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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디를 가든 초록초록한 잎을 뽐내는 식물을 하나쯤 만날 수 있다. 당장 우리 집에도 해가 제일 잘 들어오는 창문 앞에 다양한 식물 친구들이 한 자리씩 맡아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식물들이 햇빛과 물, 사랑뿐만 아니라 노래도 듣는다고 생각하면 어떤가?


로스앤젤레스 멜로스 가의 한 식물 가게 ‘마더 어스 플랜트 부티크(Mother Earth Plant Boutique)’. 린(Lynn)과 조(Joe)가 운영했던 이 식물 가게에서는 홍보용으로 ‘식물을 위한 곡’이 담긴 앨범을 배포했다고 한다.


그 앨범은 ‘식물과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지구 음악’이라는 부제를 가진 ‘Mother Earth’s Plantasia’는 모트 가슨(Mort Garson)의 작품이다. 모트 가슨은 무그 모듈러를 사용한 선구자 중 하나로 이 신시사이저를 사용해 신비롭고 몽환적인 소리를 담은 곡을 만들어낸다.


무그 모듈러는 공학자인 밥 무그(Bob Moog)에 의해 만들어져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까지 록,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가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또한, 현 대중음악에서 빠지지 않는 현대 신시사이저의 시초로 불리기도 한다.


이 무그 모듈러는 천문학적인 가격과 어마무시한 크기, 또한 규모에 비해 투박한 사운드를 가진 데다 당시는 전자음악이 활발히 만들어지던 시기도 아니었음에도 음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모트 가슨의 ‘Mother Earth’s Plantasia’ 또한 모든 곡이 무그 모듈러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왠지 우주와도 어울리는 듯한 이 앨범을 햇살이 잔뜩 쏟아지는 창 앞에서 식물과 함께 듣고 있자면, 신시사이저의 몽글몽글한 소리에 나뭇잎이 바람에 흩날리듯 괜히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거리게 된다.

 

 

 

 

이 앨범에 담긴 10곡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은 9번 트랙인 ‘A Mellow Mood For Maidenhair’이다.

 

이 곡을 들으면 2021년 여름, 미술관 통유리창에 들어오던 싱그러운 풍경이 자연스럽게 떠올라서 그런 것도 같다. 또한 앞서 이 앨범이 우주와도 어울리는 것 같다고 했었는데, 듣다 보면 전원생활 게임인 '스타듀밸리'가 생각나기도 한다.


식물들에게 이 곡을 들려주면 얼마나 좋아할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점은 이 앨범이 사람 마음은 제대로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손을 맞잡은 채 평온한 표정으로 초록 잎과 잔잔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그린 앨범 아트처럼 나른한 오후, 식물들과 함께 따뜻한 햇볕을 맞으며 이 앨범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자료

얼루어 코리아, 허윤선, 식물을 위한 음악, 2020. 04. 13.

브런치, Boogie Woogie, 힙스터 식물들을 위한 노래, 감히 인간이 듣겠습니다, 2021. 0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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