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게임 원작이라는 징크스 - 아케인: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

글 입력 2021.12.3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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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IP로 활용한 첫 유니버스 <아케인>이 넷플릭스에 상륙했다. 지난 4월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선보였던 <리그 오브 레전드 : 디 오케스트라>가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에 막을 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라이엇은 또 하나의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갔다. 바로 애니메이션으로 말이다.


게임과 영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게임 속 역동적인 캐릭터와 방대한 세계관을 영상으로 단시간에 강렬하고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게임을 긴 호흡의 영화나 드라마로 구현하는 시도는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해왔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게임과 영상이라는 매체가 서사를 풀어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게임에서는 캐릭터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조작하며, 이 캐릭터는 전장을 누비면서 승리를 쟁취할 수도, 거대 악에 맞서 세상을 구하는 용사가 될 수 있다. 유저는 직접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플레이어(주인공)를 중심으로 세계관이 펼쳐지며 서사가 진행된다.


반면, 게임과 달리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영상 매체는 내가 될 수 없는 인물의 행동을 통해 서사가 진행되며, 관객은 인물과의 거리감이 게임보다 멀다. 그렇기에 같은 스토리라도 게임 유저들은 자신이 주인공으로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는 1인칭의 게임을 선택한다. 게임 유저들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며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영화라는 매체로 전환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또한, 게임이라는 마니아적인 요소와 이야기를 대중들이 즐길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도 게임의 영상화가 풀어내야 할 문제다. 인기 있는 게임 원작의 영광에 기대기만 하거나, 게임 속 스토리를 너무나도 충실하게 따르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게이머와 비게이머가 게임의 같은 세계관을 공유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요구되면서도 게임 유저들에게도 매력적인 이야기를 선보여야 하는, 게임의 매체 전환은 어렵고 섬세함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렇다면, <아케인>은 어떻게 이 문제들을 풀어냈을까? 바로 게임 속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챔피언들의 과거 이야기, 게임 스토리의 프리퀄-필트오버의 집행관 ‘바이’와 악명높은 테러리스트 ‘징크스’와의 질긴 악연이라는 과거 이야기-을 선보이면서 반복되는 스토리를 피해 게이머가 알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롤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영화보다는 시즌제 드라마를 선보이면서 긴 호흡으로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배려가 돋보인다. 이렇게 라이엇 게임즈의 <아케인>은 게이머와 비게이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상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전설이 시작되는 기점을 마련하고자 <아케인>은 진보의 도시 필트오버와 지하도시 자운을 선택했다. 마법공학이 룬테라 대륙에서 탄생하게 된 배경을 통해 힘의 탄생을 시작으로 도시 간 힘의 균형이 움직이게 되었다는 걸 알리기 위한 의도다. 또한, 마법공학이라는 힘의 균형에 의해 동적으로 움직이는 세계를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렇게 시시각각으로 움직이는 세계는 고스란히 인물들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며, 그로 인해 변화하는 인물들의 변화를 보는 것도 <아케인>의 감상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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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인>이 인물을 보여주는 방식도 게임과 사뭇 다르다. 캐릭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 대신, 그 반대로 세계의 움직임과 급변하는 상황에 압도되며, 상황을 이기기 위해 행동하는 인물들을 볼 수 있다. 변화하는 관계 속에서 인물이 추구하는 가치를 선택하면서 나타나는 대립과 동맹을 조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렇기에 <아케인>에서 주인공이 다름 아닌 테러리스트 ‘징크스’가 된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선택일지도 모른다. 흔히, 주인공은 세계를 위해 희생하는 영웅적 면모를 보인다. <아케인>에서 그런 인물을 찾아본다면, 동생을 보호하고 세상을 바꾸려는 ‘바이’ 또는, 사회의 약자를 위해 연구에 연구를 매진하며, 정치에도 뛰어들어 선한 의지와 실행력까지 겸비한 제이스가 있다. 하지만, <아케인>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징크스’다.


징크스는 남을 괴롭히는 걸 즐거워하는 미치광이 공학자다. 동시에 트라우마를 갖고 있으며,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자신의 선택에 흔들리지 않고, 인생을 내던지는 굳은 신념을 지닌 바이와 제이스는 분명 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한 인물들이다. 이들에 비해 징크스는 자운에서 악명높은 악인 실코의 편에 섰고, 세상을 바꾼다는 어떤 정의감에 불타는 인물도 아니다. 더군다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언니의 사랑에 집착하는 면모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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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인>에서는 성정이 유약한 파우더에서 미치광이 징크스가 되어버리는 과정을 그린다. 징크스라는 이름을 갖게 된 계기, 파우더와 징크스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며, 징크스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길 선택하는 과정을 첫 화부터 쌓아 올리고,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징크스라는 인물을 완성시킨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징크스가 바이, 제이스처럼 주인공의 자질을 가진 인물과의 차별점을 보여준다.


게임 속 주인공은 세계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내던진다. 어떤 고난이 와도 극복하고 성공을 쟁취하는 영웅과 그를 중심으로 세계가 펼쳐진다. 반면 <아케인>은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시선을 거두고 인간이 가진 양면성에 초점을 맞춘다. 인간 개인으로 삶을 파고들어, 불완전한 인물들이 압도되는 현실과 극복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일반적인 영웅 신화로서 영웅으로 대변되는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만 이야기로만 남지 않게 되었다. 개인이 한 집단으로 뭉뚱그려지지 않고, 개인으로서 존재하도록 말이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시점에서는 악의 편에 서 있는 징크스가 주인공이 된 점에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주인공 징크스는 <아케인>이 말하고자 하는 ‘어느 누구도 고정적인 악당이 아닌 장점과 단점을 결합한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아케인>은 게임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상화의 징크스를 깨트렸다. 거대한 세계 속의 입체적인 캐릭터와 스토리텔링, 3D와 2D를 넘나드는 작화와 환상적인 연출 등 게임의 영상화라는 어려운 숙제를 말끔히 풀어냈다. 지금까지 게임 원작을 기반으로 미디어를 넘나드는 것에 회의적인 시선을 완전히 뒤집는 데 성공했으며, 게임 스토리 자체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게임 원작이라는 걸 제외하고도 영상, 스토리 자체가 가진 힘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아케인>을 기점으로 다른 게임에서도 원작 IP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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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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