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장 실제적인 환상 - 살바도르 달리展

천재 화가가 된 어느 괴짜
글 입력 2022.01.0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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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살바도르 달리전 ver.1.jpg

 

 

'예술이 인생을 지배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이 오는 2022년 3월 20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디자인전시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세계 3대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인 스페인의 '피게레스 달리 미술관(Fundacio Gala-Salvador Dali)'과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Museo Nacional de Arte Reina Sofia)', 미국의 '플로리다 달리 미술관 (Salvador Dali Museum)'의 소장품으로 구성되었으며, 스페인의 초현질주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의 전 생애를 돌아보고 10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연대기별로 그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크기변환_12. 지는 밤의 그림자 Shades of Night Descending, 1931.jpg


 

 

가장 실제적인 환상 



"선택할 수 있다면 하루에 2시간만 활동하고 22시간은 꿈속에서 보내겠다." 


달리는 꿈과 환각 속에서 완벽한 무의식의 자유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충격을 받아 무의식과 꿈의 세계에 심취하게 되면서 평생 시달린 불안감과 광기를 그 만의 독창적 예술로 표현하였다.

 

주로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기록하는 자동기술법(Automatisme)'과 어떠한 사물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거나 응시할 때 나타나는 왜곡을 표현한 '편집광적 비판(Paranoiac Critic)' 기법을 사용하였으며, 이를 통해 비이성적인 환각 상태를 객관화하여 사실적으로 재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마치 달리의 작품은 '손으로 그려낸 꿈속 사진' 같다. 미국 미술사가이자 큐레이터인 제임스 트롤 소비는 이런 달리의 작품을 두고 "비현실적인 세계를 극사실적으로 표현하여 그림 속의 진실과 타당성에 대해 전혀 의심조차 들지 않게 한다"고 하였다.

 

실제로 작품을 관람할수록 그가 보고 느꼈던 환상을 눈앞에서 생생히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달리가 자신의 무의식과 꿈을 그림으로 표현하였기에 마침내 환상은 '가장 허구이지만, 제일 실제적인 것'이 된 것이다.


그의 이런 독특한 기법과 작품 세계는 어린 시절 받았던 정신적 상처 때문으로 보인다. 달리의 부모는 달리가 태어나기 전 세상을 떠났던 형의 환생이라고 여겼다. 이로 인해 달리는 죄책감, 강박증, 편집증, 이중성, 다중성 등을 겪었으며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인정받기 위해 온갖 기행과 일탈을 일삼았다.

 

어쩌면 그는 계속 환상 속으로 도망치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크기변환_17. 갈라의 발 입체적 작품 Galas Foot Stereoscopic Work, 1974.jpg

 

 


사랑, 그 기괴함



"나는 갈라를 아끼며 그녀를 빛나게 만들어 줄 것이고,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며, 나 자신보다 위할 것이다. 그녀가 없다면 모든 것은 끝일뿐이니."


살바도르 달리의 불안감과 광기를 온전히 이해해 준 여인 갈라. 영원한 뮤즈이자 영감인 그녀를 달리는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결같이 사랑했다. 수많은 갈라의 초상화와 작품에서 알 수 있듯 갈라는 그의 작품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상징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사랑으로 그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의 작품세계를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이해자이자, 어떤 누구도 아닌 온전히 달리 그 자신으로 인정해 주는 갈라가 있었기에 달리는 각종 불안과 환상, 정신적 어려움 속에서도 용기 내 그림을 그려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달리는 부모도 해주지 못했던 인정과 사랑을 보여준 갈라를 혼신을 다해 사랑했다. 물론 작품 속에서도 그녀를 열렬히 사랑했다. 때론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거칠고, 잔인하고, 아름답지만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날 때도 있지만, 그래서 더욱더 묘하게 중독된다.

 

오직 그녀의 사랑 안에서 달리는 더 솔직하고 마음껏 기괴해진다. 내 안의 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이토록 두려운 동시에 극도의 안정감을 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크기변환_18. 전사 혹은 로스 엠보자도스 미켈란젤로의 로렌조 데 메디치의 무덤에 있는 로렌조 데 메디치 조각상 재해석 The Warrior or Los Embozados. Lorenzo de Medici after the Tomb of Lorenzo de Medici by Michelangelo, 1982.jpg

 

 

 

법칙과 한계를 벗어난 재창조 


  

"한 물체의 표현은 어떤 물리적인 또는 해부학적 변형 없이도 전혀 다른 물체로 묘사될 수 있다."


한 물체를 가까이 봤다가, 멀리서 봤다가, 똑바로 봤다가, 거꾸로 봤다가 하면서 시각을 달리해보면 지금껏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형상을 만날 때가 있다. 달리는 수학과 과학을 탐구하면서 기존의 착시 기법을 넘어서는 실험에 몰두하며 이중 형상, 홀로그래피, 4차원의 탐구와 같은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였다.

  

그 때문인지 작품들은 마치 매직아이를 볼 때처럼 예상치 못한 어떤 형상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게 한다. 때때로 그것은 다양한 시각을 이해하고 표현하려는 달리의 몸부림처럼 느껴지며, 자신의 작품에 관객들이 더욱 몰두하게 하는 한편 효과적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으로 여겨진다.


또한 마음속에 있지만 쉽게 꺼낼 수 없는 말들을 거침없이 그림으로 표현하고, 자신의 투박하고 기괴한 내면까지도 모두 내보이기를 원했던 달리는 작품 속에서만큼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잘라내고 붙이면서 법칙과 한계를 벗어나 마음껏 새로운 환상을 재창조해냈다. 이 역시 자신에게 있는 타인과 다른 면모를 부정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받고 싶었던 그의 바람이었음을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인정받고자 하였으나 부정당했던, 그러나 끊임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표현하고 사랑함으로써 이해받고 사랑받았던 괴짜 천재 화가. 그는 바로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다.

 

 

 

에디터_서은해.jpg

 

 

[서은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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