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이 마주칠 조각은 과연 무엇일까? - 게르니카의 황소

글 입력 2021.12.2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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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freepik

 

 

가끔 꿈을 꿀 때나, 작품을 바라볼 때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공통적으로 느낄 때가 있다. 꿈과 작품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들은 과연 작가가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한 것인지, 나 스스로가 만들어낸 환상인지 알 수 없다는 감정을 비슷하게 느끼게 만들곤 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그러한 감정의 조각들이 모여 나를 만들어내 간다는 것이었다.  어디에서 파생된지 알 수 없는 조각들이 나의 어느곳에 저장되어 있는지 항상 궁금했다.

 

 

 

케이트의 작품 속에는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있다.


 

소설 속 케이트에게는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하나의 조각으로 남아있었다. 그 게르니카의 조각은 케이트의 손을 타고 그녀의 작품 속에서 피어났다. 그러면서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완전히 매료된 케이트는 환영을 보기 시작한다. 그림 속의 황소가 현실로 튀어나와 자신을 공격하는 모습을 그녀는 현실 속에서 마주하게 된다.

 

그러한 환영은 병으로 치부되고, 약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새아버지의 지침이 내려온다. 그런데 황소가 그녀의 삶 속에서 존재하지 않자, 그녀는 영감을 잃고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다. 그림이라는 꿈을 잃게 되자 케이트는 스스로 투약을 멈춘다.

 

그리고 그녀는 꿈에서 에린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만나게 된다. 마치 꿈같은 그림을 에린은 그린다. 그녀가 평생 바라왔던 꿈과 같은 그림을 말이다. 그 그림을 현실로 가져오기 위해 케이트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지속적으로 넘게 된다.

 

 

 

과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꿈인가?


 

그러한 전개 중 책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꿈인가? 보통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어버리거나, 자신의 깊은 곳에 덮어두곤 한다.

 

이 소설 속 중요한 부분은 그러한 기억에 대한 케이트의 선택이다. 케이트는 스스로가 잊고자 했던 기억을 되찾아 나가는 과정을 두려워하지만, 외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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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을 그린 화가가 당신이오?


 

그렇기에 그녀가 영향을 받은 작품이 더욱더 게르니카가 아닐까 생각한다. 게르니카에 대해서는 유명한 이야기 한 편이 함께 전해져 온다. 피카소가 이 그림을 전시했을 때 한 독일군 장교가 "이 그림을 그린 화가가 당신이오?"라고 질문하자 피카소가"아니오. 당신들이 그린 그림이지."라고 대꾸했다는 이야기말이다.

 

이는 약 21 제곱미터의 그림 속에서 피카소가 표현하고자 한 현실을 드러내는 파편적인 이야기이다. 피카소의 그림 ‘게르니카’는 전쟁을 겪으면서 피카소가 느낀 참혹함과 공포, 광기를 입체파 화풍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현실을 들여 보게 만든다. 그 어떤 설명도 필요 없이 전쟁의 잔인함을 목도할 수 있게 만든다.

 

이처럼 현실의 공포와 괴로움이 담긴 그림은 케이트가 현실에서도 잊지 않고 내보이려는 그녀의 공포심과 닮아 있다.


 

 

조각 모음집이자, 전환점


 

이 소설은 독자에게 불편함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기억 속 어딘가 묻어 놓았던 나의 어둡고 축축한 기억들을 톡톡 건드려 터트리고자 하는 지점들이 보인다.

 

하지만 오히려 그 불편함이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는 쾌감으로 작용한다. 외면이 아니라 마주했을 때 어떻게 사람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완벽한 묘사가 있기 때문이다.

 

촘촘한 불편함을 만들어 끝내 쾌감이라는 감정을 이끌어내는 이 소설은 앞서 내가 어디에 위치했는지 궁금해 했던 각자의 조각을 모아둔 책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이 느꼈던 온갖 조각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전환점이면서 말이다.

 

책장을 덮고 나서 당신이 마주칠 조각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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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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