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 [도서]

글 입력 2022.02.10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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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멕시코 딸은 대학에 가지 않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부모님과 함께 산다. 결코 가족을 떠나지 않는다. 나는 엄마 아빠의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다. 그것은 내 언니, 올가의 역할이었다. 올가는 죽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세상을 떠났다'고 말하기를 거부한다. 왜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을까?

 

모두가 사랑한 착하고 완벽한 올가의 실체를 누가 안단 말인가? 왜 이 모든 비밀을 나 혼자 짊어져야 한단 말인가? 왜 다들 나보고 뭐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정상이 아니라서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나? 이렇게 못된 딸이라서 미안하다고? 내 삶을 싫어해서 미안하다고?

 

나는 삶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원한다. 양손으로 삶을 꽉 붙잡고서 쥐어짜고 비틀어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고 싶다. 아무리 해도 부족할 거다.

 

***


이 책의 주인공 훌리아는 멕시코 이민 2세 16살 소녀로, 완벽한 멕시코딸인 언니 올가와 상반되는 완벽하지 않은 멕시코 딸이다. 훌리아는 어려서부터 언니 올가와 비교를 당해왔다. 올가는 조신하고, 착하고, 똑똑했고, 훌리아는 어려서부터 까다로웠고, 반항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 올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올가의 죽음으로 가정은 산산이 조각났다. 엄마는 올가의 죽음으로 2주 동안 방에서 나오지 않았고, 훌리아를 탓하기도 하며, 훌리아를 올가와 같이 완벽한 멕시코 딸로 만들려한다. 친척들이 모이면 모두 올가의 빈자리를 느끼며 눈물지었다.


훌리아는 올가의 죽음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괴로워하며 자신을 올가 대신으로 생각하며 바꾸려하는 엄마와 대립을 이어갔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과정을 겪는다. 동시에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들어간 언니의 방에서 호텔키와 속옷, 란제리를 발견하며 자신이 몰랐던 언니의 모습을 직감하며 언니의 진실한 모습을 찾기 위해 흔적을 쫓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훌리아는 세상과 가족과 싸우며 ‘자신다움’을 찾아간다.

 

*

 

시카고 멕시코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 이 작품은 상반되는 문화 속에서 자신다움을 찾기 위해 세상과 싸워야 하고, 그에 앞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싸워야 하는 이민 2세대 자녀가 종국에는 자신을 부정하게 되는 일만은 겪지 않게 돕기 위해 썼다고 한다.


책은 멕시코의 문화와 미국의 문화, 그 상반된 환경 속에서 자신다움을 찾아가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이는 ‘자신다움’을 찾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훌리아 같이 상반된 문화 속에 살았던 경험이 없더라도 가족이라는 환경 속에서 ‘나다움’을 찾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멀리 미국까지 가지 않더라도 찾을 수 있다. 당장 주변만 둘러봐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다움’을 찾아가는 훌리아의 여정의 큰 고난으로 다가오는 엄마와 딸의 대립은 더욱이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번 독서에서 개인적으로 주목한 점은 ‘엄마와 딸의 관계’다. 엄마와 딸은 서로가 동일시되는 경향이 아주 많은 관계인 듯하다. 동성이기 때문인지 엄마가 딸에게 의지하는 경우도 많고, 친구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엄마가 딸에게 바라는 것도 많고, 딸은 엄마의 기대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도 많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분리-개별화가 되지 않는 관계가 지속된다. 특히나 딸이 한국의 K-유교걸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평소 즐겨보는 한 유튜브 채널에서 ‘엄마와 나를 분리하는 법’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영상을 시청한 적이 있다. 영상 속 인물들(모두가 딸)은 “엄마가 나한테 뭘 바라기 전에 엄마를 빨리 실망시켜야 된다”며 "엄마를 실망시키는 것을 두려워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분리가 안 되는 것은 굉장히 끈적끈적하여 계속 엄마를 실망시켜도 한 번을 잘하면 그 딸은 엄마에게 굉장히 착한 딸로 돌아온다 말한다. 엄마를 실망시키는 것은 굉장히 마음 아픈 일이지만 엄마와 딸이 가진 굉장히 끈적한 욕망을 끊어 내기 위해서는 이를 계속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프긴 하지만 코너를 만지면서 키스하는 기분은 정말 좋다. 그러면서도 내가 더러운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p.225

 

두 가지 감정이 상충해요. 그러니까, 논리적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죄를 저지른 듯한 느낌이 들어요. 다들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나한테 돌을 던질 것처럼 말이에요. -p.264]


이런 끈적함은 훌리아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훌리아는 가족을 떠나고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살고자 한다. 하지만 훌리아가 조신하고, 착하고, 얌전한 딸이 되길 바라는 엄마의 끈적한 욕망은 훌리아를 가득 감싸고 있었다. 그녀는 이성과 키스를 하면서 기분이 굉장히 좋다가도 마치 자신이 더러운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빠지고, 머릿속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반면 죄를 저지르고 있는 느낌에 빠진다. 이러한 상반되는 자아는 훌리아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우울증에 빠지게 했으며, 결국에 자해로 이어졌다.


다행히 훌리아는 쿡선생님과의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잠시 멕시코로 돌아가 멕시코의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신과 부모님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다시 시카고로 돌아온 훌리아는 뉴욕대에 합격하고, 자신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자신다움을 찾기 위해 세상과 그리고 가족과 싸워야 했으나 결국은 싸움에서 승리하며 자신의 독립된 삶을 위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조신하고 조용한, 엄마가 그토록 바라던 완벽한 딸 올가는 사실 오래도록 나이 많은 유부남과 불륜관계를 이어가고 있었고,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엄마가 완벽한 딸이라 믿었던 올가도 완벽한 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저 조용히 티를 내지 않아며 자신의 삶을 살고 있었을 뿐이다.


세상에 완벽한 딸은 없다. 어떻게든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많은 딸들이 지금도 자신을 찾기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을 것이다. 훌리아와 같이 ‘자기다움’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 세상 모든 완벽하지 않을 딸들을 응원한다.

 

 

[김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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