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공간을 뛰어넘어 세상을 연결하다 - 게티이미지 사진전 : 세상을 연결하다 [전시]

글 입력 2022.02.0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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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영원하게 만든다. 쉴 새 없이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사진을 통해 그 순간을 간직한다.


사진은 시공간을 연결하는 매개체다. 과거 누군가가 기록했던 사진들은 지금 보는 우리는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 있지만 사진을 통해 과거를 되짚어보고 현재를 바라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미래에 보게 될 이들에게도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여기 ‘세상을 연결하다’를 주제로 전시된 ‘게티이미지 사진전’ 전시가 있다.


‘게티이미지 사진전 : 세상을 연결하다’는 1995년에 역사를 시작한 게티이미지의 이미지와 영상 매체 등 인류의 수많은 기록을 보관해 온 게티이미지사의 컬렉션을 볼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대규모 기획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세상을 연결하다’라는 주제에 맞게 사진 발명 이후 각 시대마다 누군가가 기록해 온 사진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 현재를 반추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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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1. 아키비스트의 저장고


 

이곳에서는 4억 개 이상의 이미지를 보관한 게티이미지의 방대한 아카이브와 컬렉션의 일부를 감상할 수 있다. ‘아카이브 보물섬’으로 불리는 헐튼 아카이브와 출판 잡지사 픽처포스트 컬렉션 그리고 전설적인 사진작가 슬림 애런스와 버트 하디와 서스턴 홉킨스 등의 컬렉션을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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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 빔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뉴욕의 건설노동자들(1932)


 

이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충격을 기억한다. 처음 본 사진은 아니었고 예전에 본 기억이 있지만 오랫동안 또렷이 기억하는 이유에 있어 하나는 철골 아래로 보이는 아찔한 풍경과 대비되는 사람들의 한가로운 표정이었고 다른 하나는 안전 장비도 없이 앉아있다는 사람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아무런 안전 장비도 갖추지 않은 채 하늘 위에 떠 있는 철골 조각만을 의지하며 앉아있는 모습은 실로 위험해 보인다. 포토샵으로 변형된 사진이라 해도 믿을 만큼 실제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진은 실제로 1932년에 건물 현장에서 일하던 인부들을 찍은 것이라 한다.


미국의 대공황 시절, 그들은 생계유지가 우선이라 안전할 권리도 보호받지 못한 채 일해야 했다. 생명을 담보로 해야 할 정도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겐 딱히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다. 높은 건물이 가진 상승되고 웅장한 느낌과 대비되는 그 당시 인부들의 처지를 보니 더욱 안타까웠다.

 

 


Section 2. 현대 르포의 세계


 

섹션 1을 지나 만나는 이 공간은 게티이미지 소속 기자 및 협력 사진작가들의 현대 르포 사진이 담겨있다. 6명의 기자들이 담은 사진은 세계적인 이슈 사건과 역사적 순간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전쟁, 재해, 여성인권문제, 환경파괴, 동물학대 등 우리가 생각해야 할 다양한 이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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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함으로 분신자살을 시도한 헤라트 여성(2004)


 

분신자살로 자신의 몸 70%에 심한 화상을 입은 18살 소녀의 사진이다. 고작 18살의 소녀가 자살을 선택하기까지 어떠한 아픔이 있었을까.

 

소녀가 자살을 시도한 이유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에는 보수적인 이슬람 법과 남성 중심 사상의 아프간 사회에서 종속적인 위치에 있는 여성들의 인권 문제에 있다. 그리고, 이는 여성들의 수많은 분신자살과 신고의 수가 말해준다.


여전히 아프간 사회에서는 여성들의 인권이 보장받을 수 없는 구조에 있다. 강제 결혼, 가정폭력, 빈곤, 교육 기회의 박탈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은 수많은 아프간 여성의 삶을 억압하고 있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자유가 자살이라는 현실이 통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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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위협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고릴라(2007)


 

사진 속 모습은 콩고의 보호 관리원과 지역주민들이 원인 모르게 사살된 4마리의 고릴라 사체를 치우고 있는 사진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고릴라는 인간의 정치적인 이유로 죽임 당하고 고릴라를 보호하는 콩고경비대 조차 지역에서 불법으로 행해지는 석탄 채굴과 충돌하여 살해당하는 등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었다 한다.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 낸 무분별한 살생의 결말은 결국 인간이 되돌려 받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동물학대 또한 같다. 아직까지도 동물을 그저 소모품 취급하고 하찮은 생명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의 생명은 존엄한 것임을 왜 모르는 것인가.

