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원한 시대의 아이콘, 마릴린 먼로 [미술/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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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있었다. 36년이라는 짧은 일생동안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경험하고, 30여 편의 작품을 남기고, 시대의 아이콘으로써 이름을 남긴 여자. 그녀는 과연 자신이 죽은 지 60년이 흐른 지금,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자신을 추억하고 기념할 전시가 열릴 거라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바로 영원한 시대의 아이콘, '마릴린 먼로'의 이야기다.
전시는 마릴린 먼로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총 6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대중들에게 '백치미 금발 미인'으로 각인 된 마릴린 먼로를 예술가, 커리어우먼, 지성인으로 재발견해 볼 수 있는 <살아남기> 섹션, 1954년 마릴린 먼로가 한국에서 머무른 4일간의 기록을 전시한 <한국에서의 4일> 섹션, 일생동안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경험해야 했던 그녀의 <사랑>에 대한 섹션.
한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마릴린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트렌드세터> 섹션, 본명인 '노마 진 모텐슨'으로써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마릴린과 노마 진> 섹션, 마지막으로 그녀의 사후 60년을 기념하며 다른 관객들과 전시를 통해 얻은 영감을 나눌 수 있는 <포스트 마릴린> 섹션까지.
마릴린 먼로의 다양한 모습을 관람하기에 손색이 없다.
마릴린 먼로는 20세기 최고의 섹스 심벌(symbol)로 일컬어지는 영화배우다. 사실 단순히 영화배우라고 그녀를 단정 짓기엔 아쉬움이 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매력적인 외모뿐 아니라 노래, 연기, 모델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졌고, 그 재능을 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기 때문이다.
전시장 내 포토존으로 꾸며진 '먼로의 서재'는 이러한 먼로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섹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가 죽은 후 경매에 나온 약 400권의 책들은 평소 그녀가 예술에 대한 깊은 탐구심을 지녔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상당한 지성인이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제껏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백치미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의외의 모습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그녀를 둘러싼 각종 음모와 스캔들, 가십거리에 치중하기보다 마를린 먼로라는 사람의 생애 자체를 조명함으로써 '마를린 먼로는 어떤 사람이었을까?'라는 질문에 깊이 있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특히 <마릴린과 노마 진> 섹션에서는 마릴린 먼로가 아직 '노마 진'으로 불리던 시절에 포착된 사진들을 관람할 수 있다. 사진작가 앙드레 디 디엔스(Andre de Dienes)가 당시 열아홉 살이었던 '노마 진'의 매력을 카메라에 오롯이 담아낸 것인데, 그의 사진 속 '노마 진'은 분명 마릴린 먼로와는 또 다른 매력을 뚜렷이 보여준다.1954년 2월, 마릴린 먼로는 4일간 한국을 방문했다. 6·25 전쟁 이후 한국에 주둔하고 있던 약 10만 명의 주한미군을 위한 위문 공연을 하기 위해서였다.흥미로운 사실은 그녀가 한국을 방문했던 기간이 두 번째 남편인 조 디마지오와 일본으로 신혼여행을 떠나려 했던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신혼여행을 반납하면서까지 자신을 원하는 사람들과 무대에 헌신한 그녀의 모습에서 얼마나 자신의 일에 대해 열정과 책임 그리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마릴린 먼로는 실제로 명석하고 똑똑한 지성인이었지만, 대중들이 원하는 자신의 이미지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기꺼이 대중들의 판타지가 되어주었다. 육감적인 몸매, 찰랑거리는 금발의 머리, 약간은 모자란듯한 백치미까지 자신의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소비할 줄 알았던 그녀였기에 이토록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것이 아닐까.비록 출생부터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성장했고, 36년이라는 생애 동안 늘 애정 결핍에 시달렸던 그녀지만 대중들에게만큼은 넘치는 사랑을 받았으니 아주 조금이나마 그 결핍이 채워지고 위로받았기를 바라본다.우리는 익숙할수록 그 사람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익숙함과 앎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흔한 착각일 수도 있다. 마릴린 먼로는 우리에게 대표적인 익숙함이고 그것이 때로는 그녀를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한다.이미 세상을 떠난 지 60년이 지난 여배우가 그저 이미지와 작품으로만 기억된다고 해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그녀의 짧은 삶만큼 강렬하게 남아있는 존재감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믿기에 부디 그녀의 단편적인 모습들만 오래도록 기억되지 않았으면 한다.[서은해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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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손님
- 2021.12.12 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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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전시가 어디서 하고 기간은 언제인지....가장 기초적인 정보가 전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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