘가 서 있는 이 존재는 눈을 뗄 수 없는 노란 색채로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게 분명하다.

 

달이 내 머리를 쫓아오는 줄 알던 어린 시절부터 달 치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 지금까지도 유일하게 변하지 않고 내 주위를 맴도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일까. 난 여전히 해가 바뀌는 날이면 달에게 소원을 빈다.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소원들을.

 

“달로 여행 갈 수 있게 해주세요.”

 

불가능 하다고? 아무렴 어떤가. 내 낭만과 동심을 모두 담아 달에게 바칠 수도 있다. 몇백 년이 지나도록 달은 여전히 밝고 아름다우며, 지구가 멸망한다 하더라도 달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자리에 남아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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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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