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술관에 대한 불편한 진실: 동물원이 된 미술관 [도서]

글 입력 2022.01.2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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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도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인지 감이 온다. 그러나 읽는 내내 생각 이상으로 굉장히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서 놀라울 정도였다. 독일의 미술잡지 편집자인 니콜레 체프터는 미술관에 대해 평소에 느끼고 있었던 미묘한 불편함에 대해 총 5장에 걸쳐 직설적으로 꼬집는다.

 

어디에서도 듣지 못했던 어떤 예술과 산업에 대한 민낯을 접하며 속이 후련하기도 했고, 특정 대목에서는 그저 예술 까막눈 타이틀은 되고 싶지 않아 '이해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선뜻하지 못했던 무가치한 나의 행동이 떠올라 창피해지기도 했다.

 

관람객들로 붐비는 미술관의 모습과 그곳을 방문한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어떤 마음으로 작품을 마주하고 있는지를 상기해보자. 엄숙한 공간이면서 때로는 인플루언서를 위한 핫플레이스이기도 한 그곳에서 동경 어린 마음으로, 혹은 상류층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한 채로 새하얗게 칠해진 벽 사이를 서성이는 모습을 그리며 책장을 넘겨보자. 언젠가 스치듯 느꼈던 의문점들이 작가의 문장을 통해 더욱 날카롭고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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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대단히 성스러운 공포에 단단히 뿌리를 박고 있고, 천재와 광기에 대한 그릇된 생각에 갇혀 있고, 미술관 건축과 수없이 많은 화이트 큐브에서 꼼짝 못 하고 있다. 미술은 문화가 변화했다고 선언하고, 오늘날 미술은 정체 상태, 시장, 시끄럽고 어리석은 행동으로 변장했다. 이 때문에 전시회 대부분에서는 더는 감격과 열광이 압도하지 않고, 조용하고 은밀한 수치심이 엄습한다."
 

 

최근 전시 '트렌드'를 공들여 찾아보지 않더라도 당장 전시회에 간다고 하면 '사진 잘 찍히는' 전시를 찾는 사람도 굉장히 많고, 나 또한 그러한 기대에서 완전히 벗어나고자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히 그러한 마케팅에 대해 늘 잔상같이 남는 불편함을 느끼곤 했다. '내가 이 전시를 통해 무엇을 느꼈는가' 보다 '이 전시를 보았다'라는 행위 자체로 의미가 완성되는 것을 진정 예술에 대한 감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미술은 비즈니스가 되었다. 그렇기에 미술은 더는 아틀리에라는 독창적인 황야로부터 나오지 않게 된 지가 이미 오래되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미술은 공장에서 나오고 있다."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미술관의 감시직원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에 대해 아마 누구라도 한 번쯤은 불편하게 생각해 봤거나, 경험해 봤을 법한 일을 나도 겪은 적이 있다.

 

내가 전시관에 입장할 때부터 그곳을 지키고 서 있던 한 명의 직원이 마치 ‘저 사람이 대단한 사고를 치고 이 공간을 혼란으로 물들이게 될 것’이라는 언질이라도 받은 것처럼 나를 노골적으로 경계하기 시작했다. 어쩌다 보니 전시 공간에 나홀로 남아 그 따가운 시선을 애써 모른 척하고 있어야 했는데, 내가 스마트폰과 브로슈어를 고쳐 쥐는 그 순간 그가 날 똑바로 노려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카메라 내리시라고요!'

 

내가 무엇을 위해 그 전시를 보러 그 먼 곳까지 걸음했는지는 생각도 나지 않았다. 오직 불쾌함만이 남아 그 남자에게 따지고 싶었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쫓기듯 나와버린 것만이 답답할 따름이었다. 관람을 마치고 난 후 안내데스크로 가 조용히 그 남자의 태도에 대해 지적하자 (날 불쾌하게 한 적 없는) 직원이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를 전했다. 결론은 뜨뜻미지근했다. 나에게 고함 친 직원은 정규 직원이 아니라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그곳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험이 꽤 흔하게 일어나는 듯하다. 꼭 이렇게 대놓고 면박을 주지 않더라도 '지나치게' 관객을 경계하는 경우가 많다. 작품 훼손을 막으려는 조치인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사실 그 따가운 시선을 무시하기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저자는 이 지점을 날카롭게 꼬집어 비판한다. 이런 점들이 미술관 안에서의 위계질서를 형성해 관람을 망치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미술관이 지키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그것은 작품과 품위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작품을 통해 관람객이 얻을 수 있는 희열과 감탄이 위협받더라도 지켜져야만 할 것들인가. 그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맞춰야 할까.

 

 
"감시 직원은 내적 무료함과 외적 권위가 기이하게 섞인 분위기를 유니폼 뒤에 숨기고 있고, 미술관 공간을 절망감으로 가득 채운다. 그들은 조용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군대이자 금지된 행위를 감시하는 파수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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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의 서두부터 말미에 이르기까지 이 말을 거듭 강조한다. 미술을 사랑하기에 증오한다고. 사랑에는 솔직함이 필요하며 그렇기에 당신이 최근 본 것 중 가장 혁신적이었던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없다'고 당당히, 솔직하게 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모색할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시종일관 강하게 미술관에 대해 비판하지만 결국에는 그 모든 것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증오한다는 작가의 말이 너무 솔직해서 되려 담백하게 와 닿는다. 앞으로 관람객으로서 미술관에 방문하고 전시를 관람할 때, 그리고 그걸 넘어 어떤 문화라도 향유하게 된다면 그때는 조금 더 비판적이고 나만의 시선을 고집해서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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