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안온한 휴식으로 이끄는 아트북 - 여기에서 잠시 쉬어가기

글 입력 2021.12.2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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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둘러싼 온기와 일상 그리고 이 배경들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구름, 햇빛, 동물, 사랑 등으로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화가 안소현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 에세이다.

 

 

사본 -여기에서 잠시 쉬어가기_앞표지.jpg

 

 

작가 안소현의 유년 시절은 빛을 볼 수 없는 어둠의 적막으로 회상된다. 이해와 공감 그리고 너그러움을 받을 수 없던 시절의 아픔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승화했다. 바로 그림이라는 예술 행위다. 그림으로서 스스로에게 빛을 보내는 법을 터득했으며, 느낀 고통만큼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림에 녹여내렸다.

 

안소현의 그림 세계관을 들여다보면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자연환경이나 계절 그리고 심리를 관통해 위안이 된 것과 자신에게 유달리 세게 맞닥뜨렸던 사연을 슬기롭게 다듬어 전시된 그림들이 많다. 그래서 그림에 공통으로 보이는 분위기와 온기는 마치 평온한 뒤뜰이 연상된다. 77점의 그림 안에 51편의 글이 속해 있어 감상자 개개인에게 큰 위로와 넓은 세계를 구경하고 나아가서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준다.

 

이 산문집을 선택해 준 감상자들에게 절대로 고통에 잠식되지 말라며, 직접 만나서 보듬어 줄 수 없는 마음을 그림으로 대신 전하며 온기를 나눠준다. 어쩌면 대면보다 더 큰마음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다독여준다. 구체적으로 스스로가 무너지지 않는 마음을 가질 때까지 겪어야만 했던 과정, 삶에 힘과 욕심을 빼고 겨루지 않는 마음을 갖게 된 후 긍정적으로 변화된 행복을 보여주며 인간의 힘과 그림이 더해질 때 나타나는 시너지효과가 얼마나 강한지 알게 해준다.

 

또한 그림을 보게 되는 이들에게 그림의 의미를 알아달라며 강요하는 설득 문장도 찾아볼 수 없다. 산문집의 제목처럼 단지 ‘여기에서 잠시 쉬어가기’라는 짧지만 고요하면서 단단해질 수 있는 시간을 지내게 해준다. 빨리빨리를 강조하는 디지털 신대륙 시대에 지내며 조급하고 정신없는 현대인들에게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그림을 보여주며 더 많은 사람이 조금 더 온화해지고 다정해지길 바라는 마음만 굳게 있을 뿐이다.

 

안소현의 그림도 그림이지만, 직접 쓴 글을 보면 작가 어머니의 회상에 대한 아픔이 짙다. 가족 내에 온전하지 못한 불화가 원인이 되어 내면에는 항상 불안한 정서가 기본값으로 주어졌다. 그 과정에서 어머니는 작가가 그림을 향한 열망을 응원해 주지 않았다. 이렇게 긴 세월 속에 박힌 여러 개의 못들을 어머니와 허심탄회하게 대화 한 번 해보지 못하여 끝끝내 빼지 못했다. 그래서 작가는 이 복잡한 앙금을 검은 우물로 표현했다.

 

그림에 내세우고 있는 큰 주제인 ‘빛’의 기원이 사실 과거의 ‘어둠’에서 얻어온 원천이라며 말한다. 이제는 거칠고 극한에 달했던 어둠으로 물든 검은 우물을 퍼내고 새로운 물들이 ‘빛’을 받아서 깨끗한 우물을 담기까지의 여정이 한눈에 드러난다.

 

이 외에 자신을 찾게 해준 원천은 인도와 네팔로 떠나 걸었던 오랜 방랑의 시간들이었다고 말한다. 이 길을 걸으며 막힌 곳을 정처 없이 걸어 다니는 기분이었던 자신을 향해 꿈같은 날들을 겪었고 기쁨과 함께 새로운 영감들로 그림이 탄생했다고 전한다. 결코 으스러지지 않고 스스로 환한 볕이 쏟아지는 풍경으로 걸어갔으며 기적을 만났다. 무한의 긍정과 뚝심 있는 믿음이 만들어준 결과물이며 누구에게나 이런 빛나는 가능성이 있다는 세계가 존재하다는 것을 우리 앞에 결과물로 보여주었다.


사람 사이에는 아낌없는 공감이 필요하다. 그러나 세월이 지날수록 누군가에게 나의 깊숙이 숨어있는 이야기를 하기엔 용기가 나지 않는 순간이 분명 있다.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는 더더욱 힘듦과 고민의 내용이 짐이 될 수 있다는 애정 섞인 걱정 때문에 마음 어딘가에 있는 서랍에 넣어두고 열지 못하는 시간들이 늘어난다.

 

그럴 땐 아무도 없는 곳, 자연만 풍성하게 우거진 곳에 가는 상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주어지지 않고 특히 전염병으로 세계가 삭막해진 현재(2021년)는 감히 떠날 여건과 용기조차 나지 않는다. 그럴 땐 물, 나무, 새, 돌멩이가 되고 싶다는 우주적이지만 소박한 작가 안소현이 그린 이 책을 넘겨본다면 무거운 마음을 저 먼 곳으로 날리며 상상으로라도 우주로 도약하게 하는 꿈의 세계를 눈앞에 펼쳐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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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열차는 내가 원하는 역으로 데려다주진 않는다.


상상도 못 한 역에 내려주고 놀라움과 긴장감, 때론 황홀감을 만끽시켜준다. 영혼의 세계는 놀랍고 경이롭다. 눈을 감아야보이는 그 세계는 참으로 신기하다. 걷는 것이 힘에 부치는 지팡이 신세 할머니가 된다면 그때쯤엔 영혼의 세상을 그려보려 한다.

 

그때의 나의 그림이 궁금해 오래오래 살고 싶다.

 

 

 

조우정-아트인사이트 명함.jpg

 

 

[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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