 

 


Section 3. 기록의 시대


 

섹션 3은 인간의 삶 속에 사진이 들어오고 각 시대마다 남긴 역사적인 장면을 특정한 주제에 따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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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말의 동작(1878)

 

 

먼저, ‘질주하는 말의 동작’을 포착한 사진이다. 사진이 발명된 후 여러 장으로 사진을 찍어 순간을 포착하자 말은 질주할 때 모든 발이 땅에서 떨어진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것이었다. 이것을 찍은 사진작가는 애드워드로 순간의 연속동작 사진을 주로 촬영했는데 이 사진은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다.

 

걸음을 더 걷다 보면, 벽면에 전시된 자유, 전쟁, 인권, 가난, 실업, 기근 등 인류가 겪어온 아픈 역사의 발자취가 담긴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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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록의 위기

 

 

흑인 인권 관련 사진으로 ‘리틀록의 위기’가 있다. 등교 첫날 흑인 여성 엘리자베스 에크포드를 두고 주변 백인 여성의 따가운 눈초리와 적대적인 야유를 보인다. 얼굴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렇게 무시할 일인가. 이 한 장의 사진은 과거 유색인종 차별문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지금도 일어나는 인종차별과 혐오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과거에 비해 개선된 점은 무엇일까. 여전히 인종차별과 혐오는 남아있고 관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화두에 오른다. 모습에 차이가 있다고 차별과 편견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더욱이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현재 시점에서 우리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Section 4. 연대의 연대기


 

섹션 3 뒤로 보이는 섹션 4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발생했지만 같은 주제를 다루는 기념비적인 작품 두 점을 교차 구성했다. 반복되는 역사 속 아이러니를 관람객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설정한 것이다.

 

비슷하나 서로 다른 사진을 보며 되풀이되는 역사를 돌아보면서도 그 속에서 변하지 않는 인류애와 평화정신과 보편적 가치를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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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 상륙작전(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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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1950)

 

 

이를테면, ‘노르망디 상륙작전(1944)’의 사진과 ‘인천상륙작전(1950)’이다. 흑백 배경 속 배 안에서 밖을 내다본 풍경으로 찍은 사진과 배 안의 부대원들이 공격을 피하거나 준비하는 모습들은 전혀 다른 시공간이나 무척 유사해 보인다.

 

 


Section 5. 일상으로 초대


 

이곳은 예기치 못한 팬데믹 시대를 겪고 있는 우리 모두를 응원하고 위로하는 메시지를 미디어윌을 통해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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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마스크를 쓴 채 하는 영화 속 키스(1937)

 

 

사진전 포스터로 보아 익숙할지 모르겠다. ‘보호 마스크를 쓴 채 하는 영화 속 키스’ 사진이다. 사진 속 남녀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키스하고 있다. 1937년도 독감이 대유행했을 당시의 사진이지만 마스크를 항시 쓴 채 생활하는 우리들의 모습과 같아 낯설지가 않았다.


미디어윌을 통해 전염병을 마주했던 과거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와 같이 마스크를 쓰고 백신을 맞는 모습이었다. 그들 또한 극심한 전염병을 겪었고 극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이겨냈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오랜 기간 이어지는 팬데믹으로 모두가 지쳐가는 상황에 있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듯이 우리 또한 언젠가 그 끝은 올 것이다. 하루빨리 상황이 나아져서 지금의 상황이 사진으로만 기억되면 좋겠다.

 

*

 

사진은 누르는 셔터 하나로 그 순간에 영원성을 부여한다. 만약 사진으로 남기지 않았더라면 역사적 순간들을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번 ‘게티이미지 사진전’은 시대와 역사, 문화를 상징하는 중심으로 그 속에 담긴 사회적 배경을 체득할 수 있는 많은 사진들을 배치했다. 시대와 장소를 벗어나 세상을 연결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연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전시였다.

 

남녀노소 방문하기 좋은 전시이다. 생각해 볼 거리와 교육적인 의미가 있는 전시를 원한다면 이번 전시를 추천한다.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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